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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노자, 신을 너무 사랑해 무신론자가 된 철학자

에티카 1장 워밍업 II

"스피노자는 무신론자인가?"


스피노자는 신에 대한 인식을 해체하려고 했다. 그래서 종종 스피노자는 무신론자라고 언급되기도 한다. 실제로 1장 ‘신에 관하여’에서 당대의 전통적인 신에 대한 인식을 해체하려는 의도를 드러낸다. 그렇다면 스피노자는 정말 무신론자일까? 쉽게 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스피노자가 해체하려고 한 것은 신 자체가 아니라 신에 대한 인간의 인식이었기 때문이다. 스피노자를 굳이 무신론자로 규정하고 싶다면 이렇게 규정하는 것이 공정하다. ‘신을 너무 사랑해 무신론자가 된 철학자.’      


 전통적인 신에 대한 관념은 ‘초월적인 신’이다. 만물을 창조한 절대자. 인간과 세상을 초월해서 존재하는 절대자. 그것이 신이다. 하지만 누구보다 영민했던 스피노자에게 이것은 터무니  없는 인식이었다. 초월적인 신을 논리적으로 해체하는 논리적 증명은 에티카를 읽는 백미다. (뒤에 집중적으로 말하도록하자) 이것보다 큰 지적 만족감을 주는 사유도 드물다. 스피노자는 그런 사유를 통해 자신이 생각하기에 신은 세상을 초월해 있는 어떤 절대적 존재가 아니라 세상 자체, 즉 자연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스피노자 이렇게 신을 초월적 신이 아닌 자연 자체로서의 신으로 규정하게 된다. 흔히 ‘범신론’ 汎神論 이라고 부르는 스피노자의 신에 대한 인식도 같은 맥락이다. 자연 자체는 세상 그 자체이기에 신神은 어디에나汎 존재한다고 보았다. 이 같은 스피노자의 파격적인 신에 대한 인식전환은 신을 부정해서가 아니었다. 너무나 사랑하는 사람이 있을 때 그 사람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알고 싶은 것처럼, 스피노자도 그랬던 것 같다.      


 신을 너무 사랑했기에 세상 사람들의 신에게 행했던 허황되고 거짓된 덧칠을 벗겨내고 신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고 싶었던 것이다. 스피노자의 이런 모습은 에티카 본문 곳곳에 드러난다. (뒤에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로 하자) 또한 1장 ‘신에 관하여’를 통해 전통적 신의 인식을 해체 했음에도 불구하고 에티카 후반부에 까지 ‘신’이라는 단어를 지속해서 사용한 것은 스피노자의 신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던 흔적일지도 모르겠다. 어떤 존재가 사라지더라도, 그 존재를 너무나 사랑했다면 그 이름만은 어떤 식으로든 남겨두고 싶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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