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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참을 수 없는 김밥의 유혹

서울 구석구석에서 만나는 네 가지 별미 김밥

소풍 가기 좋을 만큼 화창한 봄날엔 맛있는 김밥이 먹고 싶다. 배가 부르던 입맛이 없던 거부할 수 없는 김밥의 마력에는 유년의 추억이 숨어있다. 한때 믿을 수 없는 가격에 그 맛도 믿을 수 없었던 해븐 김밥이, 건강한 재료는 물론이고 한 끼 식사의 영양 밸런스까지 갖춘 프리미엄 김밥으로 변신했다. 꽃나물 김밥, 매운 견과류 김밥, 숯불고기 김밥, 계란말이 장아찌 김밥, 유부 김밥까지 아이디어가 톡톡 튀는 김밥의 핫스팟을 찾았다.  




소풍의 추억과 엄마표 김밥

유년의 봄날, 소풍이나 운동회 전날이면 엄마는 새벽부터 김밥을 말았다. 얌전하게 썬 김밥은 도시락에 차곡차곡 담기고 큼직한 김밥 꼬투리는 썰기 무섭게 사라졌다. 새콤한 단무지와 짭조름한 어묵과 달큼한 시금치와 당근이 들쭉날쭉 튀어나온 김밥 꼬투리의 화려한 맛을 어떻게 잊을 수가 있을까. 요즘 트랜드에 맞춰 판매되는 김밥처럼 밥보다 속 재료가 넉넉하게 들어가는 풍성한 맛이었다. 새콤달콤한 단무지 대신 파프리카와 산나물이 들어가고, 햄 대신 숯불고기와 고소한 유부를 볶아 넣고, 달걀옷을 입은 김밥과 장아찌의 환상적인 조합 등, 김밥의 변신은 무한대로 진행 중이다.





향긋한 꽃나물의 변신, 조선 김밥

 큼직한 김밥에 단무지와 우엉, 당근, 햄, 그리고 시금치 대신 꽃나물과 유채나물 등 볶은 나물을 넣어 만드는 조선김밥은 꽃나물 김밥으로도 불린다. 이름도 생소한 꽃나물은 5월에 나는데, 생으로는 맛이 없고 말렸다가 불리고 삶아야 맛있어지는 나물이다. 12시간 밤새 불려 2시간을 삶고 제물에 다시 불린 뒤, 저녁에 볶아서 속 재료로 쓴다니 꼬박 이틀이나 걸리는 정성부터 남다르다. 그렇게 볶아낸 꽃나물은 참기름과 궁합이 맞아 김밥에 썩 잘 어울린다.





김밥을 주문하면 오징어젓, 무장아찌, 멸치 볶음 등 입에 착착 붙는 밑반찬이 따라 나온다. 특제 간장으로 조려낸 어묵에 알싸한 맛을 내는 와사비가 절묘하게 어울리는 오뎅김밥은 김밥의 새로운 발견이다. 잔치국수도 뚝배기에 담아 새콤하게 익은 부추김치를 올려 낸다. 김밥과 국수의 조화가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궁중음식을 10년 넘게 공부했다는 주인장의 손맛에 믿음이 가는 순간이다.





다이어터들이 열광하는 저칼로리 김밥, 리 김밥

김밥의 재료가 고급화되고 화려해지면서 가격도 많이 올랐다. 4천 원 이상의 김밥은 한 끼 식사만큼이나 푸짐하고 다양한 맛을 선보인다.  하루 25g의 견과류 섭취가 건강에 좋다는 상식을 상기시키는 매운 견과류 김밥은 아몬드와 호두가 듬뿍 들어간 멸치볶음을 와삭 씹는 맛이 압권이다. 게다가 싱싱한 오이채와 청양고추 채의 시원하고 칼칼한 맛이 멸치볶음에 남아있는 느끼함을 말끔하게 잡아준다. 슈퍼 야채김밥은 생오이와 당근이 가득 들어있어 다이어터들이 열광하는 김밥이다. 밥을 2mm 두께로 최대한 얇게 펼치고 싱싱한 오이와 당근, 우엉, 게맛살, 단무지를 두둑하게 넣어 둘둘 말아내면 밥보다 재료가 넘치는 리김밥만의 스페셜 김밥이 완성된다.


    



달인이 만드는 유부 김밥, 방배 김밥

사당동의 남성시장 골목 끝에 자리한 방배김밥은 시장통을 걸어가며 만나는 온갖 주전부리의 유혹을 과감히 뿌리치고 가게 할 만큼 매력적이다. 2시간여를 무쇠솥에 볶아낸 유부조림 맛이 30년 방배김밥의 비결. 간장과 후추, 설탕만으로 볶아낸 유부는 웬만한 소고기 못지않게 감칠맛 나는 풍미와 식감을 제공한다. 유부김밥의 조연은 단무지인데, 주문한 단무지를 물에 담가 색소와 잡맛을 빼서 사용한다. 젊은 주인장은 깊은 맛을 내는 진간장과 참기름 등 재료를 엄선하는 것으로 김밥 맛을 변함없이 지켜간다. 그 덕에 김밥의 달인이라는 칭호도 얻고 가게 앞은 늘 손님들로 북적인다.  테이크아웃만 하다 보니 전국으로 배달도 가능하다.  청양고추를 간장에 절여 새콤하고 칼칼한 맛으로 개운함을 살린 고추김밥은 입안이 얼얼한데도 중독성이 있어 마지막 꼬투리까지 포기할 수 없다. 엄마표 김밥이 생각나는 손맛이다.





매콤한 장아찌와 김밥의 만남, 진순자 김밥

진순자 김밥은 오랜 세월 한결같이 한자리에서 김밥을 말고 있는 봉천동의 터줏대감이다. 봉천동 일대의 직장인이나 자취생들에게 소울푸드 김밥이다.  즉석 계란말이 김밥의 속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소시지와 부추와 단무지를 가늘게 썰어 보통 김밥의 반쪽크기로 김밥을 싼다. 달걀물을 씌워 프라이팬에서 구워낸 따뜻한 계란말이김밥은 바로 썰어 매콤한 장아찌와 먹는다. 장아찌는 짭조름하고 아삭아삭, 달걀을 듬뿍 묻혀 구운 김밥은 부드럽고 고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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