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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나의 봄날, 통영

통영 봉평동 골목 산책

5월은 여행의 선물 같은 계절이건만, 마음처럼 훌훌 떠날 수는 없는 요즘, 다람쥐 쳇바퀴 같은 일상을 벗어나 떠나는 통영은 그래서 더 매력적이다. 벚꽃엔딩의 아쉬움을 신록으로 위로받는 ‘벚꽃마을’ 봉평동의 ‘심쿵’ 골목길을 만난 것도 행운이다. 그 골목에서 전혁림 미술관과 봄날의 책방과 소박한 카페와 게스트하우스를 만났다. 떠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5월의 하루, 봉평동 골목 어귀에서 나의 눈부신 봄날을 만났다. 




아무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지만이미 다 알고 있는 봉평동

해마다 4월이면, 봉숫골 벚꽃축제가 열리는 봉평동은 통영의 핫플레이스, 루지(luge)에 열광하는 젊은 여행자들로 북적거리는 동네다. 통영 케이블카와 루지를 타러 가는 용화사거리에서 미륵산 초입의 용화사까지는 세월아 네월아 걸어도 30분이 채 안 걸리는 골목이다. 




용화사사거리에서 해안가 쪽으로 자리잡은 김춘수유품전시관과 해저터널도 10분 내 거리라서 알찬 오후를 보내기에 안성맞춤이다. 봉평동의 야트막한 언덕길을 따라 미술관과 책방, 오래된 밥집과 카페들이 이어지고 목욕탕과 미용실, 생필품을 파는 마트가 익숙한 풍경으로 나타난다. 누구나 한번쯤 살았을 동네처럼 편안하고, 언젠가 한번 쯤 지나쳤을 소박하고 정겨운 풍경들이 타박타박 이어진다. 




봉평동 골목 끝자락에는 아름다운 미륵산이 있어 등산객들에게 일찌감치 보리밥과 찜 골목으로 사랑받던 곳이다. 봉평동 용화사거리에서 멀지 않은 케이블카 아래 통영 루지가 오픈하면서 개성 만점의 카페와 게스트하우스가 올망졸망 생기기 시작했다. 가볍게 걸어서 다니기 좋을 만 한 거리에 ‘전혁림 미술관’과 ‘남해의 봄날’ 책방과 봉숫골 찜골목과 달콤한 디저트 ‘카페 하루’, ‘카페 이봄’과 ‘김춘수 유품전시관’ 등은 세상, 한갓진 걸음으로 타박타박 둘러보기 좋다. 


  


봉평동의 예술과 문화전혁림 미술관김춘수 유품전시관봄날의 책방 

용화사거리에서 큰길로 가다보면 오른쪽으로 전혁림 미술관의 알록달록한 외관이 보인다. 미술관에 다다르기 전에 키 작은 나무로 꾸며진 노란 집을 만난다. ‘봄날의 책방’이다. 그 옆에 보이는 건물은 책방에서 운영하는 ‘봄날의 집’ 게스트하우스다. 




오래된 폐가를 수리해서 출판사와 책방과 게스트하우스가 탄생했는데, 구석구석 건축가 주인장의 섬세한 솜씨가 돋보인다. 1년에 한번 씩 ‘봉숫골 꽃편지’라는 마을신문을 만들어 이웃들의 소식과 통영의 문화를 공유하고 있다. 



    

용화사 사거리에서 해안 쪽으로 내려가면 김춘수 유품 전시관이 나온다. 꽃의 시인 김춘수선생을 떠올리기엔 다소 삭막한 빌딩이지만, 생전의 시인이 사랑하던 물건들을 만나는 소중한 공간이다. 그의 친필로 적힌 싯귀절을 읽고 그가 평생 뜨겁게 사랑했던 통영을 향한 그리움이 파도처럼 마음을 적신다. 



     

벚꽃마을과 찜 골목오래된 봄날의 추억 

지난 4월 초에는 제 15회 봉숫골 꽃나들이가 열렸다. 벚꽃이 피는 용화사 광장에서 용화사거리까지 차량통제를 하고 온전히 봄날의 벚꽃을 즐기는 마을 행사다. 봉평동은 예나 지금이나 통영 사람들이 벚꽃구경하러 오는 동네다. 봉평동에 처음 생긴 음식점중의 하나인 봉숫골은 지금도 어머니의 손맛 그대로 구수한 아구찜을 만드는 곳이다. 봉숫골 외에도 10여 개의 찜 식당이 이어지는 골목은 찜 골목으로도 불린다. 용화찜, 거금도, 토담찜, 단대목, 송화찜 등 새벽 어시장에서 공수하는 싱싱한 아귀로 만드는 찜은 통영의 싱싱함이 느껴진다.

 



봉숫골 찜의 아귀찜은 신선하다. 부드러운 생아귀살과 아삭한 콩나물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맛이다. 봄에 넉넉히 잡은 아귀를 급속냉동해서 1년 내내 같은 맛을 낸다. 부드럽고 구수한 맛을 살려내기 때문에 매운맛은 살짝 아쉬울 수 있다. 입맛대로 미리 주문해서 먹어도 좋다. 봉숫골 식당의 실내는 외갓집에서 놀러간 마음이 들 정도로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20년을 훌쩍 넘긴 옛집은 건넌방이며 마루며 부지런한 주인장의 손길이 닿아 반질반질 윤이 돈다. 식사 후에 집 구경, 꽃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커피집 우리동네카페 하루카페 이봄에서 소소하게 맛있는 오후

봉평동에 가장 먼저 생긴 커피집 우리동네는 소박한 외관 그대로 예전의 커피 맛을 지키고 있는 곳이다. 오래된 가게가 제 자리를 지켜주는 것, 우정을 지켜가는 것처럼 믿음직하다. 올해 문을 연 카페 하루는 맛있는 케이크와 디저트 빵을 맛보는 곳이다. 




금방 구워낸 마들렌에서 고소한 버터냄새가 진동을 하고 다양한 쿠키와 케이크는 착한 가격으로 사랑받는다. 커피도 디저트에 맞춰 어울리는 향과 맛을 찾았다는 주인장은 봉평동 주민들이 원하는 식빵을 배우러 월요일이면 문을 닫는다.




봉숫골 끝자락에서 해안 쪽으로 좀 더 내려가면 골목 안에 카페 이봄이 숨어있다. 그저 커피를 마시는 휴식공간이 아니라 통영 사람들의 작은 문화를 만들고 싶은 주인장의 노력이 빛나는 곳이다. 작은 전시회는 늘 한쪽 벽을 채우고 동네사랑방처럼 오붓한 분위기는 누구나 오후를 보내기에 여유롭고 정겹다.




출판 쪽 일을 했던 주인장은 책을 읽고 아름다운 구절을 카페 벽 이곳저곳에 써놓았다. 아름다운 글을 읽다보면 마음이 말랑말랑해진다. 카페 이봄에서 나와 오른쪽 큰길로 걸어가면 통영 오미사꿀빵 본점이 있다. 달콤하고 쫀득한 통영의 추억을 담아 한 상자 사다 곱씹어도 좋을 맛이다.




스타일대로 골라 묵는 재미가 쏠쏠개성만점 게스트하우스 3

봉평동에는 세 개의 게스트하우스가 있다. 봉평동 주변 동네에도 우후죽순처럼 게스트하우스가 생겨나고 있지만, 봉평동 골목에 자리 잡은 세 개의 게스트하우스는 각각 개성이 넘친다. 봉평동에 문화와 예술의 바람을 불게 한 봄날의 집 게스트하우스는 봄날의 책방에서 운영한다. 미술관 옆 게스트하우스답게 화가의 방을 꾸며놓았다. 통영의 푸른 바다를 연상케 하는 블루의 다양한 색감이 그림속의 방처럼 아름답다. 게스트하우스치고 가격대가 높은 대신 동네 세탁소를 이용할 수 있고 정갈한 한식조식이 제공된다. 






통게스트하우스는 미대 출신의 주인장의 감각이 남다른 게스트하우스다. 주택을 개조한 게 아니라 게스트하우스로 지어진 목조 실내는 품위가 있고 나홀로 여행자의 독립된 휴식을 제공한다. 할아버지 때부터 벚꽃놀이 하던 골목이지만, 이제 젊은이들이 많이 찾아와 동네 분위기가 활기차서 좋다고 한다. 통영에서 처음 생긴 도서관도 있다고 한다. 2백년은 되었다는 마을 당산나무는 1년에 한 번씩 당산제도 치룬다. 




벚꽃엔젤 게스트 하우스, 주인장은 통영을 사랑한 나머지, 자칭 ‘통영 열성 홍보 자원봉사자’다. 주택을 개조한 게스트하우스는 ‘아는 언니’집에 묵는 듯한 편안함 덕분인지 여성이 압도적이다. 생긴지 2년쯤 되었는데, 손님의 대부분은 단골이다. 2층에 주인장이 살고 있어 가족들이 와서 묵기에도 편안하다. 오픈된 집구조가 가족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하룻밤 묵어가기도 좋고 봉평동 골목에서 하루를 보내는 여유만으로 충분히 아름다운 곳이다. 




#통영 #봉평동 #전혁림미술관 #봄날의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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