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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의 생강냉면을 아시나요?

서산의 여름 음식, 소머리곰탕과 생강냉면

장마가 주춤했던 어느 날, 서산 여행에서 만난 두 가지 음식은 알싸한 생강냉면과 진득한 육수의 소머리국밥이다. 생강 향이 은은하게 나서 일명 생강냉면으로 불리는 부석냉면은 더위에 무기력해진 속을 편안하게 달래주고 한 수저 뜨면 입술이 척척 달라붙는 읍성뚝배기는 고단백 보양식이다. 시원하거나 혹은 뜨겁거나, 화끈하고 알싸하게 무더위에 지친 속을 토닥토닥 달래주는 서산의 여름 음식, 두 가지를 만났다.



우리는 물냉면이랑 비빔냉면만 허유~

부석냉면 집을 찾아가는 길에는 소박한 시골풍경이 이어진다. 생강 한과 간판이 자주 눈에 띄면서 생강으로 유명한 부석면의 부석냉면이 왜 생강냉면으로 불리는지 이해가 된다. 수복식당은 장이 열리는 시장 공터 앞에 있다. 가게의 외관에서 40여 년의 세월이 느껴진다. 간판에는 수복식당이지만, 사람들은 부석냉면이라 부르고 그 맛을 아는 이들은 생강냉면이라고도 부르는데, 내비게이션에는 수복집이라고 찍어야 옳게 간다.


세월의 더께가 느껴지는 수복식당은 옛날 구조를 그대로 지키며 수수한 옛집에서 3대로 이어가는 대물림식당이다. 물냉면을 시키면 시골집 부엌에서 오이채를 척척 썰어 냉면을 수북하게 말아주는 할머니 냉면처럼 화려하지도 않고 강렬하지도 않은 소박한 맛으로 나타난다. 살얼음 하나 없이 나오는 물냉면은 기대 이상으로 시원하고 먹고 나서도 속이 편안하다. 채소로 만든 육수는 토종 생강을 넣어서 달곰하면서 은은한 생강 향과 함께 개운한 맛이 감돈다.

냉면에 들어가는 생강은 부석면의 지역특산품인 토종생강이다. 속살이 희고 보랏빛을 내는 토종 생강은 크기는 작지만, 향이 강하고 단맛이 있다. 큼직한 중국산 생강에 밀려 구하기 힘든 토종생강은 계약재배로 받아쓰는데, 가을에 수확한 생강을 편으로 말려서 냉동해놓고 쓴다. 생강은 신진대사 기능 회복과 소화흡수, 해독에 좋은 식품이다. 1년 363일 문을 연다는 수복식당은 서산 고춧가루에 예산 열무, 강원도와 제주산 무 등 좋은 재료를 계절 따라 골라 쓰는 등, 국내산 재료 구매에 정성을 들인다.  


식당 메뉴에는 ‘냉면 비빔냉면 만허유’라고 적혀있다. 냉면과 비빔냉면만 한다는 충청도 사투리인데, 냉면 맛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완곡한 자부심이 느껴진다. 착한 가격에 국수 인심도 좋아 웬만한 냉면집 양의 곱빼기가 나와서 국수 마니아들의 환호를 받는다.

수복식당의 주인장이 말하는 부석냉면은 평양냉면이나 함흥냉면이 아니고 부석냉면이다. 메밀과 전분이 적절하게 조화된 부석냉면만의 독특한 면발 덕분이다. 쫀득하고 부드러운 면발은 비빔냉면에도 잘 어울린다. 비빔냉면의 고추장 소스는 서산 배를 갈아 넣어서 은근하게 단맛이 감칠맛을 더한다. 주말 12시에서 2시 사이에는 늘 대기시간이 길다. 할아버지 때부터 찾던 손님이 지금도 꾸준히 찾는 걸 보면 중독성 강한 생강 육수 덕분이다. 명절에도 냉면을 먹고 싶어 하는 손님을 위해 1년에 이틀 쉬고 363일  가게를 열지만, 겨울에는 비수기라 간혹 일찍 문을 닫을 수도 있어 전화 확인은 필수.



입술이 쩍쩍 달라붙는 진한 육수가 최고여유~

바람이 씽씽 부는 겨울날, 서산 해미읍성에 가본 사람은 안다. 그 겨울바람이 빈속을 얼마나 얼게 하는지. 그래서 해미읍성 건너편 읍성뚝배기에서 국밥 한 그릇 먹어본 사람은 안다. 그 뜨끈한 국물이 속을 얼마나 말랑하게 녹이는지. 그런데 문제는 추운 겨울이 아니라 푹푹 찌는 무더위에도 그 뜨끈한 진국이 그립다는 것이다. 에어컨을 멀리할 수도 없던 냉방병 때문인지, 길고 긴 무더위에 지쳐 보양식이 그리운 건지, 구수하고 진득한 소머리국밥이 그리워질 땐 읍성뚝배기가 제격이다.


해미읍성으로 들어가는 입구 건너편에 30 여 년을 한자리에서 소머리곰탕을 끓여온 읍성뚝배기 식당이 있다. 마당에는 커다란 가마솥 두 개와 국솥 두 개가 연기를 펄펄 날리며 끓고 있다. 한우 소머리를 깨끗이 손질해서 5시간 동안 기름을 걷어가며 끓이고 항아리에 육수를 부어 식혀 또 기름을 걷어낸다. 무엇보다 맛의 비결은 신선하고 질 좋은 100% 한우 소머리를 정성껏 끓이는 데 있다. 좁은 마당에서 펄펄 끓고 있는 뽀얀 진국의 가마솥을 보면 곰탕에 대한 믿음도 진하게 우러난다.

소머리는 끓여서 주로 설렁탕이나 수육으로 먹는다. 소머리 국물을 끓여내고 나오는 수육은 볼살, 우설 등 모양도 이름도 낯설지만, 겨자 양념장을 듬뿍 찍어 먹으면 알싸하고 쫀득한 맛이 별미다. 점심에 손님이 몰리면 수육은 일찌감치 떨어진다. 하루 가마솥 세 개에서 나오는 수육과 고깃국물의 양이 변함없기 때문에 손님이 많은 날은 국물도 수육도 일찍 끝이 난다. 소머리곰탕이라는 이름조차 엽기적으로 느껴지는 사람에게는 한우사골과 국거리로 끓여낸 사골설렁탕 메뉴가 있다. 사골설렁탕은 사흘 동안 끓여서 뽀얀 국물이 우유보다 진하고 고소하다. 사골과 소머리를 푹 고아서 고아낸 뼈 육수는 양질의 단백질뿐만 아니라 칼슘까지 풍부하다.      

읍성뚝배기는 서산에서 나는 농산물로 만드는 김치와 깍두기가 별미다. 밤을 편으로 썰어 넣는 겉절이 김치는 아삭하고 싱싱하지만, 역시 겨울이 제맛이다. 싱싱한 굴을 듬뿍 넣어 김치의 시원한 맛을 살리고 편육도 서너 점 나오는 푸짐한 밥상은 9월에서 4월까지만 나온다. 콜라겐이 풍부해서 인기 많은 소머리편육은 날이 더워지면 모양이 나오질 않아 여름에는 낼 수가 없다. 대신에 달큼한 배즙과 매실 효소를 넣어 만드는 깍두기는 1년 내내 시원한 맛이 살아있다. 서산 배로 만든 배즙을 냉동실에 얼렸다 깍두기 양념으로 넣기 때문이다. 화려한 모양의 소머리고기가 나오는 수육을 시키면 접시에 담아 나오는 사이 쫀득하게 달라붙어서 떼어먹기가 힘들 정도다. 한 조각 입에 넣어 꼭꼭 씹다 보면 고소하고 단맛이 입안에 가득하다.


여행정보     

읍성뚝배기

주소 : 충남 서산시 해미면 남문2로 136

문의 : 041-688-2101

수복식당

주소 : 충남 서산시 부석면 취평2길 15-10

문의 : 041-662-4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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