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방식’ 너머의 ‘사랑의 본령’을 볼 수 있길

'사랑의 방식'을 소유하려는 이에게 보내는 편지

예전에 만났던 친구가 있었어요. 그 친구가 보고 싶어, 늦은 밤에 1시간을 버스를 타고 그녀 집 앞으로 갔어요. 먼 길을 온 것에 혹여 그 친구가 부담스러워 할까봐 “밥은 먹었어?”라고 말했어요. 하지만 그녀는 짜증을 내며 말했어요. “넌 할 말이 그거 밖에 없니?” 전 사실 그때도 알고 있었어요. 그녀가 원했던 말이 “사랑해”였다는 걸. 하지만 못내 서운했어요. “밥은 먹었니?”라는 말 속에 담겨진 “너무 보고 싶었어. 사랑해”라는 진심을 왜 보지 못할까라는 생각 때문이었어요.

 돌아보면 그녀는 사랑받고 싶은 사람이었고, 동시에 여린 사람이었죠. 사랑받고 싶은, 하지만 여린 사람들은 타인의 사랑의 방식을 소유하려 해요. 사랑보다 사랑의 방식에 집중하죠. 밤길에 버스를 1시간을 타고 집 앞으로 온 남자친구의 진심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그녀가 화가 났던 이유는 자신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해주지 않아서였어요. **씨를 보며 예전 그 친구가 생각났어요. **씨가 원하는 것이 따뜻한 위로와 정서적 교류, 그리고 자기표출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요. 옳지만 차갑게 느껴지는 돌직구가 아니라.

 

 물론 주제넘게 그녀에게 주었던 애정만큼 **씨에게 애정이 있었다고 말할 순 없을 거예요. 하지만 저는 매 수업, 매 순간마다 수업을 듣는 분들을 힘껏 사랑하려고 해요. 그 순간에 제가 해줄 수 있는 진심을 이야기해요. 하지만 때로 제 사랑은 가끔 오해되곤 해요. 그 사랑의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말이에요. 그때 저는 상처받아요. “넌 할 말이 그거 밖에 없니”라는 이야기를 듣고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느꼈던 그 서글픔이 다시 떠올라요.

 사랑의 방식을 소유하려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에요. 누구나 사랑받고 싶고, 또 누구든 한때 여린 시절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씨가 “나는 약하니까 어쩔 수 없어”라고 그 자리에 주저앉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글과 글 사이의 행간을 읽어낼 수 있는 성숙한 사람처럼, 말과 말 사이의 진심을 읽어낼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사랑의 방식’ 너머의 ‘사랑의 본령’에 도달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조금 더 성숙하고 근사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