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눈이 가는 제자가 있다. 초등 6학년 13살의 나이의 윤경이란 아이다. 윤경이는 처음봤을때부터 나와 결이 참 잘맞는 느낌이 들었다. 아이같지 않은 진중함과 가끔 다른 세계에 존재하는 독특함이 있다. 그리고 꽤나 순종적이지만 그렇다고 우울하거나 축처져 있지도 않고 잘 웃는다. 하지만 동시에 어딘가 힘이 없고 멍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윤경이를 통해서 과거의 나를 보았기 때문일까? 나는 윤경이에 자꾸만 눈이 갔다. 처음에 수업을 곧잘 따라오더니 몇주가 지나자, 집중을 못하고 고민만 가득찬 모습이었다. 학원을 5개 다니고 영재원까지 들어가서 힘든건 아닐까 궁금했다. 문제풀이를 시켜놓고 옆에가서 물었다.
"요즘 고민있니?"
"힘들어서요 "
"학원을 너무 많이 다녀서? 아님 영재원 수업이 힘들어?"
"머릿속에 뭐가 너무 많아서 어려워요."
"그렇겠네, 머리속이 꽉 차 있으면 힘들잖아."
"네"
곰곰히 생각하다가 좀 오지랖을 부렸다.
" 윤경이 과학좋아해? 문과성향같은데"
" 집에서 의사하래요. 근데 전 싫어요"
" 윤경이는 뭐하고 싶은데?"
" 시인이요 . "
" 멋있다. 쌤도 시 되게 좋아해 ㅋㅋㅋㅋ근데 막 많이 읽지는 않고 ㅋㅋ"
" 오 진짜요?ㅋㅋㅋ 저는 시인되고 싶어요. 시쓸때 좋아요. 할머니랑 아빠한테 시도 써줘요. 이번 할머니 생일때도 선물로 시 써서 드렸어요. 좋아하셨어요. 근데 집에선 이과가래요."
머리속에 여러가지 말이 떠올랐다. 그냥 너 하고 싶은거해도 돼. 문과가도 돼. 엄마, 아빠한테 진지하게 얘기해봐 등등. 하지만 그런 말들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어졌다. 13살, 여리디 여린 아이에게 내가 뱉는 어떤 말들이 괜히 허무주의를 불러 일으킬까봐. 혹은 내가 예상치 못한 어떤 폭력이 될까봐. 그런 고민들이 다 스쳐지난 후, 윤경이에게 말했다.
" 쌤이 시집 선물해줄까? ㅋㅋ 이쁜 시집"
" 우와 네네네 !!! ㅋㅋㅋㅋ"
윤경이에게 줄 시집을 골라 앞에 짧게 편지를 썼다.
시 계속 썼으면 좋겠어. 시의 아름다움을 아는 사람은 귀한 사람이야. -윤경이의 시를 궁금해하는 과학선생님이-
어쩌면 저 말은 나에게 하고 싶은말인지도 모르겠다.
-현재, 서울 거주!! (서울부심)
-글과 술, 산책과 나무, 꽃과 파스타. 그리고 치킨을 좋아하는 섬세한 영혼. (치킨을 매번 울면서 뜯음)
- '현실'(일타강사)에 받을 딛고 '꿈'(작가)을 이뤄가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