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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토

나는 내가 그리도 역겨웠나보다.

이유 없는, 이유 모를, 두통에 시달린 적이 있을까?

이유 없는, 이유 모를, 두통에 시달리다 구토를 한 적이 있을까?

머리가 아파서, 어지러워서 더 이상은 어찌할 수 없어 구토를 하게 된다.


병원을 가야 할까?

두려운 마음에 이유를 찾게 된다.

나는 왜 구토를 할 정도로 머리가 아프고 어지러울까?


병이 생긴 걸까? 고민이 많아서일까? 술을 많이 마셔서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유를 찾을 수가 없다.

그러다 다시 구토를 하러 간다.


위액까지 다 토하고 나서 기력이 빠진 모습으로,

세면대에 물을 틀었다.

입을 헹구고, 세수를 했다. 거울을 봤다.


아, 두려운 마음이 사라졌다.

이유를 알았다. 두통과 어지러움과 구토의 이유를.

두려움은 괴로움이 되었다.


나는 내가 역겨웠던 게다.

누군가에게 상처 주었던 내가.

말할 수 없는 것들을 떠들었던 내가.

누구도 제대로 사랑할 수 없는 내가.


나는 내가 그리도 역겨웠나 보다.

그래서 머리라도 아팠어야만 했나보다.

자신을 역겨워하는 나를 감당할 수 없어서.


머리가 아프다. 어지럽다.

나는 다시 구토를 하러간다.

이 구토와 함께 나를 역겨워했던 오물도 함께 토해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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