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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함과 피해의식의 내적 작동원리

 이 우울함이라는 피해의식의 얼굴을 통해 피해의식에 관한 중요한 사실을 하나 더 알 수 있다. 피해의식의 내적 작동원리다. 우울함은 나머지 5가지 얼굴(두려움‧열등감‧무기력‧억울함)이 뒤바뀌고 뒤엉켜 나타나는 얼굴이다. 이처럼 피해의식의 6가지 얼굴(두려움‧열등감‧무기력‧억울함‧우울함) 자체도 서로 뒤바뀌고 뒤엉켜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피해의식의 6가지 얼굴은 결코 독립적이고 분절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여섯 면을 가진 주사위를 생각해보라. 주사위(피해의식)를 굴려 ‘2’(분노)이 나왔다고 해서 ‘1’ ‘3’ ‘4’ ‘5’ ‘6’(두려움‧열등감‧무기력‧억울함)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2’는 주사위의 하나의 면이기에 ‘2’는 언제나 ‘1’ ‘3’ ‘4’ ‘5’ ‘6’과 함 있다. 이는 ‘2’는 언제든 다른 숫자로 대체될 수 있다는 의미고, 동시에 ‘2’안에는 이미 ‘1’ ‘3’ ‘4’ ‘5’ ‘6’이 존재하고 있다는 의미다.      


 우리의 피해의식 역시 이렇게 작동하고 있다. 두려움‧분노‧열등감‧무기력‧억울함‧우울함이라는 피해의식의 6가지 얼굴은 끊임없이 서로 뒤바뀌고 뒤엉켜 동시적으로 분출된다. 피해의식으로 분노를 느끼는 이는 단순히 분노만 느끼는 것이 아니다. 그 분노 안에 두려움, 열등감, 무기력, 우울함이 있다. 마찬가지로, 피해의식으로 인해 열등감을 느끼는 이들은 그 열등감 안에는 이미 두려움, 분노, 무기력, 우울함이 동시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것이 피해의식을 좀처럼 극복하기 어려운 이유다. 강력한 부정적 감정들이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며 동시적으로 작동하고 있기에 시간이 지날수록 더 강력하고 견고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마치 어두운 여섯 가지 표정들이 지속적이고 동시적으로 뒤엉켜 어두운 표정일 수밖에 없는 주름을 얼굴에 각인하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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