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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김치가 더 맛있어지는 이유 4

서울 김치 요리 맛집 찾기

겨울 미각을 대표하는 메뉴 중에 김치만큼 매력적인 음식이 또 있을까? 긴 겨울, 발효와 숙성으로 풍미 가득해지는 김장김치를 더 맛있게 먹는 네 가지 이유를 찾았다. 쫀득하게 익은 돼지고기를 돌돌 싸먹는 김치찜과 칼칼한 김칫국물이 일품인 김치찌개, 쫄깃한 국수를 시원하게 말아먹는 김치말이 국수와 촉촉한 김치만두를 건져 먹는 개성김치만두전골이 그 주인공이다. 한겨울 추위에 꽁꽁 얼어붙은 몸과 마음을 화끈하게 녹여줄

김치 요리를 만나보자.



생돼지고기가 듬뿍 들어간 ‘은주정’의 쌈 싸먹는 김치찌개



어린 시절, 동네잔치 같았던 김장의 진풍경은 어머니의 손맛과 함께 추억의 한 장면이 되었다. 산더미 같던 배추와 무는 어머니의 지난한 노동 뒤에 먹음직스러운 김치가 되어 항아리에 차곡차곡 쌓여 겨우내 양식이 되었다. 겨울에 담는 김장김치는 비타민 A, B, C와 칼슘, 철분은 물론 섬유질과 유산균이 풍부해서 온 가족의 건강한 밥상을 지켜주는 비타민의 보고다.

예나 지금이나 돼지 목살과 두부를 큼직하게 썰어 넣고 보글보글 끓인 김치찌개는 저녁 밥상의 단골 메뉴다. 김치와 고기를 다져 넣은 김치 만두와 시원한 김치말이 국수는 긴 겨울밤의 허기를 달래주는 별식이다. 잘 익은 김장김치 한 포기는 어느 요리에 넣어도 수수하게 어울리며 감칠맛을 살려내는 매력을 가졌다. 어머니의 구수한 손맛이 그리울 때, 맛있게 잘 익은 김장김치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소문난 김치요리 맛집을 찾았다.  



한옥집은 따뜻한 아랫목에서 집밥을 먹는 기분이다

    


돼지고기와 말랑하게 익은 김치를 척척 얹어서, 한옥집 김치찜

    

우리나라 김치찜 1호라는 자부심을 가진 한옥집의 오래된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구수한 김치찜 냄새가 친근하다. 식당으로 개조한 실내는 한옥집의 정취가 그대로 남아있어 집밥을 먹으러 간 듯 편안하다. 기본 반찬도 청포묵, 구운 김, 잡채, 김치 등 집에서 먹는 듯 수수하고 깔끔하다. 갓 지은 밥 한 공기와 함께 김을 폴폴 날리며 포기 채로 나오는 김치찜과 뭉텅이 돼지고기는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럽다.



뜨거운 밥에 올린 돼지고기 한 점과 김치찜은 밥도둑이다


젓가락만 대도 돼지고기는 툭툭 갈라질 만큼 부드럽고 김치찜은 쭉쭉 찢어지는데, 희한한 건 입안에서 씹는 맛이 남아있는 것. 약한 불에 오랜 시간 졸여냈기 때문에 돼지고기 결에는 칼칼한 김칫국물이 은은하게 배어들고 김치에는 구수한 육수가 부드럽게 배어들어 맛깔스러운 김치찜으로 태어났다. 뜨거운 밥 위에 쫀득한 돼지고기 한 점과 말랑하게 익은 김치를 척척 얹어 입에 넣으면 더는 말이 필요 없는 환상의 조합이다.



김치보다 돼지고기가 더 넉넉하게 들어간, 은주정 김치찌개

김치 반과 생돼지고기 반으로 푸짐하게 끓고 있는 김치찌개



한겨울 추위에 움츠러들었던 몸을 따뜻하게 풀어주는 데는 얼큰한 김치찌개만 한 것이 없다. 잘 익은 김치와 돼지고기를 송송 썰어 넣고 보글보글 끓인 김치찌개 한 가지면 밥 한 그릇이 뚝딱이다. 방산시장 옆의 은주정은 점심시간이면 긴 줄을 서야 하지만, 개성 만점의 김치찌개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조그만 가게로 시작해 오랜 세월동안 실내를 한 칸씩 늘렸다는 명성답게 방산시장 상인들에게 인정받은 식당이다.



푹 끓인 김치찌개는 밥에 덜어 쓱쓱 비벼 먹는다


자리에 앉자마자 밑반찬과 10여 가지의 싱싱한 쌈 채소와 쌈장이 나온다. 김치찌개와 쌈 채소의 조화가 생뚱맞지만, 냄비 뚜껑을 열어 보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냄비에 수북하게 쌓여있는 건, 다름 아닌 김치 반, 생돼지고기 반이다. 김치찌개가 보글보글 끓기 시작하면 고기를 바닥으로 밀어 넣어 고기부터 익히는 게 쌈을 준비하는 요령이다.



돼지고기가 넉넉히 들어가서 쌈을 실컷 먹을 수 있다


투박하게 썰어 넣은 돼지고기가 익기 시작하면, 상추나 배추에 얹어 쌈을 먹는다. 김치국물에 익힌 수육처럼 담백하고 쫀득한 돼지고기로 절반쯤 배를 채우고 김치찌개가 진득하게 졸아들면 김치찌개를 공략한다. 부담스럽게 느껴졌던 머슴밥도 김치와 국물을 일단 한 국자 붓고 나면, 밥 한 대접이 게 눈 감추듯 사라진다. 간간한 밑반찬은 맛볼 새도 없다. 끊임없이 나오는 돼지고기와 김치찌개를 먹기만도 바쁘다.      



알싸한 김치말이는 추운 겨울이 제맛, 이북만두의 김치말이 국수

겨울에도 시원한 국물이 일품인 김치말이 국수


긴긴 겨울밤, 김장독에서 잘 익은 김치와 살얼음이 낀 김치국물로 만드는 겨울 별미인 김치말이 국수는 원래 이북사람들이 밤참으로  즐겨 먹던 음식이다. 5대를 넘긴 한옥에서 이북식 손만두와 사골국물을 넣어 담그는 김치로 전통의 맛을 이어가는 곳이다. 김치말이  밥에는 찬밥을 말아 꼬들한 맛을 살리고 김치말이 국수에는 소면 대신 숙성시킨 칼국수 면을 넣어 씹는 맛을 살렸다.



사골육수에 삶아낸 손만두는 반 접시도 주문 가능하다



쫄깃하게 삶아낸 칼국수는 얼음이 동동 뜬 김치국물에 들어가면 시간이 지날수록 탱글탱글해진다. 먹을수록 쫀득해지는 국수면발이 매력적이어서 심심한 김치국물까지 후루룩 마시다 보면 추운 겨울도 잊을 만큼 시원한 맛이 별미다. 겨울에는 만둣국과 만두 전골이 잘 나가지만, 여름 인기 메뉴인 김치말이를 찾는 손님도 꽤 많다. 진한 사골국물에 삶아내 촉촉하고 구수한 맛이 일품인 손만두도 김치말이 국수와 잘 어울리는 세트메뉴다.  



시원한 맛이 일품인 김치말이국수

   


얼큰하고 칼칼한 김치만두 국물이 일품, 궁의 개성김치만두전골

김치만두 속에는 김치와 두부, 채소가 듬뿍 들어있다


 

인사동 경인미술관 앞에 위치한 개성만두 궁은 1970년 개업부터 만두를 빚었던 할머니의 손맛을 이어 3대째 운영하는 곳이다. 몸에 좋은 채소가 듬뿍 들어가는 개성식 만두는 좋은 재료를 쓰는 주인장의 정성과 손맛이 진하게 느껴진다. 담백하고 깔끔한 맛의 개성만두전골은 인사동을 찾는 외국인들에게도 인기 있는 음식이다. 김치와 숙주, 두부, 돼지고기가 듬뿍 들어간 김치만두는 무엇보다 김치 맛이 중요하다.



만두와 육수가 얼큰하게 어우러지는 개성김치만두전골



찜이나 전골, 국 등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개성식 만두에서 김치만두는 전골로만 맛볼 수 있다. 개성식 만두는 사골육수에 삶아서 촉촉하고 구수한 맛을 살리는데, 김치만두를 삶아내면 김치 특유의 개운한 맛이 육수에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항아리에 나오는 동치미가 시원하고 깔끔하다



그래서 김치만두는 포장을 해가도 생만두로 가져갈 수밖에 없다. 양지, 사태와 10여 가지 채소를 삶아 8시간 이상 우려낸 육수에 보글보글 끓여내는 김치만두전골은 겨울철 보양식이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다. 가게 한편에서 부지런히 빚어내는 만두는 만들기가 무섭게 동나고 주말에는 온종일 줄을 선다.


     

김치만두 속에는 김치와 두부, 채소가 듬뿍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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