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평면 위에 수도 없이 많은 무채색의 도형들이 부유하고 있다.
평면 위에 모양이 다른 무채색의 두 도형이 있다.
둘은 끌리더니 겹쳐져 교집합이 생긴다.
그렇게 생긴 교집합은 색이 생기는 동시에
평면이라는 한 층위를 벗어나 다른 층위로 솟아오르거나 내려앉는다.
두 도형의 교집합이 점점 커지면서 서로를 완전히 교차해 지나갈 때
두 도형은 모양이 달라지고 저마다의 색을 갖게 된다.
그렇게 다른 층위의 세계로 진입한다.
그렇게 다시 그 층위의 다른 도형과 만나고 교집합이 생기고, 다시 색이 변하고,
그렇게 다시 다른 층위로 진입한다.
그렇게 다시 또 다시.
누군가는 무채색으로 한 평면을 부유하며 산다.
누군가는 형형색색으로 층위와 층위를 넘나들며 산다.
누군가는 무채색이다. 그들은 평면적인 세상에 산다.
그들은 세상사를 다 아는 무채색의 아메바들이다.
누군가는 알록달록하다. 그들은 입체적인 세상에 산다.
그들은 세상사를 모르는 형형색색의 유목민들이다.
알록달록한, 다차원을 횡단하는, 호기심 많은, 그 아름다운 유목민을 기억하라.
- <사랑의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