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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강차 Jul 03. 2022

건강하지 못한 나르시시즘을 선택했음을 인정하자.

(#엄마의 가성비 좋은 셀프 치유 놀이)

받아들임 4. 에고가 강하여 건강하지 못한 나르시시즘을 선택했음을 인정하자.     


《에고라는 적》에서 저자인 라이언 홀리데이는 에고를 ‘자기 자신이 가장 중요한 존재이자 특별한 존재라고 믿는 건강하지 못한 믿음’이라고 정의했다. 그리고 에고를 ‘허풍쟁이’이자 ‘과대망상증 괴물’에 비유하며 자기가 겪는 사소한 불편이나 불행을 어마어마한 비극으로 생각하게 하고, 끊임없이 남으로부터 인정받고 보상받을 필요가 있다고 속삭이는 ‘탐욕스러운 괴물’이라고 명명했다. 이전에 나는 내가 왜 작은 상처에도 출렁거리고 타인의 인정에 목말라하는지 그 이유를 알지 못했었다. 그저 좀 예민하고 칭찬받기를 너무도 좋아하며 비난받기를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인가 보다 정도로 생각했다. 그러나 108배 절운동을 하면서 내가 얼마나 에고라는 괴물에게 끌려 다녔는지, 얼마나 건강하지 못한 믿음을 가슴에 품고 살았는지 처절하게 깨달았다. 뿐만 아니라 이 에고라는 괴물이 나 자신을 특별하다고 생각하고 싶은 충동에 과도하게 사로잡혀 있게 하여 건강하지 못한 자기애를 갖게 했다는 것도 깨달았다.     


《나르시시즘 다시 생각하기》나는 자기애에 대해 깊게 알고 싶었고 건전한 자기애를 가지고 싶어 나르시시즘과 관련된 이런저런 심리학 책을 읽었다. 그러다가 가장 균형 잡힌 시각을 갖춘 나르시시즘 책을 발견했다. 바로이다. 이 책에서 저자 크레이그 맬킨은 나르시시즘을 고치기 힘든 성격 결함이나 심각한 정신 질환이라고 보지 않는다. 나르시시즘을 ‘스스로 위안을 얻기 위해 사용하는 버팀목’이라고 정의하며 적당한 나르시시즘은 불안감과 우울감이 덜 들게 하고 인간관계도 훨씬 좋게 한다고 주장했다.  

    

나르시시즘을 선악의 고정적인 관점에서 극단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하나의 유동적인 스펙트럼으로 보는 온건한 해석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자신이 맺은 관계에서 진정한 친밀감을 유지하고 자신의 이익과 다른 사람들의 욕구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간다면 언제고 스펙트럼의 중앙으로 이동할 수 있다. 우리 자신이 스스로의 의지에 따라 나르시시즘의 크기를 조절할 수 있다니 이 얼마나 진취적이고 희망적인 접근법인가.   

  

나르시시즘에 대해 긍정적인 면을 부각한 정신분석적 자기 심리학의 창시자인 하인츠 코후트는 나르시시스트는 수시로 위대함에 도취되어 꿈속을 헤매다가도 다시 현실로 돌아오는 모험가라고 말했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빨간 머리 앤이 딱 건강한 나르시시스트의 전형이다. 그녀는 풍부한 상상력으로 고아원에서 준 낡은 원피스를 입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엷은 남빛 실크 드레스를 입고 있다고 상상한다. 또한 주근깨 투성이 피부와 초록색 눈도 화사한 장미꽃 같은 살결과 빛나는 보랏빛 눈을 가지고 있다고 상상하며 완벽에 가까울 만큼의 행복을 느낀다. 그렇게 꿈속을 헤매기도 하지만 아무리 입을 다무는 게 어려운 일이라도 마음만 먹으면 그만두고 침묵을 지키는 것도 왕성하게 할 수 있는 그런 아이인 것이다.   

   

우리도 빨간 머리 앤처럼 사랑스러운 나르시시스트가 돼보는 건 어떨까. 자신의 장점을 과장하거나 포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자신의 단점 때문에 자신을 무가치하다고 느끼지 않고 상상력으로 극복하고 자기사랑을 유지하는 것. 그것은 처용의 ‘승화’라는 방어기제와 닮아있다. 앤은 풍부하고 섬세한 감수성과 시처럼 아름다운 표현력으로 언어의 춤을 춘 거나 다름없는 것이다. 

     

건강한 나르시시즘은 자아도취와 타인에 대한 섬세한 배려 사이를 매끄럽게 오가는 것을 의미한다. 왕의 남자에서 장생과 공길이가 아슬아슬하게 외줄을 왔다 갔다 하면서도 균형을 찾아가며 멋지게 외줄 타기에 성공하는 것처럼 우리에게 필요한 무기는 눈에 보이지 않은 부채와 팔을 양쪽으로 벌려 균형을 잡는 태도이다. 달이 차고 기울 듯이 나르시시즘도 상황이나 컨디션에 따라 들뜨기도 가라앉기도 하는 것이다. 기분이 좋지 않거나 내 몸이 피곤하거나 힘들면 나르시시즘은 더 고개를 쳐들고 일어난다. 특별한 대우를 받고 싶은 것이다.   

   

이는 내면아이가 사랑을 받고 싶어 하는 이치와 같다. 또한 직장에서도 내가 뭔가 창의적으로 일처리를 했거나 스스로 판단했을 때 일을 잘한 것처럼 느끼면 또 슬그머니 나는 남보다 특별하다는 생각이 고개를 든다. 이 또한 인정욕구를 받고자 하는 내면아이의 신호일 수도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이 바로 ‘알아차림’이고 ‘자기돌봄’이고 ‘나와의 대화’다. 나는 그때 이런 식으로 나 자신에게 말을 건다. “나르 여신께서 사랑이 고프셨군요. 오늘도 정말 수고 많았어요. 컨디션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버텨낸 거 너무 대단해요. 좀 쉬세요.” 이렇게 나르시시즘을 부드럽게 다루고 가족들에게 편안하게 도움을 요청한다. 오늘 내가 많이 피곤하니 저녁은 여보가 간단하게 라면 끓여서 아이랑 같이 먹으라고. 이때가 사실 아이는 정말 행복한 날이다. 라면이든 짜장면이든 엄마가 평소에는 잘 안 해주는 인스턴트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날이니까. 서로 윈윈한 거다. 나는 쉴 수 있어 좋고, 남편은 징징대는 아내의 잔소리를 안 들어서 좋고, 아이는 라면을 먹어서 좋고.     

<출처 : 픽사베이>

극단적 나르시시스트도 상처받은 내면아이를 지닌 어른아이도 의존자도 히스테리성 성격장애도 모두 질병이 아니다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속성이다    

 

관건은 태도의 문제일 뿐. 관계에서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점검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에게 주어진 여러 신경 쓰이는 속성들에 너무 집착하지 않고 끈기를 가지고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잘 해내며 그렇게 자신의 삶을 꿋꿋하게 살아내면 된다. 앤이 마음을 단단히 먹으면 뭐든지 즐겁게 생각할 수 있다고 한 것처럼. 그저 조금 극단적 사고에 치우쳐 있었을 뿐이다. 달리 표현하자면, 균형 감각이 조금 부족했을 뿐이다.   

   

이러한 성향은 비정상이라 여기고 고칠 것이 아니라 이를 건강하게 향유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바로 올리버 색스의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의 이야기 속 주인공 P선생처럼. 주인공인 음악 선생님은 시각 인식 불능증으로 사물의 실체를 인지하지 못하지만 대신 음악에 맞춰 일상적인 동작을 하며 살아갈 수 있다. 그에게 뇌신경학자 색스가 내린 처방은 그 증상을 상담이나 약물치료로 고치는 게 아니라 비정상이 정상으로 보일 수 있게 했던 원동력인 그 음악을 생활의 중심이 아니라 생활의 전부라고 생각하고 지내라는 것이었다.

      

나도 내가 가진 다양한 비정상들이 정상으로 보일 수 있게 한 힘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다. 그것은 바로 끊임없이 내 내면을 탐구하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자 하는 지적 허기가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마음이 왜 괴로운지, 내 마음과 행동이 왜 일치하지 않은지, 도대체 내가 왜 그렇게 말하고 행동하는지 알고 싶었다.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다. 아마도 나의 내면의 치유와 관련된 다양한 책들을 탐독하면서 내가 느끼는 고통과 문제 행동의 원인을 파악했기 때문에 완벽하게 건강한 상태로 되돌려놓지 못하더라도 태도에 변화는 가져온 것 같다.    


결국 내가 어떤 성향의 사람이고 어떤 상황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감정이 들며 어떤 행동을 하고 있고 관계 속에서 사람들에게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는지 이런 일련의 것들을 안다는 것, 즉 자기이해와 자기공감을 할 수 있게 되면서 나는 마음과 행동이 많이 편안해지고 일치감을 느꼈다. 탐탁지 않은 나의 모습에도 자기사랑을 할 수 있게 되었을 때 낮은 자존감이며 자기혐오, 자기부정이 서서히 사라지고 내 안에 나와 악수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드디어 자기화해가 이루어지고 나면서 비로소 별일 아닌 것에도 감사하게 되고 알 수 없는 행복의 꽃이 가슴속에서 피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영향력을 끼친 상담사였던 칼 로저스가 사람-중심 상담이라는 책에서 노년에 이렇게 진솔한 고백을 했었다.      

“나는 나 자신이 경험하고 있는 여러 가지 것들을 순간마다 소중히 여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분노의 감정이나 부드러운 느낌, 수치심, 상처, 사랑, 불안, 너그러움, 두려움 등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갑자기 일어나는 나의 모든 반응을 귀하게 여기고 싶습니다. 나는 그때그때 떠오르는 어리석은 생각, 창의적인 생각, 기괴한 생각, 건전한 생각, 사소한 생각 등 나의 모든 부분을 소중히 여기고 싶습니다. 나는 적절하거나, 미친 것 같거나, 성취지향적이거나, 성적이거나, 누군가를 죽이고 싶다거나 하는 나의 모든 충동들을 좋아합니다. 나는 모든 감정들, 생각들, 충동들을 자신을 풍성하게 해주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그 모든 것에 따라 행동하려 하지는 않아도 그것들을 모두 받아들일 때 나는 더욱 진실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때의 상황에 맞추어 더욱 적절하게 행동할 수 있습니다.”    

 

<출처 : 네이버 이미지 - 칼 로저스>

나는 대가의 솔직한 고백에 인간은 살아있는 한 모두 비슷한 감정과 생각을 경험한다는 것에 큰 위로를 받았다. 또한 다시금 받아들임이 가장 지혜로운 자기사랑법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아래의 시처럼 생긴 짧은 글로 이 대가에게 감사의 답글을 보낸다.


누구나 다 그렇다     

                 by 레몬 생강차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이 있다

가끔 우울하면 좀 어떠한가

내가 가치 없게 느껴지는 날이 있다

자존감이 낮으면 좀 어떠한가

주목받지 못해서 죽고 싶은 날이 있다

좀 히스테릭하면 어떠한가

과도하게 나를 드러내고 싶은 날이 있다 

자기애가 지나치면 좀 어떠한가

누군가에게 나를 사랑해달라고 조르고 싶은 날이 있다

좀 의존적이면 어떠한가     


그런 나를 알아차리고 

다시 숫자 5로 돌아오면 된다

교육학이 말하는 회복탄력성

뇌과학이 말하는 신경가소성

심리학이 말하는 감정유연성

을 발휘해서     


별거 아닌 현상이다

누구나 다 그렇다

누구나 이상한 면이 있지만 

그렇다고 외계인은 아니지 않는가   

  

단지 얼마나 알아차리느냐 혹은 

모른 채 넘어가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알아차렸다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이미 충분히 괜찮다     


그러니 너무 심각하게 여기지 말고

1. 신나게 재미있는 일을 하든지

2. 차분하게 독서를 하든지

3. 열나게 운동을 하든지

4. 쿨쿨 잠을 자든지

★ Just forget about it!     


내일이면 또 살만한 날이

시작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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