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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일을 찾는 법 II

자크 라캉, "인간은 타자의 욕망을 욕망한다"

인간은 타자의 욕망을 욕망한다.


진짜 욕망을 찾기 위해서 덜어 내야 할 욕망이 하나 더 있다. 타자의 욕망으로부터 기원한 욕망이다. ‘다른 사람들이 어떤 일을 좋아하기 때문에 나도 그 일을 좋아하는 것은 아닌가?’ 라는 질문을 헤야 한다. ‘자크 라캉’이라는 정신분석학자는 이것을 ‘인간은 타자의 욕망을 욕망한다’라고 표현했다. 인간은 자신의 욕망을 추구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모두 타자의 욕망을 추구한다는 말이다. 빨간색 스포츠카를 좋아하는 이유는 내가 그것을 원하기 때문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그것을 원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놀랍게도, 라캉은 내가 원하는 것이 사실은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쉽게 납득이 안 된다면, 인간이라는 동물에 대해 생물학적으로 접근해보자. 인간 이외의 동물은 대부분 자신의 생존에 책임을 질 정도로 성숙하게 태어난다. 소는 태어나면서부터 걷기 시작하고 물고기는 태어나면서 헤엄을 치기 시작한다. 대부분의 동물이 그렇다. 그래서 동물은 아주 어린 시절부터 위험으로부터 일정 정도 보호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은 어떤가? 나의 아들은 태어나서 1년 2개월 만에 겨우 걸음마를 시작했다. 태어 난지 2년이 다되어 갈 때까지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었다. 누군가 보호해줄 사람이 없다면 인간이라는 동물은 대부분은 태어 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 이것이 인간이라는 동물이 다른 동물과 결정적으로 다른 부분이다. 그렇다면 이 차이가 다른 동물들과 인간 사이에 어떤 구별을 만들어 내는가?



모든 인간은 애정결핍이 있다.


‘인간은 유아기에 누군가의 절대적 보호를 받아야 생존할 수 있다’는 이 전제조건은 인간에게 지울 수 없는 상흔을 남긴다. 애정결핍이라는 상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든 인간이 애정결핍증세가 있다. 인간의 애정결핍의 첫 대상은 ‘엄마’라는 존재로 표상된다. 모든 인간을 제일 처음 보호해주는 존재가 '엄마'다. 아이는 본능적으로 안다. 엄마가 자신을 사랑해주지 않는다면 자신이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을. 그래서 아이는 부모의 칭찬하는 일을 계속하려고 한다.


 엄마가 김치를 먹는 것을 칭찬해주면 아이는 짜고 매운 그 김치를 계속 먹으려고 한다. 급기야 시간이 지나면 아이는 자신이 김치를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굳게 믿게 된다. 하지만 아이의 김치에 대한 욕망은 아이의 욕망이 아니다. 엄마의 욕망이다. 지금 생존해 있는 인간이라면 어떤 인간이든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싶어 하는 본능적 욕망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누구도 ‘엄마’라는 표상이 남긴 애정결핍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 없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미성숙한 존재로 태어날 수밖에 없는 인간이라는 동물의 숙명이니 어쩔 수 없다.


     

‘엄마’를 죽여야 좋아하는 일이 보인다.

진짜 문제는 유아기를 지난 이후에 발생한다. 성인이 되어서도 유아기적 ‘엄마’로 상징되는 타자의 욕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이것이 진짜 문제다. 왜 외제차를 사고 싶어 할까? 왜 명품 가방을 사고 싶어 할까? 그 욕망을 자세히, 낱낱이 뜯어보자. 그것들을 욕망하는 이유는 외제차의 성능이 좋아서도, 명품가방이 더 기능적이어서도 아니다. 그것은 불특정 다수로부터 사랑받고 싶다는 유아기적 욕망의 발현이다. ‘관심을 가져줘! 사랑해줘!’라는 유아기적 욕망. 


 우리는 대부분 ‘돈’을 갈망한다. 마치 맹신도가 종교를 찬양하듯이 ‘돈’을 찬양한다. 왜 그런가? 대기업 재벌 총수처럼 죽을 때까지 써도 다 못쓸 많은 돈을 가진 부자들 역시 ‘돈’을 찬양하며 악같같이 더 많은 돈을 벌려고 한다. 그것은 돈이 가진 편리하고 효과적인 교환성 때문이 아니다. 더 많은 돈을 가지면 더 많이 사랑받을 수 있을 거라는 ‘엄마’의 투사된 욕망의 발현일 뿐이다.    

 

 ‘엄마’를 죽여야 한다. ‘엄마’로 표상되는 타자의 시선을 모조리 죽여 없애야 한다. 그래야 오롯이 자신이 욕망하는 것들을 발견할 수 있다.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찾고 싶다면 타자(‘엄마’로 표상되는 일체의 것들)가 욕망하기 때문에 욕망하는 것들을 구별하고 제거해야 한다. 정말 좋아하는 일을 찾기 위해서는 자신의 욕망에서 타자의 욕망을 분리해 내야 한다. 이미 수많은 ‘엄마’가 이미 내면의 자리잡고 있는 우리에게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결코 포기할 수도 없는 일이다.      



‘진짜 욕망=혼재 욕망-(금기의 욕망+타자의 욕망)’

 

이제 정리를 해보자. 진짜 좋아하는 일을 찾는 공식은 이렇다. ‘진짜 욕망=혼재 욕망-(금기의 욕망+타자의 욕망)’ ‘혼재 욕망’은 자신이 지금 자신의 욕망이라고 생각하는 허구의 욕망을 말하는 것이고, ‘금기의 욕망’은 시대적인, 사회적인 금기 때문에 강제되는 욕망을 말하는 것이며, ‘타자의 욕망’은 나의 욕망이 아니라 타자의 욕망이 자신에게 투사된 허구의 욕망을 말하는 것이다.


 진짜 욕망에서 찾을 수 있다. 자신의 욕망이라고 믿고 있는 것들에서 금기 욕망과 타자의 욕망을 제거해나갈 수 있다면. 힘들고도 어렵고 시간도 많이 걸리는 일이겠지만 행복한 삶을 원한다면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여기까지가 나의 몫이고 이제부터는 여러분의 몫이다. 자신의 욕망은 오직 자신이 찾아낼 수밖에는 없는 일이다. 오직 나만의 욕망을 발견할 수 있는 그날이 찾아오길 바라며,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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