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함 VS 무례함
연애의 최고 덕목, 정직함
“이야기 할 게 있어”
“뭔데?”
“처음 만났을 때, 나한테 학번 물었었잖아?”
“어, 그랬지. 나이 물어보기가 좀 그래서”
“그런데... 나 사실 집이 어려워서, 대학 못 갔어.”
연애를 막 시작했을 때, 정직해지기란 쉽지가 않다. 왜 안 그럴까? 연애를 하면 상대에게 세상에 가장 예쁘고 근사한 모습만을 보이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아픈 과거나 스스로 생각하기에 흉한 모습이라고 여겨지는 부분은 숨기고 싶게 마련이다. 상대가 나를 오해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 때문이다. 술주정뱅이 아버지를 숨기고 싶어 남자 친구가 집 앞까지 데려다 주는 것을 꺼리는 여자, 작은 회사에 다니는 것을 숨기고 싶어 여자 친구에게 거짓말을 하는 남자는 흔하지 않던가.
하지만 누가 뭐래도 연애의 최고의 덕목은 정직함이다. 상대를 위해서도 자신을 위해서도 정직한 게 좋다. 술주정뱅이 아버지를 숨기고 싶은 여자의 사랑이 깊어지면 어떻게 될까? 남자 친구 집에 종종 놀러갔던 그녀는 이제 걱정되고 불안하다. 자신도 남자 친구를 집에 초대해야만 할 것 같아서다. 남자도 힘든 건 매한 가지다. 그녀를 너무 사랑하기에 더 가까워지기를 바랐지만, 어쩐지 그녀는 벽을 세워두고 있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남자는 걱정스럽고 불안하다. 자신이 그녀를 사랑하는 만큼 그녀는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 있는 것 같아서.
여자는 정직하지 못했던 대가로 자신도 그리고 남자 친구도 힘든 게 만든 것이다. 최악의 경우, 그 정직하지 못했던 시작 때문에 이별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여자는 ‘아버지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하느니 차라리 헤어지는 게 나아!’라고 생각할 테고, 그로 인해 남자는 또 다른 수많은 오해를 하게 될 테니까. 정직하지 못한 연애의 결말은 언제나 불행하다. 조금 창피하지만, 조금 아프지만, 조금 걱정이 되지만, 연애를 할 때는 정직한 게 최고다.
연애의 독, 무례함
“왜 전화를 안 받는 거야? 몇 번 전화한 줄 알아?”
“아, 수업 중이었어.”
“잠시 나와서 전화 받는 게 그렇게 어려워?”
“그래, 다음엔 받을 게”
“저번에 말했지? 나 맞벌이에 외동이어서 혼자 있는 거 싫어한다고!”
연애를 하면서 정직함만큼 힘든 것이 또 있다. 바로 무례함이다. 상대의 상황과 처지, 감정을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상황과 감정만을 앞세우는 무례함은 연인뿐만 아니라 연애 자체를 회의적으로 만들곤 한다. 서로 애틋한 마음으로 연애를 시작했지만 어느 순간 서로에게 무례하게 구는 경우가 있다. 구애받았던 입장의 사람이 연애를 하면서 상대에게 무례하게 구는 경우도 있고, 구애했던 사람이 연애가 시작되자 무례하게 구는 경우도 있다. 어느 경우 경우이든 무례함은 연애의 가장 큰 적이다.
누군가 자신을 함부로 대하는 것이 기분 좋을 리 없다. 이것이 우리가 연애를 하려는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주위에 무례하게 구는 사람이 너무나 많기에 연애를 하고 싶은 것은 아닐까. 적어도 연인만은 무례함 아니라 깊은 애정과 관심으로 섬세하고 따뜻하게 대해줄 것이라 믿고 있으니까. 그런데 그렇게 누군가에게 간절히 사랑받고 싶어 시작한 연애 끝에 다시 무례함을 만난다면, 그 연애에서 오는 절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래서 무례함은 연애의 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