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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 개심사 왕벚꽃과 국밥 한 그릇

서산 개심사 왕벚꽃 보고 뜨끈한 소머리국밥 한 그릇

충남 서산은 구불구불 성벽을 따라 이어지는 멋스러운 전망의 해미읍성과 국보 제84호로 지정된 마애삼존불상, 그리고 ‘마음을 여는 절’이라 불리는 개심사로 유명하다. 특히 4월에는 개심사의 왕벚나무가 믿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답게 핀다. 봄이 무르익는 석가탄신일 즈음, 팝콘처럼 꽃송이를 팡팡 터뜨리는 왕벚꽃으로 봄날의 절정을 맞으러 개심사로 떠나보자. 여전히 계절에 적응 못 한 헛헛한 속은 뜨끈한 소머리국밥으로 달래고 꽃잎이 흩날리는 왕벚나무 아래 서면 무심한 봄날도 아름다운 꽃잎도 속절없이 날려 보낼 수 있다.  




서산 개심사는 서산의 명소 9경 중에 제4경이다. 우리나라 벚꽃 명소의 대표적인 장소 중 하나이기도 한 개심사에 가면 푸르스름한 빛이 감도는 청벚꽃을 만날 수 있다. 개심사 경내 곳곳에 연한 분홍빛이 겹겹으로 피어나는 겹벚꽃과 탐스럽고 화려한 청벚꽃이 어우러지는 풍광은 입이 딱 벌어질 만큼 장관이다. 





전국의 벚꽃들이 앞을 다퉈 화려하게 피고 나면 개심사의 왕벚꽃이 피기 때문에 4월 중순 무렵의 개화 시기를 살펴 개심사로 떠나면 아름다운 왕벚꽃을 만날 수 있다. 






해미읍성 진남문 건너편에는 사시사철 문전성시를 이루는 소머리국밥집이 있다. 30여 년간 한자리에서 소머리 곰탕을 끓여온 집이다. 마당에는 커다란 가마솥 2개가 연기를 펄펄 날리며 호기롭게 끓고 있고 아담한 가정집을 개조한 식당 전경은 추억을 떠올리게 할 만큼 친근하다. 신선하고 질 좋은 100% 한우 소머리를 정성껏 손질해서 5시간 이상 끓이는 동안 둥둥 뜨는 기름은 깨끗이 걷어낸다. 사계절 변함없이 가마솥에서 뽀얀 진국이 우러나고 있는걸 보면 곰탕에 대한 믿음도 진하게 우러난다. 사골과 소머리를 푹 고아낸 육수는 양질의 단백질과 칼슘이 풍부해서 먹고 나면 든든하다. 




소머리를 뽀얗게 삶아내면 설렁탕과 수육으로 먹는데, 수육은 볼살, 우설 등 특수부위로 겨자 양념장에 찍으면 별미다. 겨자장의 알싸한 맛에 느끼함은 사라지고 쫀득한 식감이 콜라겐을 듬뿍 먹는 것처럼 만족감으로 뿌듯하다. 한 조각 입에 넣고 꼭꼭 씹다 보면 고소하고 단맛이 우러나온다. 



점심부터 손님이 많은 날은 수육이 금세 동난다. 하루에 가마솥 2개에서 나오는 수육과 육수의 양이 늘 똑같으므로 손님이 많은 날은 일찌감치 장사를 마치기도 한다. 소머리 곰탕에 거부감이 있는 사람은 한우 사골과 국거리로 끓여낸 사골 설렁탕을 먹으면 된다. 



  

소머리국밥에 곁들여 나오는 김치와 깍두기도 특별하다. 서산에서 나는 싱싱한 농산물로 만드는 김치와 깍두기는 소머리 곰탕만큼이나 사랑받는다. 달큼한 밤을 편으로 썰어 넣는 싱싱한 겉절이는 겨울에 먹어야 제맛이다. 4월에서 9월까지는 싱싱한 굴을 듬뿍 넣은 김치와 편육이 서너 점 곁들여지는데, 소머리 편육은 날이 더워지면 모양이 나오지 않아 여름에는 만들지 않는다. 대신 배즙과 매실 효소를 넉넉히 넣어 만드는 깍두기는 언제나 시원하고 개운한 맛을 잃지 않는다.     



꽃이 피기 시작하자마자 사라져버리는 봄은 눈 깜짝할 새 지나간다. 전국의 벚꽃 중에 가장 아름답게 피면서 가장 느즈막이 피는 왕벚꽃나무 여행은 입술이 쩍쩍 달라붙는 소머리국밥처럼 한번 맛보면 잊을 수 없는 감동을 선물한다. 향긋한 벚꽃향기에 취하고 구수한 국밥에 행복해지는 봄날의 여행, 이 봄날에 떠나야할 이유 중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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