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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를 신경쓰지 않고 연애하는 법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를 만나는 법

외모를 신경 쓰지 않고 연애하는 법     


내면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내면을 보라’는 말은 종종 공허하다. 하지만 내면을 볼 수 있다. 외모를 ‘모습’으로 볼 수 있다면, 내면은 ‘행동’으로 볼 수 있다. 외모가 아름다운 사람들은 단박에 알 수 있다. 매혹적인 화장, 아찔한 몸매, 세련된 옷의 모습을 통해서 외모를 알 수 있다. 내면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사회적 약자를 대하는 행동, 시나 소설 혹은 패션잡지 중 어떤 것을 읽는가하는 행동, 삶을 노래하는 영화와 홈쇼핑 중 어느 것에 몰두하는가하는 행동을 통해 알 수 있다.


 한 사람의 ‘행동’을 통해 내면을 볼 수 있다. 사람들의 ‘모습’이 아니라 ‘행동’에 집중하면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보석처럼 반짝이고 아름다운 내면을 가진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을 말이다. 외모에 신경 쓰지 않고 연애하는 법이 있다. 그건 한 사람의 내면을 볼 수 있는 안목을 기르고 동시에 자신의 내면 역시 아름답게 잘 가꾸면 된다. ‘모습’ 아니라 ‘행동’이 매력적인 사람이 되면 된다. 그럴 수 있다면, 외모에 신경을 쓰지 않고 연애할 수 있다.


 그렇게 시작하는 연애가 훨씬 더 행복하고 온전하다. 외모는 시간이 지나면서 필연적으로 쇠퇴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외모로 시작된 사랑은 언제나 불안하고 초조한 것이다. 하지만 내면은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아름다워질 수 있다. 시와 소설을 읽고, 삶을 노래하는 음악과 영화를 보고, 약자를 위해 목소리 낼 수 있는 행동을 하면 할수록 내면이 아름다워진다. 그렇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욱 아름다워지는 내면을 가진 두 사람의 연애는 더 행복하고 온전하다.     



‘내게 너무 가벼운 그녀’


내면을 보고 연애하라는 이야기에 누군가 이렇게 반문한 적이 있다. “내면이 아름다운 건 알겠는데, 이성으로서 끌림이 없어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봉사활동을 가게 되었는데, 거기서 만난, 내면이 아름다운 사람을 보고 내게 한 질문이었다. ‘내면을 보고 연애하라’는 이야기는 자칫 사랑을 감성이 아닌 이성으로, 욕망이 아닌 의무로 시작하라고 말처럼 들릴 수 있다. 쉽게 말해 외모는 별로라도 내면이 아름답다면 억지로 연애를 시작해야 한다는 이야기로 들릴 수 있다는 말이다.


 앞서도 말했지만 우리가 1차적으로 이성에게 끌리는 건 분명 외모다. 내면을 보려면 어느 정도 시간을 갖고 그 사람의 행동을 지켜보아야 가능한 일 아닌가? 그런데 외모가 끌리지 않는다면 시간을 갖고 그 사람을 지켜보는 것 자체가 싶지 않다. 또 내면이 아름답다는 걸 알게 되어도 외모가 매력적이지 않다면 이성적 끌림이 없을 수도 있다. 지극히 현실적인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혹시 「네겐 너무 가벼운 그녀」 (감독 바비 페럴리, 2001)란 영화를 본적 있는지 모르겠다. 이 영화를 통해 외모와 내면 사이에 존재하는 이성적 매력의 불일치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영화의 줄거리를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다. 남자 주인공 '할 라슨'은 여자 친구는 반드시 쭉쭉빵빵 미녀여야 한다는 생활신조를 지키며 사는 사람이다. 그러던 어느 날 할은 우연히 유명한 심리 상담사와 함께 고장 난 승강기에 갇히게 된다. 그때 심리상담사는 할에게 특별한 최면요법을 건다. 그 최면요법은 바로 내면이 외모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외모가 아무리 아름다워도 내면이 추하다면 할의 눈에는 추녀로 보이게 되고, 외모가 아무리 못생겨도 내면이 아름답다면 할의 눈에는 절세미녀로 보이게 되는 것이다. 그 덕분에 할은 뚱뚱하고 못생겼지만, 내면은 너무나 아름다운 그녀와 진짜 사랑을 하게 된다.



외모가 달라보이게 될 때, 성숙한 연애를 할 수 있다.

‘내면이 아름답다는 걸 알지만 못생긴 외모 때문에 이성적 끌림이 없다’는 사람 역시 할의 것과 같은 최면요법에 걸린다면 어떨까? 그 역시 영화 속 할처럼 성숙한 연애를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최면효과는 영화에만 존재하는 걸까? 아니다. 어떤 최면에도 걸리지 않았지만 나는 할이 했던 것과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지방에 강연을 하러 갔을 때의 일이었다. 50대 여자의 화장기 없는 얼굴에 가슴 설렜던 적이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와 시인에 대해서 소녀처럼 들떠 이야기하던 모습, 그리고 ‘세월호’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눈물을 글썽이던 모습 때문이었을까? 그때 처음 알았다. 50대의 화장하지 않는 여성의 모습이 그처럼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그때 분명 잠시지만 분명 이성적 끌림을 느꼈다. 할의 심정을 이해하게 된 경험이 한 번 더 있었다.  

    

 언젠가 진리도 우정도 정의도 죽은 대학을 그만둔다고 피켓 시위를 하며 명문대를 자퇴했던 여대생을 만난 적이 있었다. 그녀와 두 시간 남짓의 대화에서 그녀가 너무나 아름다워 보여 두근거리기까지 했다. 함께 갔던 친구에게 물었다. “그 친구 너무 예쁘지 않냐?” 대학 시절부터 함께 해왔던, 그래서 이제껏 사귀었던 여자 친구를 다 알고 있던 그 친구는 내게 “너 눈이 정말 낮아졌구나!”라고 말했다. 그때 나는 스스로에게 놀랐다. 어느 순간 이성에 대한 미적 기준이 달라져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보기에 그 50대 여인과 여대생의 외모는 그다지 아름답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내게는 너무 아름다운 그녀’들이었다.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같이 식사라도 한 번 하자고 말했을지도 모르겠다. 이건 비단 나의 개인적인 체험만은 아닐 게다. 처음에는 ‘쟨 내 스타일이 아니야’라고 생각했던 사람일지라도, 그 사람을 알게 되게 되면서, 예를 들어 그 사람의 노래를 듣거나 깊은 생각을 알게 되었을 때, 그 상대가 점점 더 멋있고 예쁘게 보였던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게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할 것! 나를 사랑해줄 사람을 찾는 여행을 떠날 것!


그런데 앞서 말했던 사람은 봉사활동에서 만난, 내면이 아름답던 상대에게 왜 이성적으로 끌리지 않았을까? 충분한 최면에 걸리지 않아서일 게다. 내면은 ‘옳고 그름’으로 판단되고, 외모는 ‘좋고 싫음’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내면이 아름다운 것은 끌리지 않고, 외모가 아름다운 것은 끌리기 때문이다. 세상 사람들이 내면은 황폐하지만 외모는 아름다운 사람에게 끌리는 이유는 분명하다. 인간은 ‘옳고 그름’보다는 ‘좋고 싫음’의 영역에서 움직이는 존재이기에 그렇다.      


 한 사람의 내면이 정돈되고 아름다워져 가면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한 사람의 내면의 판단이 ‘옳고 그름’의 영역에서 ‘좋고 싫음’의 영역으로 옮겨 오게 된다. 내면이 아름다운 사람을 좋아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 내면이 아름다운 사람의 외모가 아름다워 보이게 되는 순간이 있다. 할이 걸린 최면에 우리 역시 걸릴 적이 있다. 마치 노래를 매력적으로 부르는 못생긴 가수의 외모가 어느 순간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처럼. 내면의 아름다움이 외모에 투영되어 보이게 되는 시점이 있다. 그때가 바로 성숙한 연애를 할 수 있게 된 때다.     

 

 이 지점에서 아름다운 내면을 가졌지만 매력적이지 못한 외모 때문에 연애하지 못하는 사람의 고민을 해결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우선, 아무도 나의 내면의 아름다움을 발견해주지 못한다면 그건 내면의 아름다움이 외모로 투영될 정도로 아름답지 못해서일 것이다. 내면이 충분히 아름답다면, 그건 어느 시점에 외모로 투영될 수밖에 없으니까. 물론 내면의 아름다움이 외모로 투영된다고 해도 모든 사람이 그 사람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내면이 아름다운 사람들은 여행을 떠나야 한다. 그 내면의 아름다움을 발견해줄 안목이 있는 사람을 찾아 떠나는 여행. 주위에 널리 외모지상주의자들 곁에서 끝임 없이 상처받을 필요 없이, 억지스럽게 외모를 꾸미느라 괴로워할 필요 없이, 내면을 발견해줄 수 현실의 ‘할 라슨’을 찾아 떠나야 한다. 누군가에게 우리는 분명 ‘내겐 너무 아름다운 사람’일 테니까.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고, 우리를 사랑해줄 만한 사람을 찾는 여행을 떠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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