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살았지. 살았다고 해서 춤을 춘 건 아니고 서 있었지. 서서 가만히 팔을 흔들고는 했지. 나무는 지켜봤지. 집이 지어지고 부수어지고 지어지는 것을 지켜봤지. 사람이 떠나고 들어오고 태어나고 죽는 것을 알았지. 때로 태풍이 불 때면 나뭇잎을 떨어트렸지. 떨어진 나뭇잎이 누군가의 집이 되는 것도 지켜 보았지.
나무가 살았지. 나무는 땅 속 깊은 곳에서 물을 끌어 올렸지. 때로 가뭄이 들 때면 뿌리를 더 깊게 뻗었지. 장마가 내려도 뿌리를 움츠리는 법은 없었네. 때로 적당하게 비가 내릴 때면 뿌리를 적당히 내려 축축해진 마음을 잎으로 가지로 뻗었지. 아무것도 모르는 척 사람의 말 동물의 오줌 식물의 잎을 꽃으로 피워냈지. 그렇게 태어난 것도 가만히 살다 떠났지.
여름이면 그늘이 길게 뻗었는데 나무는 그 그림자 어찌할 도리가 없었지. 사람들 동물들 작은 식물들 그늘에 자리잡고 때로는 무성한 나뭇잎 사이 하늘 바라봤지. 헤어질 연인 하늘 바라보다 손 잡으면 나무도 눈 감았네. 검은 고양이 나무 올라갈 때면 나무도 몸 숙였네. 가시박이 꽃말 지나 새싹 틔우면 나무도 가만히 내려다 보았지.
나무가 살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