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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도망은 다시 삶을 돌아가는 문이다.

어떤 도망은 다시 삶을 돌아가는 문이다.


도망. 좋지 않은 거죠. 도망치지 않는 삶이 좋죠. 그런데 어떤한 도망도 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요? 누구나 때로 도망을 쳐요. 그러니 그 도망이 어떤 도망인지를 묻는 것이 더 중요할거예요. 사랑하는 이의 젖가슴을 물고 그곳에 머무르는 사람이 있죠. 그건 도망친 거예요. 삶이 버거워, 모든 것을 잊고 그곳에서 쉬고 싶은 것이니까요. 하지만 그것은 하나도 부끄러워 할 일이 아니에요. 오히려 진정으로 기뻐하고 행복해야 할 일이죠.

       

 저는 알아요. 우리에게는 도망갈 곳이 한 곳 즈음은 필요하다는 걸요. 하지만 그 한 곳은 사랑이 머무는 곳이어야 해요. 사랑이 머물지 않는 곳으로 도망치는 것이 문제예요. 삶의 무게가 찾아올 때 직장으로, 돈으로, 술로, 게임으로, 도박으로 도망치는 것은 문제죠. 그 곳은 사랑이 없는 곳이니까요. 사랑이 없는 곳으로 도망치면 다시 삶을 시작하기 어려워져요. 그곳에는 다시 삶을 시작할 힘인, 기쁨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사랑이 머무는 곳은 다르죠. 삶의 무게가 버거울 때, 사랑이 머무는 곳으로는 도망을 쳐도 돼요. 그 곳에서 쉼은 분명 기쁨을 주니까요. 아이처럼, 사랑하는 이의 젖가슴에  물고 그곳에 얼굴을 파묻는 것은 분명 도망치는 일이죠. 하지만 그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에요. 그곳에서의 쉼이 없었다면, 삶의 무게를 견디며 다시 삶을 시작할 수 없을지도 모를 일이니까요. 사랑이 머무는 곳으로 도망은 기쁨을 주죠. 그래서 다시 삶을 이어나갈 수 있는 힘을 줘요.     

 

 당당하게 도망쳐요. 사랑이 머무는 곳으로. 그곳에서 잠시 쉬어요. 그곳은 사랑이 머무는 곳이니까요. 사랑하는 이를 꼭 잡고 체온을 느끼며 안정과 안도, 설렘의 기쁨을 누려요. 그렇게 긴 불면의 밤을 견딘 자신을 잠시 쉬게 해요. 그렇게 편히, 달콤한 낮잠을 자요. 부끄러워하지 말아요. 그곳은 사랑이 머무는 자리니까요. 사랑이 머무는 자리가 다시 우리를 살게 해줄 거예요. 잊지 말아요. 어떤 도망은 다시 삶으로 돌아가는 문이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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