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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를 긍정하고 있으세요?

몸과 정신은 따로 존재 하지 않는다. 그래서 섹스는 좋은 것이다.

섹스에 관한 우리의 생각

“연인이 있다면 섹스를 많이 하세요.”
“그래도 너무 자주 하는 건 좀....”
“섹스가 나쁜 건가요?”
“나쁜 건 아니지만 딱히 좋다고 말할 것은 아니잖아요.”


 철학을 가르치는 수업에서 대학생들과 나눴던 대화였다. 고등학교 때였던가? 근처 여고에서는 매년 혼전순결 서약 같은 걸 했었던 걸로 기억한다. 동네 교회에서 그 비슷한 행사를 했었던 기억도 난다. 혼전순결, 결혼을 하기 전에 섹스를 하지 않겠다는 서약이다. 황당하다. 결혼하기 전에 섹스를 하지 말라는 이야기도 황당하지만, 남자에게는 요구하지 않는 혼전순결서약을 여자에게만 요구했던 것은 더욱 황당한 일이다.


 혼전순결서약이 말하는 것이 결국 무엇인가? 단순하게 말해, ‘결혼 전에 하는 섹스는 나쁘다’는 것이다. 세상이 많이 변해 ‘섹스가 나쁜가요?’라는 질문에 명시적으로 ‘나쁜 것은 아니에요’라고 말할 정도는 되었지만, 여전히 섹스를 마음 놓고 긍정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니 섹스가 나쁘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딱히 좋다고 말할 것은 아니잖아요.’라는 대답을 하는 것일 테다.


 왜 섹스를 긍정하지 못하고 참고 억눌려야 할 것으로 생각하게 되었을까? 먼저 조선시대부터 이어진 유교적인 가부장 문화를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섹스를 긍정하지 못하게 된 데에는 훨씬 더 근본적이고 내밀한 이유가 있다. 먼저 서양의 철학자를 한 명 만나보자. ‘데카르트’ 그는 서양의 중세를 종결짓고 근대를 연 철학자다. 데카르트라는 이름은 들어보지 못했어도,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유명한 이야기는 한 번 즈음 들어봤을 법하다.


                                            

데카르트의 저주


데카르트는 인간의 이성, 즉 정신의 중요성을 주장하면서, 인간이라는 존재를 정신과 신체로 나누어 파악했다. (이것을 데카르트의 ‘이원론’이라고 한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고 말한 이유도 인간의 존재 이유 자체가 생각, 즉 이성(정신)에 있다고 생각해서였다. 그러니 당연히 데카르트에게 인간은 이성적인 존재였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세상에 존재하는 인간 중 이성적인 존재가 얼마나 있던가. 단식 중인 세월호 유가족 앞에서 폭식 투쟁을 할 정도로 비이성적인 존재가 넘쳐나는 건, 데카르트 시대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였을 게다.


 ‘세상에 넘쳐나는 비이성적인 인간들은 어떻게 설명할 거야?’라는 질문에 데카르트는 답해야만 했다. 자신이 ‘인간은 이성적인 존재’라고 말했으니까. 데카르트의 답은 ‘인간에게는 육체가 있기 때문’이었다. 인간은 원래 이성(정신)적인 존재이지만, 육체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욕망나 감정들이 이성적인 부분을 방해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데카르트는 인간이 이성적 존재가 되기 위해서는 육체로 인해 파생된 욕망과 감정을 억눌려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바로 여기가 우리가 섹스를 긍정하지 못하게 된 첫 지점은 아니었을까? 우리는 여전히 데카르트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성적인 것(공부, 독서, 사색)은 좋은 일이라고 여기는, 육체적인 것이나 욕망에 관련된 것(먹고, 자고, 마시고, 섹스 하는 것)은 나쁜 일이라고 여기는 경향이 여전히 남아 있다. 섹스를 긍정하지 못하게 된 것은 데카르트의 저주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이성적인 인간이 되기 위해 육체적인 욕구와 그로 인해 파생된 욕망과 감정은 기피하거나 억눌러야 할 대상으로 여기게 된 것은 아닐까?



몸과 정신은 따로 존재 하지 않는다. 그래서 섹스는 좋은 것이다.


사랑은 정신적인 것이고, 섹스는 육체적인 것이기에 사랑은 고상하고 좋은 것이고, 섹스는 천박하고 나쁜 것이라고 여기게 된 것일 테다. 그런데 이런 생각의 바닥에는 전제가 하나 있다. 정신과 육체가 따로 있다는 전제. 이 전제는 과연 옳은 것일까? 정말 정신과 육체가 따로 존재하는 걸까?


 시험기간에는 밥을 안 먹는 친구가 있었다. 그의 지론은 ‘배가 고파야 생각이 명료해져서 집중이 잘 된다’였다. 그는 집중해서 공부를 잘했을까? 한 두 시간 공부하면 지쳐서 책상에 엎드려 자는 일이 다반사였다. 반면 적절하게 밥을 잘 먹은 친구가 오히려 더 집중해서 공부 잘했고 성적도 더 좋았다. 정신과 육체는 완전히 별개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데카르트는 틀렸다. 정신과 몸은 따로 있지 않다. 정신과 몸은 함께 간다. 아니 그 자체가 이미 하나다. 정신과 육체가 하나라면, 정신적인 것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할 필요도, 육체적인 것에 더 낮은 가치를 부여할 필요도 없다. 섹스가 나쁘다는 관념은 가부장적이고 유교적인 문화의 산물이거나, 데카르트부터 시작된 근대적 인신의 산물일 뿐이다. 섹스는 좋다. 잘 먹어야 공부에 집중할 수 있듯이, 섹스를 잘 해야 사랑에도 집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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