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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적인 섹스는 가능한가?

섹스는 취향이다.

섹스는 취향이다.


“섹스할 때 구두신고 하자고 말하고 싶은데 그럼 여자 친구가 이상하게 생각하겠죠?”
“남자 친구에게 폴로 향수가 날 때 흥분이 되는데 그런 이야기하면 절 이상하게 보겠죠?”     


 수위를 조금 높여보자. 사람들은 대체로 자신의 성적 욕망이나 취향을 드러내는 것을 꺼린다. 섹스는 가장 내밀한 욕망 중 하나이기에 쉽게 털어 놓은 적이 없어서다. 그래서인지 연애 중인 사람들은 자신의 성적 욕망이나 취향이 비정상적인 것이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연인에게 자신의 성적 취향을 선뜩 밝히지 못하는 경우도 이해가 된다. 연인에게 자신의 내밀한 성적 취향이나 욕망을 밝혔다가 ‘변태’ 취급을 받으면 어쩌나 두려운 것이다.      


 사랑하기에 상대에게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은 게 연애 아닌가? 그래서 사람들은 종종 묻는다. “정상적인 섹스는 어떤 거예요?” 이 질문에 답하기 전에 먼저 ‘정상적인 섹스가 가능한가?’라는 질문부터 해야 한다. 노골적으로 이야기하자. 남자가 위에 여자가 아래에 있는 섹스를 소위 ‘정상위’라고 한다. ‘정상위’니까 그게 정상적인 섹스인 걸까? 그렇다면, 여자가 엎드린 상황에서 남자가 뒤에 있는 자세로 섹스하는 소위 말하는 ‘후배위’는 비정상인 걸까?


 ‘정상적인 섹스’라는 말 자체가 이미 말이 안 된다. 왜냐? 섹스라는 것 자체가 지극히 개인적인 한 사람의 취향이기 때문이다.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발라드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트롯트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취향이다. 이 취향을 두고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은 정상이고, 트롯트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은 비정상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섹스 역시 마찬가지다. 섹스 역시 한 개인의 취향이기에 거기에 ‘정상-비정상’의 구분은 그 자체가 이미 말이 안 된다. 



‘변태’나 ‘색녀’로 오해받으면 어쩌나?


정상위가 좋은 것도, 후배위가 좋은 것도, 구두신고 섹스하는 게 좋은 것도, 폴로 향수를 느끼면서 섹스하는 게 좋은 것도 모두 개인적인 취향일 뿐이다. 섹스에 대한 어떤 취향도 정상적이지도 비정상적이지도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문제가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현실 연애로 돌아오자. 섹스가 개인적인 취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일지라도, “오늘은 검은색 스타킹 신고하면 안 될까?” “손목에 시계차고 있는 걸 보면 흥분 돼”라고 연인에게 자신의 성적 취향에 대해 말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나 연애 초기라면.


 섹스가 취향이긴 하지만 연애는 혼자가 아닌 둘이 하는 것이기에 상대가 나의 성적 취향을 어찌 생각할지 걱정이 된다. 혹여나 나를 왜곡된 성적 가치관을 갖고 있는 ‘변태’나, 섹스만 밝히는 ‘색녀’로 생각하면 어쩌나하는 걱정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언제나 사랑받고 싶은 대상에게 오해받을까 두려워하는 마음, 이것이 연애에서 섹스에 관한 문제로 속앓이를 할 수밖에 없는 본질적인 이유다. 이쯤에서 연애에서 섹스가 사랑을 더욱 깊게 만들어주는 메커니즘에 대해서 알아볼 필요가 있겠다.



섹스의 두 가지 효용


섹스할 때를 생각해보자. 입술에 키스는 물론이고, 다른 사람에게는 보여주는 것도 꺼려지는 성기에 입을 갖다 대고 키스하고 애무를 한다. 그뿐인가? 가장 섬세하고 예민한 서로의 성기가 결합할 때 느껴지는 그 쾌감은 묘한 표정과 신음소리를 불러일으킨다. 그 표정과 신음소리는 둘 이외에는 누구도 알지 못하는 둘만의 소중한 경험으로 자리 잡게 된다. 이 경험은 서로의 가장 내밀한 그래서 누구도 알지 못하는 비밀을 공유했다는 둘만의 강한 유대감으로 이어진다. 이 유대감은 분명 사랑을 더욱 깊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다.


 섹스를 통해 사랑이 깊어지는 이유가 이 유대감만은 아니다. 남자든 여자든 성기는 ‘불결한’ 것일 수밖에 없다. 성은 언제나 억압과 금시의 대상이었기 때문에 남에게는 결코 드러낼 수 없는 불결한 것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섹스는 서로의 가장 불결하다 생각하는 부분을 가장 사랑스럽게 대해주는 행위다. 누구에게도 사랑받을 수 없는 불결한 곳이라고 여겼던 곳을 열정적으로 어루만지며 혀로 핧아주기도 한다. 이 과정은 그저 서로의 본능적인 성적 욕구를 해소하는 것 이상이다.



 상대가 나의, 내가 상대의 가장 ‘불결한’ 부분을 가장 사랑스럽게 대해준다는 것, 이것은 서로가 서로를 온전히 받아들여준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생각해보라. 너무도 불결하다고 여겼기에 누구에게도 드러낼 수 없었던 부분을 연인이 열정적으로 사랑해줄 때, 나 자신이 온전하게 누군가에게 받아들여졌다고 느끼지 않을 도리가 없다. 상대도 마찬가지다. 서로가 서로를 온전하게 받아들였다는 느낌은 섹스 자체가 주는 즐거움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충만감이다. 그래서 섹스는 사랑을 더욱 뜨겁게 만들어준다


 정상적인 섹스는 없고, 또 자신의 성적 취향을 숨길 필요도 없다. 자신의 성적 취향을 정직하게 드러내고 그것을 서로가 받아들일 때 더 깊은 사랑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구두를 신고 섹스하고 싶다는, 폴로 향수를 맡을 때 마다 흥분이 된다는, ‘불결한’ 욕망을 연인은 귀엽게 이해줄 것이다. 아니 그 욕망에 열정적으로 부응해줄 것이다. 이미 서로를 사랑하고 있으니까. 누구에게도 드러낸 적 없는 ‘불결한’ 욕망을 서로 드러내고 공유하는 과정을 통해 사랑은 더욱 깊어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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