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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곧 ‘엄마’가 되는 ‘딸’에게

“‘시즌 1’이 끝나고 ‘시즌 2’가 시작되는 거야” 


 어느 제자가 아이를 낳는 것이 뭐냐고 물었을 때 이렇게 답해주었어요. 꽤 좋은 답이었다고 생각해요. ‘시즌 1’이 끝난다고 그 드라마의 모든 맥락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죠. 하지만 ‘시즌 2’는 분명 다른 이야기가 시작되죠. ‘시즌 2’는 ‘시즌 1’의 맥락을 이어 받지만 전혀 다른 이야기가 펼쳐지잖아요. 그렇게 드마라는 이어지잖아요.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그런 것 같아요. 아이를 낳는다고 그 전 삶의 맥락 전체가 사라지지는 않겠죠. 하지만 아이를 낳으면, 이전 삶의 맥락을 이어받아 전혀 다른 삶이 펼쳐질 거예요. '시즌 1'과는 또 다른, 어쩌면 그보다 훨씬 다이나믹한 일들이 '시즌 2'에서 벌어질 거예요. 그렇게 우리네 삶이라는 드라마도 이어지는 거예요.        


 H의 ‘시즌 1’에는 많은 이야기가 있었죠. 하지만 그 ‘시즌 1’의 가장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이야기는 ‘딸로서의 H’의 이야기일 거예요. 엄마에게 사랑받았던 딸, 허망하게 엄마를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던 딸, 그로 인해 수도 없이 누군가를 원망하고 끝도 없이 후회하고 자책했던 딸. 그 딸의 서러웠던 이야기가 깊게 배어있는 ‘시즌 1’이었죠. ‘시즌 1’은 거의 끝나가지만, H씨는 여전히 엄마를 잘 떠나보내지 못했어요.


 H의 ‘시즌 2’에도 많은 이야기들이 펼쳐지겠죠. 그 '시즌 2'의 가장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이야기는 ‘엄마로서의 H’의 이야기일 거예요. 이제 곧 눈부시게 예쁘고, 먹먹할 정도로 사랑스러운 아이를 만나게 될 거예요. 그 아이를 키우면서 엄마가 생각날 거예요. 이제껏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엄마의 모습을 만나게 될 거예요. 그렇게 딸을 키우며 딸에서 엄마가 되어갈 거예요. ‘시즌 2’의 H는 엄마가 되어 가며 엄마 생각이 나서 많은 눈물을 흘리게 될 거예요. 

    

 하지만 그 눈물은 ‘시즌 1’에서 흘렸던 눈물과는 다른 눈물일 거예요. 원망과 분노, 후회와 자책이 남긴 눈물이 ‘시즌 1’의 눈물이었다면 ‘시즌 2’의 눈물은 다를 거예요. 환희와 고마움, 사랑과 애도의 눈물일 거예요. 그 눈물을 다 흘리고 나면 H씨는 엄마를 진정으로 떠나보낼 수 있을 거예요. H씨가 엄마가 되었으니까요. 그렇게 진정한 어른(엄마)이 될 거예요. 부모가 된다는 건 분명 힘든 일이에요. 하지만 그것보다 기쁜 일도 없어요. 한 생명을 세상에 내어놓고 그 생명이 기쁨을 찾아가는 길을 열어주는 일보다 더 기쁜 일이 어디 있겠어요.     


 ‘시즌 1’에서처럼, ‘시즌 2’에도 저는 조연(안 되면 까메오라도)으로 출연할 거예요. H씨가 명랑하고 씩씩한 엄마가 되도록 도울 게요. 그리고 ‘시즌 3’에 ‘엄마’에서 다시 ‘H’로 돌아올 수 있도록 도울 게요. 지금은 ‘시즌 2’를 기쁘게 준비해요. 우리, ‘시즌 2’에서 만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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