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형은 나의 결핍에서 만들어진다.
연애의 걸림돌, 이상형
“나도 이제 누구를 만나야 할 것 같은데..”
“만나 봐”
“그래서 어제 소개팅 했어”
“어떻게 됐어?”
“뭐 나쁘진 않았는데, 이상형은 아니었어.”
연애를 하고 싶지만 잘 안 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과 이야기하다보면 종종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이상형. 비단 솔로가 아니라도 사람들에게는 이상형이 있다. 그 이상형이라는 것이 ‘키는 180 정도, 몸매는 약간 마른 근육질, 손가락은 길고 하얀 사람’처럼 꼭 외모적인 것만은 아니다. ‘자상하고 이해심 많은 사람’처럼 성격적인 것이 이상형일 수도 있다. 아니면 ‘책을 자주 읽는 사람, 발표를 잘하는 사람, 돈이 많은 사람’처럼 기호나 취향 혹은 능력적인 것이 이상형이 될 때도 있다.
어찌 되었건 누구에게나 연애하게 될 사람이 ‘이런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이상형은 있게 마련이다. 돈에 팔려가는 것이 아닌 이상,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과 연애하고 싶은 사람은 없으니까. 하지만 종종 이 이상형은 연애의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호감이 생긴 이성을 만나도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하고 우물쭈물하거나, 또 다른 이성에게 흘깃거리느라 호감이 갔던 상대를 놓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그리곤 이렇게 말하면서 늘 아쉬워한다. ‘아, 그 사람이 키만 좀 컸으면’ ‘조금만 더 날씬했어도’ ‘조금만 더 다정했으면’ ‘돈이 조금만 많았으면’
이상형은 나의 결핍에서 만들어진다.
이처럼 이상형은 종종 연애에 걸림돌이 된다. 그래서 이상형을 어떻게 다루어야하는지는 연애에서 중요한 문제다. 이 문제를 이야기하기에 앞서 이상형이 무엇인지, 정확히는 이상형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근본적인 원인을 알면 적절한 대처법은 저절로 나오게 마련이니까.
자신의 이상형은 유순한 남자라고 말하는 여자를 만난 적이 있다. 그녀는 리더십이 있고 주도적인 남자에게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고 했다. 자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주고 가급적 자신의 주장대로 남자가 따라주기를 바랐다. 그리고 그런 남자에게 매력을 느낀다고 했다. 그녀의 이상형, 그러니까 유순한 남자라는 이상형은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을까? 그녀와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알게 되었다.
그녀의 이상형은 아버지의 모습에서 기인한 거였다. 그녀의 아버지는 단순히 가부장적이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 폭력적인 남자였다. 가족들에게 언제나 명령하듯 이야기했고, 술을 마시고 온 날이면 수시로 폭언과 폭력을 일삼았단다. 어린 그녀는 얼마나 두렵고 힘들었을까? 아버지로부터 받았던 상처가 그녀의 이상형으로 투영되었던 게다. 그녀의 이상형은 아버지 같지 않은 남자였다. 폭력적인 남자와 가장 멀리 떨어진 사람이 유순한 사람이라고 느꼈던 것이다. 외모적인, 경제적인, 능력적인 기준은 그녀에게 이상형이 되지 못했다. 오직 유순하기만 하면 되었다. 아버지가 남긴 상처 때문에 생긴 정서적 결핍이 이상형으로 드러난 거였다.
다른 이상형도 마찬가지다. 남자들은 다 날씬하고 마른 여자를 좋아할 거라 생각하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다. 살집이 있는 통통한 여자가 이상형인 남자들이 있다. 그런 남자들은 대부분 마른 남자들이다. 자신에게 결핍된 부분이 이상형으로 투사된 것이다. 책 읽는 남자가 이상형이라고 말한 여자는 지적인 부분에서 콤플렉스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한 사람의 이상형이란 것은 자신에게 결핍된 어떤 것이 이성의 모습으로 투사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말 그럴까?
의문이 들 수 있다. 마른 남자이지만 마른 여자를 좋아할 수도 있고, 책이라곤 근처에 가본 적이 없는 여자이지만, 지적인 남자에게 전혀 매력을 못 느끼는 경우도 실제로 많지 않은가? 그렇다. 자신에게 결핍된 부분이라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이상형으로 투사되는 것은 아니다. 결핍이 이상형으로 투사되려면 전제 조건이 있다. 그 결핍이 자신이 바라는 모습의 결핍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내가 되고자 하는 어떤 모습에서의 결핍이 이성의 이상형에 투영된다는 말이다.
나에게 어떤 결핍이 있더라도 그 결핍이 내가 되고자하는 어떤 모습에서의 결핍이 아니라면 이상형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마른 남자 중 살집이 있는 건장한 남자가 되기를 바라는 남자만 통통한 여자라는 이상형을 갖게 된다는 말이다. 마른 남자여도 자신이 바라는 모습이 살집이 모습이 아니라면, 그 남자의 이상형 역시 통통한 여자가 아니라 자신처럼 날씬한 여자일수도 있다. 책이라면 딱 질색하는 여자라도 자신이 되고 싶은 모습이 지적인 여자의 모습이 아니라면 지적인 남자를 이상형으로 갖지 않는다. 그런 여자는 함께 수다를 떨며 쇼핑할 수 있는 남자가 이상형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