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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표방지심리'는 비겁함이다.

'될' 놈을 찍어주지 말고, '되야 되는' 놈을 찍어주자.

‘밴드웨건’ 효과라는 게 있다. 유행에 따라 상품을 구입하는 소비현상을 뜻하는 경제용어다. 다른 사람이 사면 나도 사고 싶은 일종의 편승효과다. ‘밴드왜건’효과라는 말은 경제학이 아니라 정치에서 더 자주 등장한다. 정치에서도 ‘밴드웨건’ 효과가 있다. 다수의 후보가 있어도 소수의 후보에게 표가 몰리는 현상이다. 쉽게 말해, ‘될 놈을 찍어줘야 한다’는 일종의 편승효과다.      


 예를 들면, 딱히 안철수를 지지 하지 않지만, 많은 사람들이 안철수를 지지 하는 것 같으면 좀 못마땅해도 안철수를 찍어주는 것이다. 선거가 임박하면 이런 밴드웨건 효과의 위력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될 놈인지 아닌지 선거가 임박할수록 더 선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정치에서 이런 ‘밴드웨건’ 효과는 왜 생길까? ‘다른 사람도 다 아이폰을 사니까 나도 하나 장만해야지’라는 심정으로 투표를 하는 것일까?      


 정치에서 ‘밴드웨건’ 효과는 조금 더 복잡한 층위의 문제다. 기본적으로는 최악을 막기 위해 차악을 선택한다는 마음이 탓일 게다. 딱히 유승민을 지지 하지만 ‘종북좌파’ 문재인(최악)이 대통령이 되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어 안철수에게 표를 주는 사람이 있다. 마찬가지로, 심상정을 지지하지만 ‘깜이 안 되는’ 안철수(최악)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어 문재인에게 표를 주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들이 모여 밴드웨건 효과가 만들어지는 게다.     


 밴드웨건 효과의 다른 원인이 있다. ‘사표방지 심리’다. ‘사표방지 심리’는 안 될 것 같은 후보에게 표를 줘서 내 표를 죽은 표로 만들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유승민을 지지하지만 찍어도 안 될 것 같아서, 안철수에게 표를 주는 사람이 있다. 심상정을 지지 하지만 찍어도 안 될 것 같아 문재인에게 표를 주는 사람도 있다. 사람들은 ‘사표방지 심리’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지지 하는 사람은 따로 있지만 합리적으로 생각해서 안철수를 찍는 거야”라고 말하면서 자신이 전략적이며 합리적인 사람이라고 은근히 자랑한다.    


 이 ‘사표방지심리’는 ‘전략적’이며, ‘합리적’인 것일까? 아니다. 이건 ‘전략적’, ‘합리적’인 것이라기보다 ‘비겁함’에 가깝다. 이길 것 같은 사람에게 투표해서 알량한 성취감을 맛보고 싶은 것은 아닐까? 이런 '사표방지심리'가 이해도 된다. 우리는 대체로 현실에서 패자 아니었나. 아니 승패를 떠나 제대로 승부 한 번 걸어본 적도 없는 소시민들 아닌가. 그런 우리가 대통령 선거를 통해 간접적이고 잠시나마 승자의 기분을 만끽해보고 싶은 심정, 이해 못 할 바도 없다.      


 그렇다고 해도 이 ‘사표방지심리’가 ‘비겁함’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하려고 애를 쓰지 않고, 결혼할 만한 사람을 사랑하려고 애를 사람은 너무 비겁하지 않은가? 너무 초라하지 않은가? 우리는 ‘비겁함’을 ‘전략적’, ‘합리적’이라는 말로 포장하는 데 너무나 익숙하다. 자신의 남루함과 초라함이 폭로되려 할 때, 언제나 전략적, 합리적이라는 말로 덕지덕지 화장을 한다. 사랑하는 사람 대신 조건에 맞춘 사람과 결혼을 하지만 스스로에게 말한다. “결혼은 현실이잖아. 현실은 합리적으로 생각해야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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