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세 가지 기억, 세 종류의 피해의식

우리의 기억은, 사실-상상의 기억이다.

사실-상상의 기억

 

 피해의식이 기억의 문제라면, 피해의식에는 세 가지 종류의 피해의식이 있다. 기억에는 ‘사실의 기억’과 ‘상상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엄밀하게 말하자면, 기억에는 세 가지 기억이 있다. ‘사실의 기억’과 ‘상상의 기억’ 그리고 ‘사실-상상의 기억’이다. 그러니 피해의식 역시 세 가지 종류의 피해의식이 있다. ‘사실의 기억’이 촉발한 피해의식, ‘상상의 기억’이 촉발한 피해의식, ‘사실-상상의 기억’이 촉발한 피해의식이다. 각각의 피해의식에 대해서 알아보자.      


 먼저 ‘사실의 기억’이 촉발한 피해의식부터 알아보자. ‘선재’는 가난했다. 문제집을 살 돈이 없어서 친구 문제집을 연습장에 옮겨 적어야 했고, 보충 수업비를 못 내서 선생의 꾸중을 들어야 했다. 이 모든 기억은 사실이다. 그 ‘사실의 기억’ 때문에 ‘선재’에게는 피해의식이 생겼다. “무조건 돈이야.” 악착같이 돈을 벌려고 하고 사랑하는 이에게조차 돈을 쓰려고 하지 않았다. 이것이 ‘사실의 기억’이 촉발한 피해의식이다.


 ‘상상의 기억’이 촉발한 피해의식은 무엇일까? ‘서희’는 부유한 집안에서 자랐다. 가난을 경험한 사실이 없다. 그런데도 항상 돈에 집착했다. ‘서희’는 가난에 대한 피해의식이 있다. “돈 없으면 죽어야 돼.” 이런 일은 왜 발생했을까? 가난했던 사실은 없지만, 가난의 공포에 대한 과도하고 반복된 상상에 의해서 가난에 대한 피해의식이 생길 수 있다. 이것이 ‘상상의 기억’이 촉발한 피해의식이다.

      

 ‘사실-상상의 기억’이 촉발한 피해의식은 무엇일까? ‘우진’은 넉넉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찢어지게 가난하지도 않은 집에서 자랐다. ‘우진’은 입고 먹고 공부하는 것에 대해서는 부족하지 않게 자랐다. 하지만 넉넉하지 않았던 집안 사정 때문에 정작 갖고 싶었던 게임기나 컴퓨터는 갖지 못했다. 그 때문에 ‘우진’은 피해의식이 생겼다. “돈만 많으면 돼” ‘우진’의 피해의식은 전적으로 ‘상상의 기억’이 만들어낸 피해의식일까? 그렇지 않다. ‘우진’이 게임기와 컴퓨터를 갖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우진’의 피해의식은 ‘사실의 기억’이 촉발한 피해의식일까? 그 역시 아니다. ‘우진’의 피해의식은 게임기와 컴퓨터를 갖지 못한 ‘사실’을 바탕으로, 자신의 (가난하지 않았던) 기억을 왜곡‧조작‧편집한 상상이 더해진 결과이다. 가난에 대한 ‘사실의 기억’이 있지만, 그 ‘사실의 기억’을 기초로 ‘상상의 기억’을 덧대어 왜곡‧조작‧편집한 기억, 이것이 ‘사실-상상의 기억’이다. 이런 기억으로부터 피해의식이 생길 수 있다. 이것이 ‘사실-상상의 기억’이 촉발한 피해의식이다. 

작가의 이전글 질투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