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선물

"내가 죽으려고 생각한 것은" 아마자리시(아키타 히로무)

내가 죽으려고 생각한 것은 괭이갈매기가 부둣가에서 울었기 때문이야.

물결에 밀리는 대로 떠올랐다 사라지는 과거도 쪼아 먹고 날아가거라


내가 죽으려고 생각한 것은 생일에 살구 꽃이 피었기 때문이야.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빛에 선잠이들면 벌레의 껍데기와 흙이 될 수있을까.


박하사탕, 항구의 등대, 녹슨 아치다리, 버려졌던 자전거.

기차역의 난로 앞에서 어디로도 떠날 수 없는 마음.


오늘은 마치 어제와 같아. 내일을 바꾸려면 오늘을 바꿔야 해.

알고 있어. 다 알고 있어. 하지만.


내가 죽으려고 생각한 것은 마음이 텅 비어버려서야.

채워지지 않는다며 울고 있는 것은 분명 채워지고 싶다고 바라기 때문이겠지.


내가 죽으려고 생각한 것은 신발끈이 풀렸기 때문이야.

매듭을 고치는 건 사람들과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로 어려워. 


내가 죽으려고 생각한 것은 소년이 나를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야.

침대 위에 엎드려서 머리를 조아리고 있어. 그 날의 나에게 말해. "미안해. 정말"


컴퓨터의 희미한 빛 위층의 방에서 생활하는 소리.

인터폰의 벨소리 귀를 틀어막는 새장 속의 소년.


보이지 않는 적과 싸우는 작은방의 돈키호테

목표를 이루는 건 어차피 추레한 거야.


내가 죽으려고 생각한 것은 차가운 사람이란 말을 들었기 때문이야.

사랑받고 싶다며 울고 있는 것은 사람의 따뜻함을 알아버렸기 때문이야.


내가 죽으려고 생각한 것은 당신이 아름답게 웃기 때문이야.

죽는 것만 궁리하는 건 분명 삶을 너무 진지하게 여기기 때문일 거야.


내가 죽으려고 생각한 것은 아직 당신을 만나지 않았기 때문이야.

당신 같은 사람이 태어난 세상을 조금 좋아하게 됐어.


당신 같은 사람이 살고 있는 세상을 조금은 기대해 볼게.


-<내가 죽으려고 생각한 것은僕が死のうと思ったのは> 아마자라시(아키타 히로무)





작가의 이전글 어떤 도망은 다시 삶을 돌아가는 문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