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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지대

서른 둘.

연기하는 삶이었다.

돈, 명예, 자본주의.


연기하는 삶은

진공밀폐 비닐 같은 삶이다.

텅 비어 버려 숨 막히는.


질식하기 전에 혼자가 되었다.


마흔 둘.

연기하는 삶이다.

사람, 사랑, 인문주의.


연기하는 삶은

고산지대를 올라가는 삶이다.

올라갈수록 점점 숨 막히는.


진공밀폐비닐과 고산지대는 다르다.

텅 비어버린 공허와

산과 바다, 꽃과 바람을 조망할 수 있는 아름다움이

어찌 같을 수 있겠는가.


진공밀폐비닐과 고산지대는 같다.

숨을 쉴 수 없다.


주제넘게 너무 빨리 달려올라온 것일까?

아름다움보다 가빠진 호흡에 시선이 머문다.


고산지대의 아름다움은 숨을 쉴 수 있을 때 느낄 수 있다.

숨을 고를 시간이다.


진공밀폐비닐을 찢고 혼자가 되었듯

다시, 혼자가 될 시간이다.

다시, 오르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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