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돌려받지 못한 세상

세상이 무너진 날을 기억한다. 

발 디딜 틈이 없이 가득 찬 인파

잠시 세상의 손을 놓쳤다.      


어디 갔지

어디 있겠지

어디 있지     


손에 땀이 흐르고

심장이 빨리 뛰고 

시야가 좁아지고

숨이 가빠지고 

다리에 힘이 풀리고  

   

나쁜 사람들이 데려간 건 아니겠지

혹시 다시 못 찾는 건 아니겠지     


혼미해서 아득해지는 정신을 부여잡고 

미친 사람처럼 인파를 헤치며 세상의 이름을 불러댔다.      


세상을 잃어버려서

온 세상이 무너졌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미치지 않을 만큼의 시간이 지났을 무렵

안전요원의 손을 잡은 나의 세상이 겁먹은 얼굴로 내게로 왔다. 

무너진 나의 세상을 돌려받았다.      


10월 29일, 156개의 세상이 무너졌다. 

그 무너진 세상을 돌려받지 못했다.      


세상이 무너진 고통은 안다.

하지만 무너진 세상을 돌려받지 못한 고통은 모른다. 

전화통을 붙잡고 통곡을 하며 이름을 불러댔다

그 고통은 차라리 죽는 것이 덜 고통스러울 고통이라는 것만 짐작해본다.      


세상을 잃어버려서 

온 세상이 무너졌다.

돌려받지 못한 세상은 지옥이다.      


뜨거워진 눈시울 숨기려 고개를 들어 묻는다.

천운으로 세상을 돌려받은 나는 지옥 옆에 함께 서 있는가? 



작가의 이전글 사랑과 사랑의 표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