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주식을 안 해?”
“직장 다니는데 뭘 주식까지 해”
“그렇게 소심해서 언제 돈 벌래?”
소박함이 무엇인가? 특정한 성취(화장‧옷차림‧부富‧명예)를 통해 거짓된 모습으로 꾸미지 않고 살아가려는 수수함이다. 화장을 하지 않은 맨얼굴, 유행을 따르지 않는 옷차림(혹은 몸매), 적게 벌고 적게 쓰는 삶, 세상의 인정과 관심에 초연한 삶. 이런 것들이 소박함이다. 세상의 물살에 휩쓸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살아가려는 마음을 소박함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세상 사람들은 종종 소박한 삶을 지향하는 이들에게 소심하다고 말한다. “화장을 안 한다고? 그건 화장해도 안 예뻐 보일까봐 그러는 거 아니야?” “섹시한 몸매에 관심 없다고? 그건 운동하고 싶지 않아서 핑계 대는 거 아니야?” “돈 욕심이 없다고? 네가 돈 벌 능력이 없어서 그런 거 아니야?” 이런 비난들은 표현만 다를 뿐, 결국 소박함을 (예쁠 자신이 없는, 운동할 각오가 없는, 돈 벌 능력이 없는)소심함으로 치부하는 것이다.
소박함은 왜 소심함이 되었을까? 요즘은 어떤 시대인가? 화려함을 쫓는 시대다. TV, 영화, 유튜브 등등 각종 매체를 보라. 너나 할 것 없이 더 매력적인 화장, 더 세련된 옷차림, 더 섹시한 몸매, 더 많은 돈, 더 많은 관심에 온 통 마음이 쏠려 있다. 이런 시대에 휩쓸려 살다보면 하나의 믿음이 생기게 된다. ‘모든 사람은 화려함(화장‧옷차림‧돈‧관심‧명예)을 원한다.’ 이런 믿음 아래 있는 사람은 소박함을 원하는 이들을 이해할 수 없다. ‘화려함을 원하지 않는다고?’
세상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는 현상’(나는 소박함을 원해)을 만났을 때, 그 현상을 있는 그대로 보려하기보다 ‘이미 갖고 있는 믿음’(모든 사람은 화려함을 원한다) 아래서 그 현상을 해석하려는 경향이 있다. 소박함 역시 마찬가지다. 화려함이라는 세상의 물살에 휩쓸린 이들은 소박함을 어떻게 해석할까? 일종의 비겁한 정신승리로 해석한다. “너도 사실은 화려함(화장‧옷차림‧돈‧관심‧명예)을 원하지? 그런데 네가 그걸 가질 수 없을 것 같으니까 소박함으로 도망치는 거지?”
이것이 소박함이 소심함으로 치부된 이유다. ‘소박하게 살고 싶다는 사람들은 소심한 거야!’ 이는 ‘모든 사람들은 화려함을 원한다’는 허황된 믿음이 남긴 오해다. 물론 ‘나는 소박한 삶을 원해’ 라고 말하는 이들 중에 정신승리를 하려는 이들도 있다. 그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비겁한 정신승리가 아니라 진정으로 소박한 삶을 지향하는 이들도 존재한다는 것 역시 분명한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