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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많이 하면 이성을 잘 알게 될까?

연애박사들의 헛소리

연애박사들의 헛소리


“연애를 많이 해보는 게 좋아요. 그래야 여자에 대해 빠삭하게 알게 되거든요.” 


자칭 연애박사들이 있다. ‘연애컨설턴트’라는 그럴듯한 직업이 생긴 걸 보니 요즘에는 그걸로 밥벌이도 하는 모양이다. 그들은 종종 ‘연애를 많이 하면 이성에 대해서 잘 알게 된다’라는 연애 조언을 한다. 맞는 이야기일까? 성급하게 답하기 전에 우선 그네들이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부터 알아보자. 남자와 여자는 같은 행성에 살 뿐, 전혀 다른 종류의 인간이라 보아도 무방하다. 남자로 태어나서 남자로 길러진 사람과 여자로 태어나 여자로 길러진 사람은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오죽 했으면 ‘화성에 온 남자, 금성에 온 여자’라는 제목의 책까지 나왔을까.


 그런 까닭에 연애초보들은 이성을 대할 때 수많은 헛발질을 하게 된다. 그 헛발질 때문에 좋아했던 사람을 안타깝게 떠나보내야만 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그래서 많은 연애박사들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이성이 어떤 존재인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하는 것일 테다. 비단 연애만 그럴까? 일상적인 관계를 잘 꾸려가는 데도 이성을 잘 아는 건 중요한 일이다. 어찌 되었건 지구의 반은 남자고 그 나머지 반은 여자니까. 연애박사들은 너무나 어려운 숙제인, 이성의 존재를 잘 알기 위한 방법으로 연애를 추천하는 셈이다.


 태어나서 연애 근처에 한 번 가보지 못한 사람과 많은 연애를 경험해본 사람은 이성을 대하는 데 분명한 차이가 난다. 연애를 많이 해본 남자는 안다. 여자는 대체로 항상 관심 받고 인정받고 싶어 하고 또 다정하게 대해주길 바란다는 걸. 그래서 연애 꽤나 해봤다는 남자는 바쁜 와중에도 여자 친구에게 자주 연락하고, 예쁘다고 말해주고, 다정하게 말하려고 노력한다. 연애를 많이 해본 여자도 마찬가지다. 그네들은 남자가 대체로 대화보다 먼저 섹스를 원하며, 종종 혼자 있기를 원한다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그녀들은 가급적 남자가 원하는 걸 해주려고 노력한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

       

연애를 많이 하면 이성에 대해서 잘 알게 된다는 건 너무나 자명해보인다. 하지만 이는 연애의 진실이 아니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말이 있다. 대체로 자칭 연애박사 혹은 연애컨설턴트는 선무당인 경우가 많다. 아무리 많은 연애를 해도 세상의 모든 여자(남자)를 만나 볼 수는 없다. 그러니 연애 꽤나 했다고 ‘여자(남자)는 이런 존재야!’라고 단정하듯 말하는 건, 일종의 선입견이다. 자신이 만난 여자(남자)의 공통점을 성급하게 일반화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선입견.


 내게도 선무당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적지 않은 연애를 통해 ‘여자는 이런 존재구나!’라는 확신에 차있던 시절이었다. 그 확신 중에 하나는 여자는 언제나 관심 받고 싶어 하고, 그래서 자주 연락하는 걸 좋아하는 존재라는 확신이었다. 그러다 한 여자를 만났고 연애를 시작했다. 연애 초반 너무나 당연하게 자주 연락을 했다. 통화를 할 때마다 뭔가 찜찜하다고 느꼈지만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여자에게는 당연히 이렇게 해줘야 해’라는 확신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 얄팍한 확신이 찢겨져 나가는 데는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았다. 그녀가 어학연수를 준비하느라 한창 바쁠 때였다. 짬을 내어 그녀에게 전화를 했다.

 

“뭐해?”
“뭐하긴 제출할 서류 챙기고 어학연수에 필요한 것들 준비하고 있지”
“그렇구나. 준비는 잘 되가?”
“오빠? 지금 중요한 이야기 할 거 아니지?”
“어? 어... 그렇지. 용건이 있어서 전화한 거 아니니까”
“미안한데, 당분간 가급적 중요한 일 아니면 주말에 만나서 이야기하자”



 그날 그녀와의 대화에서 얼마나 민망하고, 쪽팔리고, 당황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 경험은 내게 너무나 소중했다. 그녀는 이제껏 만났던 여자와 달랐다. 여자라고 다 관심 받고 싶고, 항상 남자 친구의 연락을 기다리는 존재가 아니라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그녀를 만나지 못했다면, 어쩌면 지금까지도 ‘여자는 이런 존재야’라는 확신이 나만의 선입견이었음을 모른 채 살았을지도 모르겠다. 연애를 하면 여자(남자)를 알 수 있지만, 그 여자(남자)는 보편적인 존재가 아니다. 겨우 자신이 만났던 몇몇 여자(남자)의 공통분모로 추출해낸 선입견일 뿐이다.      

 그런 지극히 편협한 선입견으로 무장한 선무당은 필연적으로 헛발질을 할 수밖에 없다. ‘여자(남자)는 이런 존재야!’라고 확신하는 남자(여자)는 피곤하고 위험하다. 지금 눈앞에 있는 상대를 읽으려 하지 않고 자신의 확신 속에 존재하는 허구의 대상과 연애를 하는 것이니 말이다. 그런 사람과 하는 연애는 얼마나 피곤하며 또 때로는 얼마나 위험하겠는가. 안 봐도 비디오다. 그래서 ‘연애를 많이 하면 여자(남자)를 알게 된다.’는 건 명백한 헛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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