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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가장 큰 불행, 이상형

이상형은 사랑했던 사람에 의해 만들어지기도 한다.

연애의 가장 큰 불행, 이상형


이상형이라는 것은 과거의 결핍에 의해서만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우리의 연애는 과거의 상처를 되풀이하는 것이 아닌가? 폭력적인 아버지 때문에 유순한 남자만 찾아 헤매는 것, 내가 뚱뚱했기에 날씬 여자만 찾는 건 어째 좀 서글프지 않은가? 우리는 과거의 결핍을 메우려 이상형을 찾아 헤맨다. 이상형을 만나 사랑에 빠질 수 있다면 행복할 것 같다는 느낌은, 자신에게 결핍된 것을 메울 수 있다면 행복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에서 오는 감정이다.      


 하지만 연애의 가장 큰 불행은 과거의 결핍을 해소하려고 이상형과 사랑에 빠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상형을 만나 연애를 하면 놀라운 사실을 하나 알게 된다. 나의 결핍을 피해 이상형을 찾았지만, 바로 그 이상형에게서 나를 불행하게 만들었던 그 결핍을 다시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 놀라울 정도의 불행이다. 유순한 남자를 이상형으로 찾던 여자는 이상형을 찾았다. 남들 앞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할 줄도 모르고, 늘 다른 사람의 의견만 따르는 남자를 발견한 것이다. 그리고 그와 연애를 시작했다.



놀라울 정도의 불행


그녀는 그 남자와 연애를 한지 1년 만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자신에게 가장 큰 상처를 주었던 아버지를 바로 그에게서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 유순하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불같이 화를 내며 물건을 집어던졌던 것이다. 그 유순하던 남자는 왜 그랬을까? 사실 이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유순함과 폭력은 동전의 앞뒷면 같은 것이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언제나 유순할 순 없다. 때로 소소하게 누군가와 다투기도 하고 크고 작은 의견 충돌도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완전히 유순한 사람은 결코 소소하게 다투거나 작은 다툼도 없다. 그러는 사이에 그 사람의 내면에는 짜증과 분노가 점점 쌓일 수밖에 없다. 그 짜증과 분노가 쌓여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되었을 때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 바로 그녀에게 터져 나왔던 것이다. 유순함과 폭력은 동전의 앞뒤처럼 붙어 있는 것이다. 그녀는 알고 있었을까? 집에서 그렇게나 폭력적이었던 아버지가 직장과 친구들 사이에서 한 없이 유순한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통통한 여자가 이상형이라고 말하는 남자가 이상형을 만나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자신이 가진 결핍을 채워주었던 여자와 사랑에 빠져 행복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시간이 지나 마른 자신이 어느 순간 통통한 아니 뚱뚱한 사람이 되었을 때, 그 남자는 여자 친구가 통통하다는 이유로 그녀가 싫어질 것이다. 이상형을 만나 연애를 하면 행복할 것이라고 믿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이상형을 만났기에 불행한 연애로 접어드는 경우가 더욱 일반적이다. 역설적이게도 연애에서 이상형은 행복을 담보한다기보다 불행을 담보하는 경우가 더 많다. 


이상형은 사랑했던 사람에 의해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상형은 사랑했던 사람에 의해 만들어지기도 한다. 물론 이것도 근본적으로는 결핍과 관련되어 있다. 너무나 사랑했지만 어떤 이유로든 이별해본 사람은 안다. 그 전에 사랑했던 사람의 흔적이 나의 이상형이 되어 있다는 사실을. 너무 사랑했지만 이별할 수밖에 없었던 상처가 남긴 결핍감이 이상형으로 투영되는 것이다. 한동안 내 이상형은 날씬한 여자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내 이상형은 통통한 여자가 되어 있었다. 나의 이상형은 왜 변했을까?


 살다보면 이상형은 아니지만, 어떤 매력에 끌려 사랑에 빠지게 될 때가 있다. 통통했던 그녀는 이상형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그녀의 순수함이 너무 매력적이었다. 함께 있는 것만으로 더러운 내가 정화되는 느낌을 주는 그런 여자였다. 그렇게 그녀와 연애를 시작했다. 하지만 언제나 제멋대로인 내 삶의 방식 때문에 그녀는 많은 상처를 입고 이별을 고했다. 그녀가 떠난 뒤에야 그녀가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알게 되었고, 그 결핍감은 내게 통통한 여자라는 이상형을 남겼다. 그 뒤로 한 동안 통통한 여자만 찾았다. 정확히는 그녀를 다시 만나고 싶었던 거였다. 그렇게 내 이상형은 날씬한 여자에서 통통한 여자가 되었다.


 사랑했던 사람의 흔적이 남긴 이상형으로 연애를 시작하는 건 끝이 좋지 못하다. 과거의 사랑을 퇴행적으로 복원하고 싶은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연인에게 과거의 연인의 모습을 발견하려는 노력은 언제나 불행한 연애의 전주곡이다. 그런 연애는 “걔는 안 그랬는데 넌 왜 그래?”라는 치명적인 상처를 주곤 한다. 지금 연인에게 옛 연인의 흔적을 찾으려는 사람은 무례하고, 그 대상이 되는 사람은 서럽다. 어떤 식이든 이상형을 쫒아 시작하는 연애는 행복한 시간보다는 불행한 시간이 더 많을 것이다. 이것이 이상형을 찾아 연애를 시작하지 않아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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