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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 봄날, 강진의 황홀한 쭈꾸미 무침

전남 강진 미각여행 시리즈 - 2

월미도 식당의 쭈꾸미 무침


잔인한 3월이다. 이 봄, 오도가도 못하고 무심하게 흘러가는 봄날의 잔상만 추억하고 있다.

봄기운이 시작되면 당장이라도 떠나고 싶은 곳이 몇 곳, 있다. 전라남도 강진도 그 중에 한 곳이다.

속절없이 떠나버린 첫사랑처럼 무심하게 투둑 떨어지는 동백꽃이 피고 지는 계절이기도 하고,

길고 추운 겨울을 보내느라 에너지를 다 써버리고 헛헛하게 비어버린 속을 채우고 싶기도 하여,  

봄이면 강진으로 가고 싶다. 강진의 봄 밥상은 새콤 달콤한 바지락 혹은 쭈꾸미 무침으로 시작한다. 



월미도 식당의 쭈꾸미 무침


메뉴판에는 낙지초무침이라고 적혀 있지만, 봄이 오면 제철 맞은 싱싱한 쭈꾸미로 무침을 낸다. 

싱싱한 쭈꾸미에 미나리와 오이 등 채소를 넣고 막걸리 식초 혹은 비법의 손맛으로 슬렁슬렁 무쳐내는,  

일품 요리다. 새콤달콤한 쭈구미 무침은 쌀밥에 비벼야 맛있다. 강진 쌀은 맛이 좋기로 유명하니까.

고슬고슬하고 윤기가 흐르는 쌀밥에 금방 무쳐낸 쭈꾸미 무침을 듬뿍 덜어다 쓱쓱 비벼 먹는다. 

초고추장이 입맛을 살려주고 쫀득하게 씹히는 쭈꾸미가 밥과 어울려 풍성한 식감의 향연을 이룬다. 

월미도 식당이 있는 지역은 청자골 한정식 옛골 시범지역이라 그런지, 상차림도 한정식 못지 않다. 

 

 

왕성식당의 바지락 무침


어느 해 봄, 왕성식당에 갔을 때는 싱싱한 바지락을 슬쩍 데쳐 새콤하게 무친 무침이 나왔다. 

싱싱한 바지락 살이 실하기도 실했지만, 시원한 맛을 살리면서 가볍게 무쳐낸 손맛이 일품이었다.  

평소 비빔밥을 싫어했던 나는 무엇에라도 홀린듯 그릇에 밥을 덜고 바지락 무침을 얹어 비볐다. 

탱글한 바지락의 식감과 내공이 스며있는 양념과 밥의 단맛이 어우러지며 입안에 감칠맛이 폭발!  



왕성식당의 바지락 무침

    

강진 여행에서 여러 번 들렀던 왕성식당은 강진군청에서 도보로 5분도 안 걸리는 곳에 있다. 

지방에 가서 군청이나 공공기관 앞에 있는 식당을 골라 들어가면, 맛집을 발견할 확률이 높다.

무난한 점심 메뉴부터 낙지볶음, 바지락회, 쭈꾸미삼겹살볶음 등 제철 해산물 요리가 다양하다. 

식당 외관은 허름해도 주인장의 손맛이 좋은 곳으로 유명해서 현지인 단골도 많은 맛집이다. 



월미도 식당의 쭈꾸미 샤브샤브


월미도 식당의 주력메뉴는 낙지지만, 봄철에 예약을 하면 쭈꾸미로 샤브샤브를 먹을 수 있다.

샤브샤브로 먹는 쭈꾸미는 마치 회를 먹는 느낌이다. 살짝 익혀 살캉하게 씹는 맛이 일품이다.

봄쭈꾸미의 백미는 하얀 밥알이 가득한 머리다. 씹을수록 고소하고 시원한 바다맛이 밀려온다.

봄에 채취한 신선한 채소와 싱싱한 쭈꾸미가 어우러져 봄날의 향기와 식감을 실컷 만끽할 수 있다. 



월미도 식당의 쭈꾸미 샤브샤브

  

강진에서 만나는 밥상은 메인요리뿐만 아니라 곁들여 나오는 반찬의 알찬 구성에 매력이 있다.

재료와 정성을 아끼지 않는 주인장의 넉넉한 인심 덕분에 제철 나물과 밑반찬이 푸짐하게 나온다.

샤브샤브도 시원하지만, 제철 반찬인 냉이무침과 파래무침, 묵은지와 열무김치까지 입안이 행복하다. 



하나로 식당의 회춘탕 한 상


하나로 식당의 회춘탕은 이름 그대로 기운이 꽃처럼 피어나는 봄날의 최고 보양식이다. 

큼직한 토종닭 백숙만으로도 단백질 만점인데, 커다란 문어와 실한 전복이 그득하게 들어간다. 

평소 먹던 삼계탕보다 시원한 국물이 일품. 문어의 타우린이 발그레 우러난 국물에선 바다향이 느껴진다. 

싱싱한 문어와 전복은 국물이 끓기 시작하면 툭툭 잘라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다. 기운이 샘솟는 맛이다.   



하나로 식당의 회춘탕



백련사의 동백


전라남도는 2020년, 남도의 계절별 아름다운 명품숲 중 3월에 찾아가야할 숲으로

강진 만덕산 백련사 동백숲'을 선정했다. 백련사를 둥글게 감싸고 있는 동백숲은 3월에 가야

동백꽃이 봉오리채 툭툭 떨어져 붉은 꽃밭을 이루는 아름다운 동백숲을 만날 수 있다.



백련사 동백숲길



백련사 남 서쪽 구간의 5만㎡에 달하는 면적에 조성된 1500여 그루의 동백숲은 7m 높이의 천년숲이다.

3월의 동백숲은 백련사 입구에서부터 천천히 걸어도 좋지만, 다산초당에서 이어지는 숲길을 따라서

다산 정약용 선생과 백련사 혜강 스님의 돈독한 우정을 따라 걷는 1km, 철학의 숲길을 걸어도 좋다.

동백 숲 곳곳에는 스님들의 승탑이 있어 비를 맞아 더 붉은 꽃잎으로 빛나는 동백과 아름답게 어울린다.



백련사 동백숲 2019

 

마음대로 떠날 수 없어 더 그립고 무심히 흘러가는 3월의 시간이 더 안타까운, 봄날의 강진 여행.

평범한 일상이 그리운 지금 마음으로는 언제든 떠날 기회가 온다면, 어떤 핑계로도 미루지 않을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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