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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사랑, 히스테리

히스테리는 상대의 욕망에 나를 맞추려는 것

여자의 사랑, 히스테리

 

“오빠 요즘 왜 그래?”
“뭐가?”
“만나거나 연락하는 횟수가 예전보다 줄었잖아”
“일이 많아서 그래”
“오빠 정말 나 사랑하는 거 맞아?”     


 여자는 남자의 행동에 불안하다. 일주일에 두 세 번은 만나고, 연락은 하루에 몇 번씩 했던 남자 친구가 만나는 횟수도, 연락하는 횟수도 현저히 줄었기 때문이다. 남자라고 사정이 없는 건 아니다. 몇 주 전 부서가 바뀌는 바람에 새로운 업무 익히랴 동료들과 관계를 만들랴 정신이 없다. 그 업무적인 중압감과 새로운 환경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에 여자 친구에게 연락을 못했던 것이다. 여자는 남자의 자초지종을 다 듣고 난 이후에도 불안이 수그러들지 않는다.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가슴에 여전히 남은 불안을 이기지 못하고 끝내 남자에게 묻고 만다. “오빠, 나 정말 사랑하는 거 맞아?”


 이 마지막 질문에 남자는 불쑥 올라오는 짜증을 참을 길이 없다. “야! 지금 내가 얼마나 힘든지 이야기를 했는데도, 넌 한다는 이야기가 그거냐?”라며 화를 내버렸다. 그렇게 둘은 한참을 싸우다 남자는 지쳐서 전화를 끊어버렸고, 여자는 끊긴 전화기를 붙잡고 한참을 울었다. 이런 유쾌하지 않은 하지만 일상적인 연인의 다툼 역시 ‘남자의 사랑’과 ‘여자의 사랑’을 서로 잘 이해하지 못했기에 일어난 사달이다. 이제 여자의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히스테리는 상대의 욕망에 나를 맞추려는 것


남자의 사랑이 ‘강박증’이라면, 여자의 사랑은 ‘히스테리’다. 이 ‘히스테리’는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짜증’ ‘신경질’ 같은 의미와는 조금 다르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히스테리’는 정신분석학 개념이다. 정신분석학에서 히스테리의 개념을 알기 위해 다시 ‘브루스 핑크’의 「라캉과 정신의학」이란 책을 들춰보자. 히스테리 환자는 강박증자처럼 대상을 자기 자신을 위한 것으로 간주하기보다타자가 무엇을 욕망하는지 알아내려 한다그녀는 스스로 타자의 욕망을 지속시킬 수 있는 특정한 대상이 되려고 한다.” 


 강박증자가 대상(여자 친구)을 자기 자신의 것으로 간주하려고 한다면, 히스테리환자는 대상 (남자 친구)이 무엇을 욕망하는지 알아내려고 하고, 심지어 자신 스스로 타자(남자 친구)의 욕망의 특정한 대상이 되려고 한다. 모든 여성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많은 여성들은 자신이 욕망의 주체로서 자신의 욕망을 피력하기 보다는 자신이 상대의 욕망의 대상이 됨으로써 사랑받는 존재가 되기를 바라는 경향이 있다.


 그와 같은 맥락에서 핑크는 히스테리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히스테리환자는 성적 상대인 타자를 강조한다그녀는 타자의 욕망을 지배하기 위해 스스로 그 욕망의 대상이 된다.” 서로 사랑하는 남녀가 섹스를 할 때, 남자는 상대를 자신 마음대로 통제하는 데서 쾌감을 얻고, 여자는 남자의 통제 대상이 됨으로써 쾌감을 얻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것 역시 강박증으로서의 ‘남자의 사랑’과 히스테리로서의 ‘여자의 사랑’을 이해한다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 히스테리는 결국 상대의 욕망에 나를 맞추려는 신경증적 증세다.



 라캉에 따르면 대부분의 여성은 이 히스테리, 상대의 욕망에 나를 맞추려는 신경증적 증세에 지배받는다고 한다. 그러니 ‘여성의 사랑’ 역시 이 히스테리(남자 친구의 욕망의 대상이 되려는 신경증적 증상)과 깊이 연루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앞의 여자 친구는 그저 남자친구와 만나는 횟수와 연락하는 횟수가 조금 줄어들었을 뿐인데, 왜 그리 조바심을 냈던 것일까? 또 남자의 상황을 다 듣고 난 이후에도 왜 여전히 그 조바심과 불안을 이기지 못했던 것일까?


 이 질문에 ‘여자의 사랑’이 히스테리와 깊이 연루되어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어렵지 않게 답할 수 있다. 여자는 남자와 접촉하는 횟수가 줄어듦으로써 남자의 욕망을 잘 읽어 낼 수 없었기에 불안했던 것이다. 남자의 욕망을 잘 읽어내야만 자신이 남자가 욕망하는 대상이 될 수 있는데, 남자의 욕망을 읽어내지 못해 점점 더 남자의 욕망 대상이 되지 못할까 불안했던 것이다. ‘여자의 사랑’은 자신의 욕망에 집중하기보다 상대의 욕망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더 정확히는 ‘여자의 사랑’은 남자의 욕망을 지배하기 위해서 남자의 욕망의 대상이 되려는 것과 깊은 관련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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