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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의식의 여섯 가지 얼굴

피해의식의 다양한 양상


피해의식은 다양한 양상으로 드러난다. 이는 피해의식의 정의(상처 받은 기억으로 인한 과도한 자기방어)에 비춰보면 당연한 일이다. 길거리를 걷다가 이유 없이 욕설을 들었다고 해보자. 어떤 이는 못들은 척 무시하려고 하고, 또 어떤 이는 그 사람을 끝까지 쫓아가 이유를 들으려 한다. 이는 서로 다른 심지어 정반대의 양상인 것 같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같다. 둘은 모두 나름대로 자신을 보호하려는 것이다. 전자는 상대를 무시함으로써 자신을 보호하려는 것이고, 후자는 역시 (왜 욕을 먹었는지에 대한 이유를 알지 못하면 억울해서 밤에 잠지 못할) 자신을 보호하고 싶은 것이다.       


 피해의식 역시 마찬가지다.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이들은 모두 과도한 자기방어를 하지만, 그 양상은 사람에 따라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드러난다. 피해의식은 여섯 가지 얼굴로 우리에게 나타난다. 두려움, 분노, 열등감, 무기력, 억울함, 우울함이 그것이다. 말하자면, 피해의식은 여섯 면을 가진 주사위인 셈이다. 여섯 면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얼굴이 아니라 피해의식이라는 하나의 주사위가 만들어내는 변주다. 


 피해의식의 양상이 사람마다, 상황마다 다양하게 변주되는 이유도 이제 알 수 있다. 이 여섯 가지 얼굴(두려움‧분노‧열등감‧무기력‧억울함‧우울함)이 주사위를 던지는 사람과 상황에 따라 서로 교차하고 중첩되며 변화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피해의식에 관한 중요한 두 가지 사실을 알 수 있다.       



피해의식은 필연적 불행을 초래한다.


 첫째는 피해의식은 필연적으로 우리를 불행한 삶으로 밀어 넣는다는 사실이다. 누구보다 인간의 감정에 대해 깊이 성찰했던 철학자 스피노자는 인간의 다양한 감정을 크게 ‘기쁨’과 ‘슬픔’으로 구분했다. 예컨대, 사랑, 박애, 호의, 명예, 신뢰, 환희 등의 감정은 ‘기쁨’이다. 이 기쁨의 감정은 인간에게 더 큰 활력(삶을 살아가려는 힘!)을 주는 감정이기에 인간을 행복한 삶으로 나아가게 해준다. 


 반면, ‘슬픔’은 인간의 활력을 점점 줄어들게 하는 감정이기에 인간을 점점 불행한 삶으로 내모는 감정이다. 피해의식의 여섯 가지 얼굴(두려움‧분노‧열등감‧무기력‧억울함‧우울함)은 대표적인 ‘슬픔’의 감정이다. 즉, 피해의식이 만들어내는 여섯 가지 얼굴은 필연적으로 우리를 불행하게 하는 얼굴인 셈이다.      


우리의 피해의식은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가


 둘째는 이 여섯 가지 얼굴을 통해 우리네 피해의식에 대한 진단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우리는 자신의 피해의식에 대해서 알고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세 가지 질문에 명료하게 답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는가? 아닌가?’ ‘나는 어떤 영역에서 피해의식이 작동하는가?’ ‘나의 피해의식의 강도는 어느 정도인가?’ 답하기 쉽지 않은 질문이다. 


 세상 사람들은 자신의 피해의식에 대해 잘 모른다. 자신이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는지 아닌지에 대해서 모른다. 자신의 피해의식이 어떤 영역(성‧돈‧외모‧학벌 등등)에서 가장 도드라지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피해의식이 어느 정도 심한지에 대해서도 알지 못한다. 어쩌면 이는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자신이 인정하고 싶지 않은 모습을 외면해버리는 것은 세상 사람들의 오랜 습관이니까 말이다.      

 피해의식의 여섯 가지 얼굴(두려움‧분노‧열등감‧무기력‧억울함‧우울함)을 통해 우리는 자신의 피해의식에 대해 성찰해볼 수 있다. 뜻하지 않는 곳에서 그 얼굴들이 드러난다면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다. 또 그 얼굴들이 특정한 영역에서 반복적으로 드러난다면 바로 그 영역이 자신의 피해의식의 서식처인 셈이다. 그리고 그 얼굴들이 얼마나 자주, 오래 반복되었는지가 우리의 피해의식의 강도를 말해주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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