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언어를 의사전달의 수단이라고 하는가?
언어는 언제나 삶을 가볍게 하는 수단이다.
말하면 삶은 가벼워지고,
글 쓰면 삶은 가벼워진다.
가득차서 가벼워진 삶.
하지만 모든 언어가 삶을 가볍게 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말과 글은 삶을 한 없이 무겁게 만든다.
공허해서 무거워진 삶.
삶을 공허하게 만들어 무거워지게 하는 언어는
가볍게 쓴 글과 가볍게 했던 말이다.
따뜻한 욕조에 몸 담그고 내뱉은 가벼운 글들이
공허해서 무거운 삶을 만든다.
삶을 가득 채워 가벼워지게 하는 언어는
무겁게 쓴 글과 무겁게 했던 말이다.
벼랑 끝에서 용기 내어 쓴 무거운 글들이
가득차서 가벼운 삶을 만든다.
기다리는 삶을 사는 나는,
이제 누구를 기다리는지 알겠다.
무거운 글로 가벼운 삶을 살아내려는 사람.
나는 그 사람을 기다린다.
- 무거운 글, 가벼운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