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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세상 II

햇살이 눈부신 밝은 세상이 있다. 그 세상은 고단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마음이 가득 찬 것 같은 기쁨을 준다. 가득 찬 마음으로 눈을 뜬다. 사과를 하고 싶어졌다. 잔뜩 기쁨을 누린 날만 기억했던 게다. 때로 흐리고 비가 오는 세상 앞에서 억지를 부렸던 건지 모르겠다. 소풍날 비가 오는 것이 속상해 짜증부리는 아이처럼.


 세상은 때로 햇살을 비추고 때로 흐리기고 때로 비가 온다. 그게 세상이다. 하지만 때로 나의 욕심으로 세상에게 억지를 부릴 때가 있다. 그게 미안했다. 세상이 내게 주었던 그 따사롭고 아름다웠던 햇살들은 너무 빨리 잊고, 가끔 내렸던 비만 기억했던 거 같아서. 누렸던 기쁨만큼 미안해졌다. 그 기쁨만큼 제 세상을 온전히 껴안지 못했던 것 같아서. 세상은 그 나름으로 최선을 다해 나를 감싸고 있었는데 말이다.


 햇살을 주는 세상만큼 흐리고 비 오는 세상도 껴안아야지.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껴안야지. 세상은 세상이니까. 햇살을 주었던 기쁨을 기억해야지. 그 기쁨으로 비 오는 세상에서도 웃으며 살아가야지. 햇살만 비치는 세상은 없다. 햇살만 비치는 세상은 세상이 아닐 테지. 그건 가상이겠지. 맑은 날도 있고, 흐리고 비오는 날도 있게 마련이다. 그래야 세상이다.

   

 나의 세상이 가상이 되지 않게 세상 자체를 끌어안을 테다.매일 맑은 날이기를 바라서 미안하다. 이제 비 오는 날도 투덜대지 않고, 우산을 쓰고 웃으며 서 있고 싶다. 그건 나의 세상이니까. 나의 세상이 없다면 나는 존재할 수 없을 테니까. 나의 세상 안에 있고 싶다. 나의 세상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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