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남자의 사랑, 강박증

강박증은 나의 욕망을 상대에게서 발견하려는 것

남자의 사랑, 강박증

“오빠 오늘은 어디 갈까?”
“야구 보러 가야지.”
“매일 야구장만 가? 영화도 보고, 공원도 걸으면 좋잖아”     


 남자는 여자를 만나 야구를 보러 가고 싶다. 물론 여자도 야구장에 가는 것이 싫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여자는 남자와 영화도 보고 산책도 하고 싶다. 구체적인 상황만 다를 뿐, 이런 식의 남녀 사이의 마찰은 연애를 하면서 누구도 피할 수 없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그건 기본적으로 남자의 사랑과 여자의 사랑이 다르기 때문이다. 먼저 남자의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자.


 남자의 사랑은 ‘강박증’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강박증’은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강박증이란 단어, 그러니까 어떤 생각이나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말하는 ‘강박증’이란 정신분석학의 개념이다. 이 강박증이란 개념에서 대해서 알기 위해 브루스 핑크가 쓴 「라캉과 정신의학」이란 책을 잠시 들여다보자. 강박증자는 대상을 자기 자신의 것으로 간주하며타자의 욕망과 그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핑크는 강박증에 대해서 타자(여성)를 자신의 것으로 간주하며, 그 타자의 욕망과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게 무슨 말인가? 남자는 여자 친구라는 존재를 자신의 것으로 간주하며, 그 여자 친구의 욕망과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이다. 여전히 납득하기가 쉽지 않으니 핑크의 이야기를 조금 더 들어보자. 강박증자는 성관계에 연루되더라도 상대를 대상 a’의 우연적인 용기나 매체에 지나지 않는다그에게서 상대사는 대체 가능하고 교환 가능한 것일 뿐이다.”      


남자의 페티시

우선 ‘대상 a’라는 말 때문에 이해가 쉽지 않다. ‘대상 a’는 복잡한 개념이긴 하지만 쉽게 말해 금지된 욕망의 대상이다. 엄마가 아이에게 “초콜릿은 절대 먹지 마!”라고 하면, 아이의 ‘대상의 a'는 초콜릿이 되는 것을 생각하면 쉽겠다. 이처럼 강박증은 성관계를 하더라도 그 상대를 금지된 '대상 a'를 담고 있는 ’용기‘나 ’매체‘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이다. 남자들에게 페티시(특정물건을 통해 성적 쾌감을 얻는 것)가 일반적인 이유도 이제 설명 가능하다.


 남성들에게 흔한 페티시인 하이힐이나 검은 스타킹은 남성에게 '대상 a'다. 금지되었기에 더욱 욕망되는 '대상 a' 말이다. 강박증자에게 상대는 ‘대상 a’(하이힐, 검은 스타킹)의 우연적인 ‘용기’나 ‘매체’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상대방은 대체 가능하고 교환 가능하다. 하이힐과 검은 스타킹을 '대상 a'로 갖고 있는 남성들에게 상대방이 누구인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그 대상이 하이힐과 검은 스타킹을 신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쾌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 상대방은 금지된 '대상 a'의 용기이거나 매체일 뿐이다. 그래서 교환·대체 가능한 것이다.



강박증은 나의 욕망을 상대에게서 발견하려는 것

 

이런 강박증적 증상은 비단 성적인 문제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쉽게 말해 강박증은 나의 욕망을 상대에게서 발견하려는 신경증적 증세다. 이제 강박증자는 대상을 자기 자신의 것으로 간주하며타자의 욕망과 그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다.”라는 핑크의 말을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강박증자는 대상에게서 자신의 욕망을 발견하려 하기에 대상을 자신의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고, 그렇기에 그 상대의 욕망과 존재를 인정할 수 없는 것이다. 조금 거칠게 말해 강박증자는 자신의 욕망만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할 수 있다.


 정신분석학자이자 철학자인 ‘자크 라캉’에 따르면 남성은 대부분 이 강박증에 지배된다고 한다. 이제 앞선 남자를 이해할 수 있다. 그 남자는 왜 영화도 보고 산책도 하고 싶다는 여자 친구의 바람을 읽지 못하고 매번 만날 때 마다 야구장에 가자고 했었을까? 그건 남자가 일정 정도 가질 수밖에 없는 강박증 때문이다. 자신의 욕망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심지어 그 자신의 욕망을 타자(여자친구)에게서 발견하려고 하려는 그 내밀한 강박증 때문이다.


 ‘옳다, 그르다’라는 가치 판단을 떠나 ‘남자의 사랑’은 일정 정도 이 강박증에 깊이 연루되어 있다. 많은 여자들이 남자 친구와 데이트 후에 묘한 허탈감과 허무함 혹은 약간의 불안감을 느낀 적이 있다고 말한다. 또 어떤 여자는 남자 친구와 함께 있어도 외롭고 공허한 기분을 느낀 적이 있다고 말한다. 이는 섬세한 여자가 남자의 강박증을 읽어내었기 때문인 것은 아닐까? 남자 친구가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욕망을 담을 용기나 매체 정도로 여기고 있음을, 그래서 언제나 교환·대체 가능하다는 것을 직감했기 때문은 아닐까?

매거진의 이전글 사랑, 그 자체가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해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