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혁 칼럼] 안녕하세요? 아티스트 이종혁입니다.

모두가 맨얼굴로 사랑 받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눈을 떴는데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미련하게도 전 날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그럼에도 이불 속에서 한 짓이 있다. 바로 유투브로 아티스트의 삶을 엿보는 것이다. 발가벗은 채 거침없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또 그걸로 사랑받는 그들의 삶이 부러웠을까? 머리가 깨질듯 아픈 상황에서도 눈을 찌푸린 채 그들의 삶을 엿보고 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자신을 소개할 때 “아티스트 XXX입니다.”라고 했다.


나는 속으로 외치고 있었다. "나도 아티스트이고 싶다. 맨얼굴로 사랑받고 싶다." 하지만 이 외침이 미련한 생각이었음을 금방 깨우쳤다. 피카소의 말처럼, 난 이미 아티스트였기 때문이다. 내 머릿속에는 강하게 각인된 추억이 하나 있다. 대학생 시절의 이야기다. 나에게는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를 붙어 다닌 사진학과를 다니는 친구가 있었다. 그는 항상 아이디어가 없어서 과제 사진을 찍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리고 그는 어느 날 평소처럼 나에게 물었다.


e_ijfUd018svc6ou87p1guh25_z6nhad.jpg


“야, 이번에 채소 같은 식재료랑 인간을 주제로 사진을 찍어야 되는데 어떻게 찍지? 예를 들어 오이로 못을 치는 모습 같은 거. 그리고 알지? 네가 모델이야.” 나약하고 비겁한 내 모습을 감추고 싶었었는지, 나는 외형적으로 데이비드 간디 같은 상남자, 마초남이 되고 싶었다. 그래선지 금방 친구의 질문에 답할 수 있었다. “팽이 버섯으로 수염을 만들고 싶어. 흰 수염을 가진 졸라 상남자가 되는 거지.” 그렇게 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나는 스튜디오로 끌려갔다.


친구는 스튜디오를 꾸미기 시작했고, 나는 거울 앞에 앉아서 양면 테이프로 팽이버섯을 붙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친구에게 소리쳤다. “야! 수염은 가능하겠는데 머리는 어떻게 안 되겠어! 상남자의 상징인 중절모 하나 사자!” 결국 붙이던 수염을 다시 다 떼고 근처 지하상가를 돌아다니며 중절모 하나를 사왔다. 그런데 또 얼마 지나지 않아 나의 미련함을 탓하게 됐다. “아... 중절모를 쓰면 뭐해. 내가 입은 옷이랑 안어울리 잖아. 아 씨 모르겠다. 그냥 벗자. 상남자는 옷 안입어.” 그렇게 촬영은 시작됐다.

black-and-white-1283231_1280.jpg


사실 얼마나 찌질한가? 나의 나약함과 비겁함을 감추기 위해 겉으로라도 상남자가 되고 싶은 내 모습이. 그렇다고 또 어쩔 수 있겠는가? 그게 그때 내 모습인데. 그런데 몇 일 후 친구에게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됐다. “야 ㅋㅋㅋ 사실 수업시간에 모든 사람의 과제를 큰 스크린에 하나 씩 띄워 공개해. 그런데 반응이 엄청 좋았어. 다 빵 터졌어.”


난 너무 창피했고 친구에게 욕을 퍼 부었다. 아마 이 사실을 알았더라면 내 얼굴이 나오는 그런 사진을 찍자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중에 친구는 나에게 술을 사주며 이야기 했다. “야 그래도 그 사진이 내가 찍었던 과제 중에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어. 고맙다.” 그리고 난 대답했다. “아티스트 다 죽었냐?” 그 당시 나는 그 게 참 어처구니없는 일이라 생각했었다.


1_498Ud018svc1xpj4ixgmc304_rertbs.jpg?type=w520


궁금해서 인터넷에 아티스트를 검색해 보았더니 위키백과에 이렇게 나왔다. ‘예술가(藝術家) 또는 아티스트(Artist)는 예술 활동, 곧 예술 작품을 창작하거나 표현하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이다. 특히 사회적으로도 인정받은 사람을 가리킨다. 자격 제도가 아니기 때문에 예술가와 그렇지 않은 사람의 명확한 기준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 일단 예술 활동을 직업을 삼고 있으면 예술가로 불리나 대부분 자칭이다.’ 내 눈에 들어오는 건 하나다. 자칭!

이런 생각을 해본다. “모두가 맨얼굴로 사랑 받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 모든 사람이 회사 명함 대신 자신의 이름 앞에 아티스트라는 말을 붙여 자신을 소개했으면 좋겠다! 각자의 삶은 그것 자체가 이미 충분하고 훌륭한 예술작품이니까! 나는 곧, 나를 이렇게 소개하고 싶다. "안녕하세요? 아티스트 이종혁입니다."






이종혁 (MC 들뢰즈)
- 철학흥신소 소속 작가. (라고 본인은 한테 설득 중)
- 우울증 핑계대고 퇴사해서, 놀고 먹고 있음
- 놀고 먹다 지쳐, 랩을 만들고 주짓수를 하고 있음.

- 창의적인 인간임(창의성은 놀 때 발현된다는 것을 삶으로 입증 중)
- 아직은 방황하고 있지만, 계속 그럴 같음. (다행히 아버지가 돈이 좀 있음)
- 철학을 삶으로 받아들인다고 쌩똥을 싸고 있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이종혁 칼럼] 스웩 넘치는 삶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