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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처럼 달콤 쌉싸름한 서울의 단팥죽 3

추운 날씨엔 뜨겁고 달콤한 단팥죽이 최고다. 동짓날 문틈 사이로 황소바람이 들어와도 온 가족이 둘러앉아 뜨거운 단팥죽을 호호 불어가며 먹는 시간이 정겹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단팥죽에 얼음 동동 떠다니는 동치미 한 그릇이면 긴긴 겨울밤도 맛있게 넘어간다. 붉은 단팥죽에 숨어있는 하얀 새알심처럼 마음까지 말랑하게 녹아드는 소울 푸드, 단팥죽을 찾아 서울의 구석구석을 뒤졌다. 서울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만큼 맛있는 단팥죽 집, 세 곳을 만나보자. 



1년 중에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다는 동지는 예로부터 설날 다음가는 작은 설로 여겨왔다. ‘동지 팥죽을 먹어야 진짜 한 살을 먹는다’고 할 만큼 동지의 의미는 팥죽과 밀접하다. 옛날엔 식구 나이만큼 새알심을 넣어 동지 팥죽을 끓여서 집안 곳곳에 놓아두고 동지 고사를 지냈다. 토속신앙으로 전해오는 풍습이지만, 일가친척이나 이웃 간에 겨울철 특별식인 팥죽을 나눠 먹으며 새해의 건강과 행운을 빌어주는 마음은 추위를 녹일 만큼 훈훈하다. 



가마솥에서 끓이는 구수한 단팥죽강남역 장꼬방

장독대의 의미를 가진 장꼬방은 여름엔 팥빙수, 겨울엔 단팥죽으로 강남역의 젊은이들뿐 아니라 장년층의 입맛까지 폭넓은 고객층을 갖고 있다. 강원도 홍천의 팥과 공주의 밤, 경산 대추, 강화도 찹쌀로 만든 찰떡에 이르기까지 모든 재료를 직접 공수하는 장꼬방의 부엌에는 신선한 재료가 가득하다. 



은은한 단맛에 팥알이 씹히는 식감이 일품인 단팥죽은 마지막 한 수저까지 따뜻하게 먹을 수 있도록 유기그릇에 담겨 나온다. 직접 만드는 팥 찰떡도 쫀득한 찰떡과 팥소가 달콤하게 어우러져 별미다. 



떡 카페에서 먹는 단팥죽 세트서래마을 담장옆에 국화꽃

감성적인 상호와 빈티지한 분위기의 캐쥬얼 떡카페, ‘담장옆에 국화꽃’은 서래마을 입구에 있다. 이곳에는 무화과 약식, 개성주악, 쑥 찰떡 등 10여 가지의 떡을 매일 만들어 언제 가도 말랑하고 신선한 떡을 맛볼 수 있다. 단팥죽은 단품 주문도 가능하지만, 떡과 음료, 떡과 단팥죽으로 구성된 ‘담 세트’ 메뉴가 인기 있다. 유리 머그잔에 담겨 나오는 따끈한 국화차는 전통 떡과 단팥죽에 썩 잘 어울린다.



해바라기씨와 잣, 밤 등 견과류와 단팥죽에 뿌려진 은은한 계피 향이 매력적이다. 단팥죽에 올라간 새알심은 유난히 부드러워 입에서 살살 녹는다. 모든 식기를 자체 주문 제작해서 쓰기 때문에 떡이 담긴 도자기나 단팥죽이 담겨 나온 놋그릇의 곡선이 예사롭지 않다. 단팥죽의 모든 재료는 국내산, 소금은 신안 천일염을 써서 재료에 정성을 다한다. 



전통이 살아있는 단팥죽삼청동 서울서 둘째로 잘하는 집

1976년에 문을 열었으니 전통 있는 단팥죽 집이다. 낡은 테이블과 좁은 의자는 1970년대 다방을 연상하게 하지만, 소박한 단팥죽과 왠지 어울린다. 원래는 한방차를 끓여 팔던 찻집이었는데, 이제는 손님들이 극찬하는 단팥죽과 식혜가 주인공이다. 클래식한 느낌이 남아있는 빨간색 그릇에 뚜껑을 덮어 나오는 단팥죽은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단팥죽에는 밤과 은행, 설탕에 조려낸 콩 등 푸짐한 고명과 달콤한 향의 계핏가루가 듬뿍 뿌려져 나온다. 그릇에 비해 큼직한 찰떡 덩어리가 바닥에 숨어 있어 단팥죽과 함께 퍼서 먹으면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다. 단팥죽의 단맛이 강한 편이라 새알심과 함께 먹으면 당도가 딱 알맞다.  



#단팥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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