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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심을 감당할 수 없는 사람만 화를 낸다.

분노는 자신을 창피하게 여기는 사람들의 마지막 발버둥

수치심을 감당할 수 없는 사람만이 화를 낸다.

수치심을 느끼지 않는 사람은 자격지심이 없다.

그래서 화를 내지 않는다.     


‘쿵’ 냉장고를 열자마자 유리그릇이 떨어졌다.

“뭐하는 거야”

“당신이 이런 거잖아!”

“이런 씨발! 뭐든 내 잘못이야?”


철학 책 꽤나 읽었다는, 그래서 어른인 체 했던, 

남편은 숟가락을 던지며 욕지거리를 했다.

남편은 안다. 자기 잘못이란 걸. 

그래도, 아니 그래서 화가 난다.     


분노는 자신을 창피하게 여기는 사람들의 마지막 발버둥이다.

자신이 부끄러워서 견딜 수 없어서 화라도 내는 것이다.

남편은 자신에게 화를 낸 거다. 

자신을 부끄러워하는 자신이 너무 싫어서.

     

남편은 늦은 밤, 홀로 앉아 묻는다.

나는 왜 나를 부끄러워했는가?

그 놈의 돈 때문인지, 장모 때문인지. 

말할 수 없는 것들을 떠들어 대었기 때문인지.

     

남편은 답할 수가 없다. 

어느 것이 답인지 몰라서가 아니라

어느 것을 답하더라도 

수치심은, 자격지심은, 당분간 사라지지 않을 것임을 알기에.


욕지거리를 듣고 있었던 아이들 얼굴이 생각나,  

늦은 밤,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기도하는 심정으로 글을 쓴다.

자신을 창피하게 여기지 않게 해달라고. 


수치심을 감당할 수 없는 사람만이 화를 낸다.

수치심을 느끼지 않는 사람은 자격지심이 없다.

그래서 화를 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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