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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감정'과 '논리'사이에서

작가론

“울지 마. 배우들은 울 기회만 있으면 울더라. 
훌륭한 배우는 눈물을 흘리는 배우가 아니라, 눈물을 참으려고 애쓰는 배우야.” 『페인 앤 글로리』 중에서


좋은 글을 쓰고 싶다. 좋은 글은 어떤 글인가? 읽는 이들의 마음을 일렁이게 하는 글이다. 그렇다면, 감성적인 글은 좋은 글이고 논리적인 글은 좋은 글이 아닌가? 언뜻 그런 것 도 같다. 감성적인 글은 읽는 이의 마음을 더 잘 일렁이게 하고, 논리적인 글은 마음을 일렁이게 하기는 어려우니까. 논리적인 글은 정보를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데 집중하지 않는가.


 어떤 가수가 노래를 잘하는 가수인가? 듣는 이의 마음을 일렁이게 노래하는 가수다. 두 명의 가수가 있다. A는 가창력(음악을 이해하고 노래를 부르는 능력)이 탁월한 가수고, B는 감정이 풍부한 가수다. 누가 노래를 더 잘 부를까? 음악을 잘 이해하고 노래 자체를 잘하는 A일까? 마음을 일렁이게 하는 것은 감정이니 B일까? 둘 다 좋은 노래를 부르기 어렵다.    

  

 A는 음정과 박자를 잘 맞춰 노래를 부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으로 듣는 이의 마음을 일렁이게 하기는 부족하다. 감정이 빠진 기술만으로 부르는 노래에는 마음이 일렁이지 않는다. AI는 음정과 박자가 완벽한 노래를 할 수 있지만 일렁임은 없다. 그럼 B는 어떤가? 감성이 충만한 이의 노래는 마음을 일렁이게 할 수 있을까? 아니다. B는 넘치는 감정 때문에 노래를 부르다 눈물이 터져 버릴 때가 있다. 그렇게 노래가 멈춰진다. 멈춰진 노래는, 좋은 노래라 할 수 없다. 좋은 노래는 감성에 가창력(기술)이 어울려야 한다. 

     

 좋은 글도 마찬가지다. 논리(기술)만 있는 글은 ‘제품설명서’다. 감성만 있는 글은 눈물에 번져버린 ‘연애편지’다. 둘 모두 좋은 글이라 할 수 없다. 둘 모두 마음을 일렁이게 하지 못하니까. 좋은 글이 되려면, 감성에 논리가 있어야 한다. 여기서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감성과 논리가 상호 모순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감성-논리는 같은 것이다. 한 얼굴(좋은 글)의 양 측면일 뿐이다. 정말 좋은 ‘제품설명서’는 읽는 이를 사랑(감성)하지 않는다면 쓰여질 수 없고, 정말 좋은 ‘연애편지’는 눈물을 눌러 담으며(논리) 쓸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좋은 글의 양 측면은 동등하게 중요할까? 즉,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감정 혹은 논리 어디서부터 시작하든 아무 상관없는 것일까? 아니다. 좋은 글은 논리가 아니라 감정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제품설명서’가 좋은 글이 되게 만드는 것은 논리가 아니다. 제품설명서를 읽어볼 이들에 대한 애정이 없다면 효율적인 논리마저도 빈약해진다. 논리를 추구하는 글을 쓴다고 자부하는 이들 중 빈약한 논리 구조를 보이는 이들이 많은 이유도 그래서다. 역설적이게도, 빈틈없는 논리는 논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감정에서 나온다.

 

 ‘연애편지’가 좋은 글이 되게 만드는 것은 감정이다. 그 감정이 있기에 읽는 이의 마음을 일렁이게 할 수 있다. 좋은 글을 쓰고 싶다면 반드시 감정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여기서도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좋은 글을 쓰고 싶다면, 감정으로부터 시작해야 하지만 그 감정을 눌러 담을 수 있어야 한다. 터져 나오는 눈물을 꾹꾹 눌러 담으며 노래를 불러내는 가수처럼, 터져 나오는 눈물을 꾹꾹 눌러 담으며 글을 써내야 한다.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삶의 진실이 하나 있다. 논리는 결코 감정으로 가닿지 못하지만, 감정은 논리로 가닿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달리 말해, 논리만으로는 결코 좋은 글로 가닿지 못하지만, 감정으로는 좋은 글로 가닿을 수 있다. 왜 눈물을 눌러 담으며 연애편지를 쓸까? 왜 그 사랑의 감정을 터져 나오지 못하게 눌러 담으며 글을 쓸까? 사랑(감정)하기 때문이다. 눈물로 번져 버리면 글은 글이 아닌 것이 되기 때문이다.


 감정이 가득하다면, 그 감정을 더 잘 전달하고 싶어 논리를 구성하게 된다. 그것이 기쁨의 감정이든, 슬픔의 감정이든 반드시 감정은 논리를 구성한다. (스피노자의 ‘에티카’, 에밀 뒤르켐의 ‘자살론’을 보라!) 누가 시를 감정만이 난무하는 무논리의 글이라 하는가!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시는 감정뿐인 무논리의 글이 아니다. 시는, 감정을 눌러 담고 눌러 담아 만들어진 가장 밀도 높은 논리를 구사하는 글이다. 좋은 글이란 그런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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