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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구와 구로구 짱에게

삶의 균형감각

"긴장 되냐?"
"긴장되죠."
"그건 네 사정이고, 나는 이제 긴장이 안 된다. 네가 이길 거니까."


 복싱을 하나도 할줄 몰랐던 친구가 있다. 그런 그가 용산구 생활체육 복싱 대회에서 우승을 했다. 자칭 '용산구 짱'이 되었다. 그가 구로구 짱이 되기 직전에 나눴던 대화다. 처음 그가 시합을 나갔을 때, 그만큼 아니 어쩌면 내가 더 긴장을 했다. 이기고 지고 떠나서 다칠까봐.


 하지만 어제 구로구 생활체육 복싱시합을 앞두고 잔뜩 긴장해 있는 그를 보고 피식 웃음이 났다. 내 키가 얼마나 자랐는지 몰라서 자꾸만 다락방에 머리를 찧던  어린 시절 내 모습이 생각나서. 그는 이제 복싱을 잘한다. 프로만큼 잘한다 할 수 없지만, 일반인들 중에 꽤나 잘하는 편이다. 이제 생활체육 복싱으로 그 친구를 이길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다.


 삶을 살아가며 균형감각은 중요하다. 자신을 너무 높게 보는 것도 문제고, 자신을 너무 낮게 보는 것도 문제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그 균형감각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 우리는 언제나 과대망상과 자기비하를 오가며 사니까. 모자라면 모자란만큼, 자랐으면 자란 만큼의 자신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오죽하면 소크라테스가 말했을까. "너 자신을 알라!"


 그는  자신을 너무 높게 보았던 시간을 지나, 지금은 너무 낮게 자신을 보고 있다. 그는 이제 다시 조금 더 높게 자신을 볼 시간이다. 물론 다시 자신을 낮게 볼 시간이 다시 찾아올 테다. 그리고 한 동안 그 롤러코스터는 계속 될 것이다. 그 오르내리는 현기증에 익숙해질 무렵. 그는 순간순간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볼 수 있는 자신을 만나게 될 것이다.


 질문해볼 필요가 있다. "나는 나 자신을 너무 높게 보고 있을까? 너무 낮게 보고 있을까?" 이 질문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일단 롤러코스터를 타야 한다는 사실이다.  나 자신을 높게 보는지 낮게 보는지는 롤터코스터의 현기증에 익숙해진 이들만이 알 수 있으니까. 용산구와 구로구 짱은 이제 거의 롤러코스터에서 내릴 때가 다되어 간다. 용산구와 구로구 짱이 이제 과대망상과 자기비하에 빠진 세상 사람들에게 말해주었으면 좋겠다. "닥치고 일단 롤터코스터를 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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