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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긋남

어긋날 때가 있다.

시간과 장소를 잘못 헤아려 그럴 때가 있다.


전화기도 없는 그 사람은 한 없이 기다리고 있다.

아니, 이리저리 두리번거리고 있다.


가끔 어긋날 때도 있지, 생각했다.

하지만 눈시울에 맺힌 물방울을 보자

먹먹함이 밀려온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얼마나 헤맸을까?

세상에 혼자 남겨진 기분을 알기에

그 물방울이 먹먹함이 되었다.


녹아 버린 초콜릿을 손에 꼭 쥐고 있는

그 사람을 꼭 안아주며

연신 미안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어긋날 때가 있다.

하지만 그 어긋났던 것은 시간과 장소만이었기를.

기다리다, 헤매다, 더 소중한 것이 어긋나지는 않았기를.


오늘은 조금 일찍 출발해야겠다.

손에 쥔 초콜릿이 녹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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