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혁칼럼] '나'를 드러낸다는 것

'나'라는 주어로 글을 시작하지 못하는 이유

가끔 글을 쓰고 누군가에게 공개를 할 때면 두 가지 감정이 교차한다. 바로 나만의 이야기, 나만의 글을 썼다는 것에서 느껴지는 뿌듯함과 성취감이라는 기쁜 감정.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생겨나는 두려움이라는 감정이다. "혹시나 내 글이 거짓이고, 허점투성이고, 허영이 가득한 것은 아닐까?" 하고 말이다.


하지만 그러한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쓰고 또 공개하는 이유가 있다. 맨 얼굴로 살아가고 싶기 때문이다. 또 어떤 사건에서 비롯된 감정을 정리하고 싶어서이다. 그래도 내 글이 거짓이고, 허점투성이고, 허영이 가득하다면 슬프지만 그것이 바로 내 삶일 테다. 하지만 어쩌랴? 그러한 글이, 그러한 삶이 현재의 '나'인데. 그저 받아들이는 수밖에.


하지만 다행인 건, 진실한 글이라는 거울로 내 자신의 되돌아 볼 때, 내 문제의 진짜 원인을 발견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바로 그때가 조금 더 건강한 삶이 시작된 때라는 것을 안다. 마치, 질병의 진짜 원인을 찾는 순간이 바로 건강한 삶이 비로소 시작된 순간인것처럼.


그렇기 때문에 글을 쓸 때면 진실함을 담으려 노력하고, 다 썼다면 그저 공개할 뿐이다. 회피는 최악의 방법이기에 다른 방법은 없다. 물론 비겁한 나는 이런 진실함에서도 도망치려 한다. '우리들', '인간들', '사람들'이라는 주어로 글을 쓰면서 말이다. '나'라는 주어로 글을 시작하지 못하고, 심지어 불안감을 불러일으킬 만한 글은 아예 쓰지 않을 때도 있다는 사실이다.


'나'라는 주어가 아니라, '우리들', '인간들', '사람들' 이라는 주어로 글을 시작할 때, 진실한 글을 피하려는 자신을 발견할 때, 바로 그때가, 정말로 '빠다'가 필요한 시간이다.



이종혁 (MC 들뢰즈)
- 철학흥신소 소속 작가. (라고 본인은 한테 설득 중)
- 우울증 핑계대고 퇴사해서, 놀고 먹고 있음
- 놀고 먹다 지쳐, 랩을 만들고 주짓수를 하고 있음.

- 창의적인 인간임(창의성은 놀 때 발현된다는 것을 삶으로 입증 중)
- 아직은 방황하고 있지만, 계속 그럴 같음. (다행히 아버지가 돈이 좀 있음)
- 철학을 삶으로 받아들인다고 쌩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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