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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국수도 먹고 장칼국수도 먹고!

원주 향교 옆에 있던 여름 별미 국숫집 두 곳

원주에 가면 원주향교(강원도 문화재자료 제98호) 옆 골목에 향교 막국수와 향교 칼국수가 있었다. 아파트와 상가 골목에 숨어있어 아는 사람만 찾아가던 집이다. 누구와 가더라도 취향에 맞는 국수를 맛볼 수 있고 따로 또 같이 먹는 것도 가능할 만큼 두 식당이 지척이었다. 그런데 몇 년 사이 두 곳 모두 자리를 옮겨 새로운 곳으로 이전했다. 여전히 옛 명성을 유지하고 있는 곳들이다. 원주에 가면 한번쯤 국수 생각이 나는 집들이다.



무더위도 날려버리는 시원한 막국수향교막국수

여름날, 원주로 떠나는 여행은 일단 먹거리가 풍성해서 좋다. 여름철 보양식인 원주추어탕은 기본이고 강원도 토속 음식 중에서도 막국수와 장칼국수는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여름철 별미다. 숨이 턱턱 막히도록 무더운 여름날에는 뜨거운 갈증을 해소할 만큼 시원하고 개운한 막국수 한 그릇이 먹고 싶다. 더위까지 잊게 해주는 시원한 막국수는 금대리 막국수, 명랑 막국수 등 오래된 원주 맛집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소나기가 시원하게 쏟아 붓는 여름 장마에는 된장과 고추장을 풀어 칼칼하게 끓여낸 장칼국수가 제격이다. 더위에 지친 속을 편안하게 달래줄 만큼 구수한 장칼국수는 옛맛을 재현해낸 원주 칼국수 외에도 내공 있는 토속식당이 원주 곳곳에 수두룩하다. 




솜씨 좋은 주인장의 양념장에는 정해진 레시피가 없다. 사과, 배, 파인애플, 양파, 마늘, 생강 등 제철 채소나 싱싱한 과일이 넉넉하게 들어가고 3년 이상 숙성된 효소를 넣어 특제 양념장을 만든다. 횡성에 마련한 텃밭에서 쑥, 취, 엉겅퀴 등 50여 가지 산나물로 담그는 효소는 양념장의 단맛뿐 아니라 자연의 진한 향과 영양까지 담았다. 몸에 좋은 음식을 대접한다는 건강한 자부심까지 막국수 한 그릇에 고스란히 담았다. 




강원도 산 태양초 고춧가루를 넣어 만든 매콤한 양념장뿐 아니라 소뼈와 과일을 넣어 끓여낸 육수는 구수하고 달큼하다. 단백질과 비타민 등 영양소가 골고루 어우러진 막국수 한 그릇에 배와 양파를 넣어 발효시킨 백김치의 아삭하고 톡 쏘는 맛을 음미하다 보면 여름철 건강을 절로 챙기는 셈이다. 막국수의 메밀 함유량은 60%로 봉평에서 공수하는 국산메밀만 쓴다. 직접 가루를 빻고 반죽까지 해서 매일 뽑아 쓰는 막국수는 쫀득하면서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다. 1등급 국내산 삼겹살에 황기와 꾸찌뽕 등 한약재를 넣어 삶아내는 편육은 막국수의 인기에 밀리지 않을 만큼 쫀득하고 고소하다. 




여름 소나기와 잘 어울리는 구수한 장칼국수향교 칼국수

향교칼국수는 원주 토박이 주인장 부부가 반갑게 손님을 맞는다. 상냥한 안주인은 연신 국수를 나르고 요리를 즐기는 바깥주인은 주방에서 국수를 말아내느라 바쁘다. 어린 시절 장칼국수를 끓여주시던 어머니의 손맛에 대중적인 입맛을 가미해 처음 장칼국수를 맛보는 이들에게도 친숙한 맛을 선보인다. 메뉴판에는 콩국수와 팥죽이 보이고 감자전과 찐만두도 보인다. 주인장이 잘 만드는 요리를 모아놓은 듯한 메뉴판의 조합을 보고 있으면 희한하게 그 메뉴를 다 맛보고 싶어진다. 눈치 보지 않고 제각각 시켜도 주인장의 상냥한 미소만큼이나 친절하게 차근차근 메뉴가 등장한다. 




팥죽이 먼저 나오면 한 수저씩 애피타이저로 먹어도 좋고 장칼국수가 나오면 구수한 맛에 한 젓갈씩 거들어도 별미다. 진득한 콩 국물에 쫄깃하게 말아낸 콩국수는 고소한 맛에 디저트가 필요 없다. 빛깔도 고운 팥죽은 국산 팥 중에서도 가장 맛있는 팥을 찾아내 정성으로 팥죽을 끓이는데, 껍질 벗긴 옥수수와 찹쌀을 넣어 구수하고 담백한 맛에 절로 입안이 행복해진다.




강원도의 투박하고 구수한 맛이 고스란히 담긴 장칼국수는 비법이 따로 없다. 주인장의 자부심대로 구수한 감자와 신선한 풋배추 등 싱싱하고 믿음직한 국산 재료가 자연의 맛을 낸다. 멸치, 다시마, 디포리, 건새우, 표고, 양파, 대파 등 질 좋은 재료로 만들어내는 육수는 그 자체만으로 깊은 감칠맛을 낸다. 정성 들여 끓여낸 특제 육수는 칼국수뿐 아니라 매일 담그는 김치에도 들어가 깊은 맛을 낸다. 열무김치에는 젓갈 대신 직접 담근 조선간장을 넣는데, 그래서인지 국물이 시원하고 깔끔하다. 보리쌀과 강원도산 고춧가루와 마늘 등 지역 농산물로 담근 김치가 장칼국수보다 더 인기 있다는 주인장의 자랑이 과장이 아닌 셈이다. 




된장과 고추장을 구수하게 풀어 끓인 장칼국수에 싱싱한 겉절이 김치를 척척 얹어도 맛있고 아삭아삭 새콤하게 익은 열무김치를 올려 먹다 보면 푸짐한 국수 한 그릇이 금세 바닥을 보인다. 진득하게 말아내는 콩국수는 평소 먹던 차가운 콩국이 아니다. 얼음을 넣으면 콩국의 고소한 맛이 반감되기 때문이라는데, 다른 콩국수보다 고소한 맛이 진하게 느껴진다. 원주 불온면에서 구매하는 콩은 그 맛이 월등하게 고소하고 메밀을 약간 넣어 반죽한 생면용 칼국수는 부드러우면서 차지다. 5월에서 9월까지만 맛볼 수 있는 콩국수는 여름이 다 가기 전에 꼭 맛보아야 할 별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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