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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령의 겨울은 황태가 포슬포슬, 익어가는 시간

대관령의 겨울은 황태가 맛있게 익어간다. 얼음처럼 날카롭고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는 대관령 황태덕장에는 겨우내 얼었다 녹았다, 꾸덕꾸덕 말라가는 황태가 있다. 한낮에 촉촉하게 부풀었다 밤공기에 꽁꽁 얼어붙기를 반복하며 넉 달을 견뎌내면 포슬포슬, 부드럽고 구수한 황태로 환골탈태한다. 황태의 변신은 겨우내 폭설과 칼바람을 버텨낸 대관령의 맛있는 선물이다. 



겨우내 내리는 하얀 눈을 맞고 꾸덕꾸덕 말라가는 명태를 보노라면 누구나 아는 가곡 ‘명태’가 떠오른다. ‘에지프트의 왕자처럼 미이라가 됐을 때, 어떤 외롭고 가난한 시인이 밤늦게 시를 쓰다가 쇠주를 마실 때, 그의 안주가 되어도 좋다. 그의 시가 되어도 좋다. 짝짝 찢어지어 내 몸은 없어질지라도 내 이름만 남아 있으리라’ 맛깔스러운 시 구절은 입에 착착 붙고 명태보다 백배 맛있는 황태의 구수한 단맛이 입 안 가득 차오른다. 

강원도 평창군 도임면 횡계리, 소황병산 정상에서 대관령 쪽으로 이어지는 고산지대에 대관령 황태 마을이 있다. 대관령 황태 마을의 12월은 통나무로 황태덕장을 짓느라 부산하다. 러시아에서 공수한 명태를 깨끗이 손질하고 씻어서 덕대에 널어두면 3월까지 넉넉한 시간 속에 자연 건조되고 숙성되어 명품 황태로 탄생한다. 



대관령의 봄, 가을은 짧고 겨울이 유난히 길다. 낮엔 덥고 밤에 추운 고원지방 특유의 큰 일교차와 겨우내 많은 적설량은 황태 만들기에 최고의 환경을 제공한다. 횡계마을의 황태덕장은 한국전쟁이 끝난 즈음 원산 등지에서 황태덕장을 했던 함경도 사람들이 만든 것으로 시작되었다. 함경도와 비슷한 해발 800m의 고지대에서 말리는 황태는 부드러운 맛과 깊은 풍미를 그대로 살려냈다. 대관령 주민의 황태 원조에 대한 자부심은 명품 황태에 대한 정성만큼 각별하다. 대관령 일대에 황태덕장은 대략 15개 정도로 연간 200만 마리가 생산된다. 매년 2월 말에서 3월 초에는 황태 축제도 성황리에 열린다. 



대관령 황태덕장에서 겨우내 숙성된 황태는 더덕처럼 부드럽게 찢어지고 약효도 뛰어나서 ‘더덕북어’로 불린다. 2월 중순부터 딱 보름간만 맛보는 ‘맛태’는 덕장에서 90일 숙성되어 황태보다 육질이 부드럽고 촉촉하다. 그대로 먹어도 맛있지만, 껍질과 뼈를 제거하고 들기름에 앞뒤로 구워 맛태볶음, 맛태구이, 맛태찜, 맛태무침 등 다양하게 맛볼 수 있다. 



덕장에 명태를 걸어 15일이 지나면 흑태, 30일이 지나면 30% 건조된 풍태, 60일이 지나면 50% 건조된 설태, 90일엔 70% 정도 건조되어 겨울바람과 봄바람이 만들어낸 맛태가 완성된다. 120일이 지나고 나면 90% 건조된 명품 황태다. 




대관령 덕장에서 구입한 황태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은 그대로 껍질을 벗겨 속살을 먹는 것이다. 이맘때 황태 맛은 최고다. 바짝 마르기 전에 아직 촉촉한 속살의 결이 남아있어 살을 발라내는 작업도 수월하다. 그냥 먹어도 구수하지만, 불에 살짝 구우면 고소한 풍미가 노릇노릇 살아난다. 



황태는 노란 속살에서 배어 나오는 풍미는 물론 약재에서 얻는 유익한 효능까지 지녔다니 춥고 건조한 겨울을 보낸 현대인에게 필수 식품이다.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고 몸에 쌓인 노폐물 제거와 간장해독 등 성인병 예방에도 탁월하다. 뇌 발달에도 좋아서 성장기 아이들과 노인에게도 권할 만 하다. 



횡계리에는 황태 요리 전문점만도 수 십여 개다. 맑고 구수한 황태해장국과 매콤한 황태구이는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메뉴다. 1985년 개업한 황태회관에 가면 황태를 이용한 스페셜 메뉴를 만난다. 황태 불고기와 황태 미역국에 황태 강정과 황태 가스다. 황태 강정과 황태 가스는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맛을 경험할 만큼 특별하다. 황태를 토막 내어 튀김옷을 입히고 뜨거운 기름에서 바삭하게 튀겨내어 매콤한 고추장 양념에 버무려 내는데, 겉은 바삭 속은 촉촉, 알싸한 고추장 소스가 매력적으로 어우러진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가족에게는 황태 가스가 단연 인기다. 돼지고기로 만드는 돈가스처럼 황태에 달걀 물을 적시고 빵가루를 입혀 바삭하게 튀긴 황태 가스는 새콤달콤한 그레이비 소스가 환상적으로 어울린다. 촉촉한 황태의 식감은 돼지고기의 육질처럼 쫀득하고 담백하다.


여행정보

대관령 황태이야기 영농조합법인 /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 335 평창 농특산품 전시장 / 033-336-7719 

평창회관 /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 348-5 / 033-335-57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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