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스피노자가 다시 맞춘 '신'이라는 퍼즐

신은 모든 것의 내재적 원인이지 초월적 원인은 아니다.


신이 유한자가 되거나! 유한자가 신이 되거나!’      


 신에 대한 치밀한 논증으로 스피노자가 도달한 두 가지 결론이다. 스피노자는 후자의 결론, ‘유한자가 신’이 되는 결론을 따른다. 이 결론이 더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결론이었기 때문이었다. 아니 어쩌면, 스피노자는 신을 너무 사랑했기에, ‘신이 유한자’가 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여기서 유의해야 할 것이 있다. 스피노자의 유한자가 신이 되는 방법은 실제로 인간(유한자)이 신(전지전능한 존재)과 동등한 존재가 된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사실이다. 즉, 유한자와 신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하나 모순이 발생한다. 유한자(인간)가 신이 되는 결론을 따르면서, 다시 신과 유한자(인간)와 다르다고 하는 것 아닌가? 이 모순을 해소하기 위해 던져야 할 질문이 있다. ‘신은 어떤 존재인가?’ 스피노자가 도달한 신은 유한자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유한자 너머의 존재, 정확히는 그런 유한자들을 존재하게 하는 어떤 존재였다. 스피노자의 신은 분명 당대 사람들이 믿고 있는 신은 아니었다. 스피노자는 자신의 합리적, 논리적 사고에 위배되지 않는 진짜 신을 찾고 있었다.     



신은 모든 것의 내재적 원인이지 초월적 원인은 아니다. (제 1부, 정리 18)     


 스피노자가 도달한 신은 초월적 원인으로서 신이 아니었다. 세상 전체에서 초월적으로 벗어나 있으면서 세상 만물(유한자)을 만드는 원인이 되는 그런 존재가 아니었다. 스피노자는 논리적으로 그런 신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증명했다. 스피노자의 신은 내재적 원인이다. 세상 전체 안에 이미 존재하고 있으면서 세상만물을 만들어내는 그런 존재. 그런 신은 도대체 어떤 존재인 걸까?     


자연에는 우연적인 것이 아무 것도 없으며, 모든 것은 일정한 방식으로 존재하고 작용하도록 신의 본성의 필연성으로부터 결정되어 있다. 제 (제 1부, 정리 29)     


 스피노자가 도달한 신은 인격화된 신도, 초월적인 신도 아닌, ‘자연’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자연’은 우리 흔히 사용하는 땅, 바다, 산, 강, 나무, 꽃, 새와 같은 자연물들을 추상화한 개념이 아니다. 개개의 자연물을 있게 만드는 어떤 힘이 ‘자연’이다. 봄이 되면 꽃이 피고, 겨울에는 눈이 오고, 새는 지저귀고, 말이 새끼를 낳는 이 모든 것들을 가능하게 해주는 어떤 힘이 바로 스피노자의 ‘자연’이다. 이 자연이 스피노자가 긴 그리고 위험한 여정 끝에 만난 ‘신’이다.          


 그 ‘자연’이 신이라면 앞서 말한 모든 퍼즐이 맞춰진다. 유한자(인간, 나무, 새, 꽃 등)는 신이 된다. 정확히는 신의 일부가 된다. 왜? 유한자들은 ‘자연’이라는 신이 만든 것들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유한자가 신이 된다고 해도 신이 유한자로 전락할 일도 없다. '자연'이라는 신은 언제 어느 곳에나 존재하고 있는 무한한 존재이기 때문이다.또한 동시에 스피노자의 '신'(자연)은 무한하지만 전통적인 기독교식 신처럼 초월적 존재는 아니다. 자연이라는 신은 세상에서 초월적으로 벗어나 있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이미 어디에나 존재하고 있고 있으니까.      



작가의 이전글 스피노자는 왜 신을 없애려 했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