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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구룡포에서 만난 바다 밥상

포항 별미, 과메기와 대게 그리고 물회와 모리국수

                                           

겨울이 떠날 채비를 하는 시간, 2월이면 광활한 겨울바다와 과메기의 고장, 포항이 그리워진다. 아홉 마리의 용이 승천한 포구라서 구룡포라 불렸다는 포구와 호미곶과 죽도시장은 반나절 돌아보기에도 마음이 바쁘다. 울산 간절곶과 함께 가장 빨리 해맞이를 할 수 있는 호미곶은 상생의 손과 해맞이공원, 대보항 등이 있어 경북의 해안여행지로 손꼽히는 곳이다. 알싸한 겨울바람을 맞으며 구룡포 골목을 누비다가 싱싱한 대게와 새콤달콤한 물회와 쫀득한 과메기에 얼큰한 모리국수까지 맛보고 나면 겨울을 보내는 아쉬움도 차분하게 잦아든다.      


포항의 겨울 별미, 과메기


구룡포에는 일제강점기 때 어업 전진기지였던 아픈 역사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구룡포 우체국 옆 골목으로 들어서면 낡은 일본인 가옥이 그대로 남아있는 근대문화역사 거리를 만난다.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100여 채나 남아있던 일본인 가옥은 반쯤 남고 모두 사라졌다. 옛 일본인 가옥의 문 앞에는 일제강점기의 모습을 돌아볼 수 있는 빛바랜 사진들이 붙어있다. 2층 일본식 목조가옥인 구룡포 근대역사관은 다다미방과 일본 전통부엌과 당시 생활모습이 재현되어 있어 당시의 생활상을 리얼하게 살펴볼 수 있다.    

 


 

일본인 가옥이 남아있는 구룡포의 근대문화역사 거리


구룡포 인근에는 아름다운 겨울바다뿐 아니라 볼거리가 다양하다. 해맞이 광장으로 유명한 호미곶과 국립등대박물관이 구룡포와 가깝다. 구룡포에서 해안선을 따라가다보면 구룡포 해수욕장, 관풍대, 한반도 동쪽 땅끝마을인 구룡포읍 석병리와 고래 서식지인 다무포 해안생태 마을, 호미곶 관광지를 차례로 만날 수 있다. 호미곶 해맞이공원 바로 옆에는 국내 유일의 등대전문박물관이 있다. 국립등대박물관은 국내외 등대의 발전사를 볼 수 있는 자료 710점이 전시중이고 등대와 항만 접안 등의 체험장이 마련되어 있어 아이들과 함께 둘러보기에 유익하다.      



죽도시장에서 만나는 생선가게 풍경


경북 동해안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재래시장인 죽도시장은 사계절 저렴한 가격으로 신선한 회와 해산물을 맛볼 수 있어 인기 있는 곳이다. 특히 겨울에는 포항의 명물인 과메기를 맛볼 수 있어 과메기 마니아들이 즐겨 찾는다. 과메기는 바닷바람에 보름쯤 말린 청어와 꽁치를 말한다. 노란 배추속대에 물미역과 마늘, 쪽파, 청양고추를 얹어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데, 쫀득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과메기는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기 시작하는 11월 중순부터 말리기 때문에 겨우내 밥상에 올라가는 겨울 별미다.      



해풍에 과메기를 말리는 풍경


구룡포항은 전국 최대의 대게 산지로 죽도시장 대게 골목에 가면 싱싱한 대게를 도매가격에 맛볼 수 있다. 대게 골목으로 가는 길에는 갓 잡아 올린 싱싱한 대게들이 수족관에 가득 쌓여있다. 가게마다 대게를 찌는 하얀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골목을 한 바퀴 돌아보다 마음에 드는 집에 가서 가격을 흥정하면 바로 찜통에 대게를 올린다. 달큼하고 부드러운 대게 속살을 한번 먹고 나면 겨울마다 ‘대게와 과메기 포항 앓이’가 시작된다.      


죽도시장 대게 골목에 있는 수족관마다 대게가 풍년이다


금방 쪄낸 대게 살은 향긋하고 부드럽다


탱글탱글하고 달콤 짭조름한 대게살


대게의 마지막 코스, 매운탕


대게를 찌는 동안 포항을 대표하는 별미 1호인 물회를 시켜 맛을 보아도 좋다. 광어, 우럭, 한치, 오징어 등 제철에 나는 흰살생선을 넣어 물회를 만든다지만, 해삼, 소라, 전복 등 바다에서 나는 해산물은 모두 넣어서 먹을 수 있다. 두툼하게 썰어 넣은 생선 살에 오이, 파, 고추, 당근, 배 등 채소와 과일이 시원한 고추장 양념과 어우러져 입 안 가득 밀려오는 알싸한 개운함이 별미다. 고기 잡으러 나간 어부들이 배에서 끼니를 때우느라 물회에 밥을 말아 후루룩 먹던 음식에서 유래했다고 하니 포항의 별미는 어부들의 삶속에서 태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철 흰살 생선에 수제 양념소스를 풀어 매콤한 물회


죽도시장 골목에서 착한 가격으로 사랑받는 수제비골목 손수제비도 빼놓으면 섭섭하다. 손님이 자리에 앉자마자 펄펄 끓는 멸치육수에 낭창낭창 밀가루 반죽을 끊어 넣는 수제비는 보기만 해도 입맛이 돌 만큼 푸짐하고 먹음직스럽다. 양념간장 한 숟갈 수제비 국물에 섞어 한 입 후루룩 먹으면 보드랍고 쫀득한 수제비가 입에 착착 감긴다.   

  


죽도시장 내 수제비골목의 손수제비는 4000원으로 올랐다


보드랍고 쫀득한 수제비 한 숟갈에 속까지 뜨끈해진다


겨울 추위도 잊은 채 개운한 물회로 입맛을 살렸다면, 저녁은 포항의 별미 국수인 모리국수로 뜨겁게 속을 데워도 좋다. 배 타고 나갔다가 돌아온 어부들이 포구에 하나둘 모여들어 소주 한 잔에 곁들여 먹었다는 모리국수는 어죽처럼 생선의 구수한 맛이 가득하다. 아구찜으로 쓰기에는 작은 생아구를 썰어 넣고 홍합, 콩나물에 마늘과 고춧가루를 더해서 얼큰하게 끓여낸다. 바다 위 어부들의 밥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순간이다.



바다에서 잡아온 싱싱한 생선으로 끓여먹는 모리국수


옹기종기 모여서 먹는 국수라서 모리국수라고 했다니 몸도 마음도 따뜻하게 풀어냈던 모리국수는 어부들의 소울푸드라고 할 만 하다. 모리국수 한 그릇으로 속이 훈훈해지면, 호미곶의 해돋이를 꿈꾸어도 좋다. 해마다 1월 1일이면 가장 먼저 뜨는 해를 보기 위해 12월 31일부터 사람들이 몰려드는 곳, 호미곶의 눈부신 일출을 보고 마음 속까지 확 풀리는 모리국수 한 그릇으로 뜨겁게 새해를 맞아도 좋을 일이다.



구룡포 어부들의 소울푸드, 모리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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