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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과'에서 눈을 떼고 '인연'을 보라!

불교는 '인과因果'(원인-결과) 아니라 '인연因緣'을 말해요. '인'은 원인, '연'은 조건이죠. 블교에서는 모든 존재가 '인과'가 아니라 '인연'으로 생성된다고 보아요. 이는 삶의 진실을 정확히 꿰뚫은 통찰이죠.


 우리네 삶이 그렇지 않은가요. 삶은 ‘인과’가 아니라 ‘인연’이죠. 우리는 삶에서 사랑 혹은 행복을 원하죠. 하지만 그것은 ‘원인’(소개팅‧돈)과 ‘결과’(사랑‧행복)로 생성되지 않죠. 사랑 혹은 행복은 ‘원인’과 ‘조건’의 마주침이죠. 내가 아무리 사랑과 행복을 쫒는 ‘원인’을 쌓아도, ‘조건’이 갖춰지지 않는다면 사랑과 행복은 이뤄지지 않죠. 씨앗은 꽃의 원인이지만, 씨앗이 곧 꽃(결과)인 것은 아니죠. 씨앗은 오직 햇볕, 물, 토양이라는 ‘조건’이 갖춰졌을 때만 아름답게 꽃피울 수 있죠.


 여기서 바로 현대과학의 최전선, 확률론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어요. 원인으로서 어떤 행동을 해도, 결과는 일어날 수도 있고,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죠. 심지어 일어나더라도,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일어날 수도 있죠. 왜 이런 사태가 벌어지는 걸까요? 일어난다면, 그것은 원인과 조건이 마주친(인연이 닿은) 것이고, 일어나지 않는다면 원인과 조건이 마주치지 않은(인연이 닿지 않은) 것이죠. 예상치 않은 결과가 일어난다면, 그것은 그 결과가 일어날 수 있는 조건이 이미 형성되어 있었던 것이죠.


 확률을 높인다는 것은, 불교식으로 말하자면, ‘연’(조건)을 형성한다는 의미에요. 사랑과 행복의 ‘씨앗’을 찾지 말아요. 매일 한 걸음씩 ‘햇볕-물-토양’이라는 조건을 만들어가세요. 사랑할 수 있는 ‘원인’을 찾지 말아요. 매일 한 걸음씩 사랑할 ‘조건’을 만들어가세요. 행복할 수 있는 ‘원인’을 찾지 말아요. 매일 한 걸음씩 행복할 ‘조건’을 만들어가세요. 그 ‘조건’이 충분히 갖추어졌을 때, 우연히 하나의 ‘씨앗’(한 사람, 한 권 책, 한 곡의 음악. 한 점의 그림)이 우리에게 선물처럼 찾아올 거예요.


 바로 그때 우리는 비로소 우리가 얼마나 아름다운 꽃이었는지 알게 될 거예요. 우리는 그렇게 익숙한 것들과 결별하고 어제보다 아름다운 사람이 될 수 있어요. 인과에서 눈을 떼고 인연을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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