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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정신은 어떻게 생겨날까?

인간의 정신을 구성하는 관념의 대상은 신체이다.

인간의 본질은 신의 속성들의 일정한 변형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제 2부, 정리 10, 계)     


 스피노자는 인간의 본질은 신(자연)의 속성들의 일정한 변형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신 없이는 아무것도 있을 수 없고 또 생각될 수 없다는 것을 누구나 확실히 인정해야만”(제 2정리 10, 증명)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피노자에게 “인간은 신의 본성을 어떤 일정하고 결정적인 방식으로 표현하는 변용 또는 양태이다.”(제 2정리 10, 증명)라고 말했다.        


인간 정신의 현실적 유有를 구성하는 최초의 것은 단지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어떤 개물의 관념일 뿐이다. (제 2부, 정리 11)     


 인간의 정신을 구성하는 최초의 것은 관념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것은 당연하다. 관념은 ‘정신이 형성하는 정신의 개념’이기 때문이다. 관념이 없다면 인간의 정신은 형성될 수 없다. 그런데 인간의 정신을 구성하는 최초의 관념은 하늘에 뚝 떨어진 것이 아니다. ‘필기구’라는 관념을 생각해보자. 그 관념은 연필, 볼펜, 노트북 등등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어떤 개물(개체)”이 있어야만 존재할 수 있다. 즉,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개체들 때문에 생긴 관념이 바로 인간 정신을 구성하는 최초의 것이다.



인간의 정신을 구성하는 관념의 대상은 신체이다. 즉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어떤 일정한 연장의 형태이다. 그리고는 다른 아무것도 아니다. (제 2부, 정리 13)

 스피노자는 정신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에서 정신과 신체의 관계성에 대한 이야기로 나아간다. 인간 정신의 기원은 관념인데, 그 관념은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개물들에 의해 생긴 관념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그렇게 생긴 관념의 대상은 신체라고 말한다. 관념(정신)은 사유(비물질)이지만, 그 관념은 연장(물질)의 한 형태인 신체를 대상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스피노자는 정신과 신체의 관계성에 이렇게 말하고 있다. 우리들의 정신의 대상은 오직 존재하는 신체일 뿐이다. (제 2정리 13, 증명

 

 정신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복기 해보자. 다시 필기구를 예로 들자. ‘연필·볼펜·지우개→개념화(필기구)→관념→정신’으로 구성된다. 개체(연필, 볼펜, 지우개)들의 개념화(필기구)를 통해 관념이 형성되고 이런 관념들이 정신을 형성하게 된다. 하지만 필기구라는 관념도 그로인해 형성된 정신도, 애초에 신체가 없다면 형성불가능하다. 눈으로 연필을 보고, 손으로 볼펜을 써보지 않는다면 필기구라는 관념이나 그로 인한 정신도 형성되지 않는다. 결국 ‘정신의 대상이 신체’라는 말이다. 이 말의 의미를 곱씹어보자. 


 정신은 무슨 일을 할까? 정신은 보고, 만지고, 느끼고, 개념화하고 관념을 형성하는 일을 하는데, 그런 작업의 대상이 신체라는 의미다. 정신은 신체를 대상삼아 보고, 만지고 느끼고 개념화하고 관념을 형성한다. 여기서 ‘대상삼아’라는 말은 두 가지 의미를 가진다. 자신의 신체를 만지고 느끼고 개념화하고 관념을 형성하는 것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 신체를 통해 외부 것들을 만지고 느끼고 개념화하고 관념을 형성하는 것이기도 하다. 


 역설적이게도 ‘사유’(비물질)인 정신은 ‘연장’(물질)인 신체를 대상으로 삼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정신과 신체는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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