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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감'을 갖지 마세요.

자신감과 자존감의 위험한 상관관계

자신감은, 없다


세상 사람들은 자신감이 낮아지는 것을 잘 견디지 못한다. 자신에게 칭찬을 해주는 사람들을 곁에 두려하고, 비난을 하는 사람을 멀리하려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칭찬을 들으면 자신감이 높아지고, 비난을 들으면 자신감이 낮아지는 까닭이다. 흔히, 자신감이 충만한 사람은 행복하고, 자신감이 낮은 사람은 불행하거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 자신감 넘치는 사람은 어떤 일을 할 때 자신을 의심치 않고 거침없이 그 일을 해나가고, 자신감이 낮은 사람은 자신을 믿지 못해 어떤 일이든 주저하고 망설이기 때문일 테다.     


 하지만 정말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은 행복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불행한 걸까? 쉽게 답하기 전에 먼저 자신감이 무엇인지부터 알아보자. 자신감은 ‘어떤 일을 해낼 수 있다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자신감은 미래에 대한 확신이라는 사실이다. 자신감 넘치는 사람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어떤 일에 대해 확신하는 사람이다. 이 얼마나 공허한 이야기인가? 수많은 변수에 때문에 결코 예측될 수도, 통제할 수도 없는 미래에 대해, 오직 자신감 넘치는 사람만이 확신한다. 


 우리가 자신감에 그토록 목을 매는 이유는 예측·통제 불가능한 미래에 대한 불안함에 기원한다. 그나마 ‘할 수 있다’는 허구적 자신감이라도 있어야 두려운 미래를 감당할 수 있을 것 같다. 바로 이런 연유로 세상 사람들이 그리도 자신감에 집착하는 것이다. 미래는 어느 누구도 알 수도, 통제할 수도 없다. 미래는, 만약 신이 존재한다면 그의 영역일 뿐이다. 그래서 넘치는 자신감의 끝은 결국 종교적 영역으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세상을 농락했던 역대 사이비 교주들을 보라! 그들만큼 자신감 넘치는 사람은 없다. 


 자신감은 없다.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일을 해낼 수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자기 확신은 허구다. 그건 미래가 현재가 되어봐야지만 알 수 있는 것일 뿐이다. 



행복은 자존감에 달려 있다


그렇다면 행복은 어디서 찾아야 하는 걸까? 자존감이다. 자존감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모습을 긍정하는 힘’이다. 이것이 우리의 행복을 담보한다. 즉, 좋은 모습, 나쁜 모습 모두를 자신이라고 받아들이며 긍정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어떤 인간이든 긍정적 자아와 부정적 자아는 존재한다. 낮에는 성실한 직장인이지만, 밤에는 폭력적인 남편일 수 있다. 현실에서는 누구보다 친절하지만, 온라인에서는 누구보다 사악한 인간일 수 있다. 


 인간은 그런 존재다. 우리에게는 긍정적 자아와 부정적 자아가 섞여 있다.  우리가 불행한 이유는 긍정적 자아는 자신의 모습이라 믿고, 부정적 자아는 자신의 모습이 아니라 믿으며 은폐하고 왜곡하기 때문이다. 행복은 자존감에 달려 있다. 그래서 답은 심플하다. 자존감을 단단하게 하면 된다. 문제는 그게 잘 안 된다는 것이다. 답은 알지만 그게 왜 안 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자신감-자존감’ 사이의 관계성에서 찾아야 한다.      



자신감과 자존감의 위험한 상관관계


 '자신감-자존감'의 관계에는 심각한 문제가 하나 도사리고 있다. 우리가 '자존감을 쌓아올리려 할 때 필연적으로 자신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보자. 직장을 그만두고 사업을 하려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가 자존감을 높이려면 어찌해야할까? 직장에서 유능했고, 인정받았다는 ‘긍정적 자아’와 때로 게으르며, 결단력이 없다는 ‘부정적 자아’를 동시에 같은 크기로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그게 가능할까? 어렵다. 부정적 자아를 받아들였다가는 사업을 시작하기 위한 자신감에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는 걸 직감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게으르며 결단력이 없다는 사실을 온전히 받아들이면 사업을 시작할 자신감이 생기기 어렵다.


 자존감을 쌓아올리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자신감 때문이다. 부정적 자아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사이에 필연적으로 자신감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는 그것을 견디지를 못한다. 그래서 언제나 부정적 자아를 억지스레 외면하고 은폐하느라 낮은 자존감에 머물 수밖에 없다. 힘든 일 앞에서 섰을 때, 마치 주술처럼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를 되뇌고 외치는 것도 부정적 자아를 외면하고 은폐하는 것이다. 그 사이에 우리의 자존감이 바닥으로 떨어져간다는 것도 모른 체 말이다.  


 자신감에 목을 맬 필요 없다. 자신감 자체가 허구이기고 하고, 그 허구에 집착할 때 자존감은 더욱 바닥을 치게 되는 까닭이다.  자신감이 낮아지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 없다. 오히려 자신감이 낮아지는 것을 환영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자신감이 낮아진다는 말은 부정적 자아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있다는, 즉 자존감이 단단해지고 있는 과정이라는 의미이니까. 자신감 없다고 스스로를 다그치는 이들은 단단한 자존감을 만들어가고 있는 과정이다. 자신감 없는 이들은 스스로를 책망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대견스럽게 생각해야 한다. 진짜 행복으로 다가서고 있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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