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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강차 Sep 25. 2022

나만의 시그니처 룩과 패션 롤모델을 찾아보자

-<내 취미는 캡슐옷장에서 놀기> 중에서-

  자신에게 어울리는 컬러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해 보았으니 이제 내가 좋아하고 나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에 대해 한 번 생각해 보자. 시그니처 룩이란 표현을 들어보았는가? <그라치아> 패션 잡지의 에디터 김민정은 시그니처 룩은 단순히 ‘단벌 패션’을 뜻하는 게 아니라 삶의 방식과 사상을 담은 상위 패션 코드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스티브 잡스와 같이 한 가지 스타일을 고수한 방식을 시그니처 룩의 범주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이야기이다. 자기 자신의 매력을 이해하고 있고 나다움을 자신 있게 표현할 수 있을 때 인생의 시그니처 룩을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김민정 에디터는 또 다음과 같이 패션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말한다.     

 “패션은 단순히 옷을 소비하는 일이 아니라, 자신의 세포 속에 담긴 수만 가지 사항들을 한 벌의 옷으로 드러내는 일종의 미학이다”     


  정말 멋진 표현이지 않은가? 우리의 몸은 60억조 개의 세포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또한 심리학자 구스타프 융의 주장대로 우리는 천 개의 가면을 지니고 있어서 상황에 따라 적절한 가면(페르소나)을 쓰며 관계를 형성해 가고 있다. 그렇다면 내가 모르는 미지의 나가 얼마나 많을 것이며 새로운 나를 발견해 가는 일은 얼마나 놀랍고 흥미로운 일이겠는가? 그들을 깨워 밖으로 끌어낸 뒤 또 다른 나를 눈으로 확인하기 가장 쉬운 방법이 바로 패션인 것이다. 


   나 또한 여전히 가장 나다운 시그니처 룩을 찾고 있는 중이다. 현재는 나의 캡슐 옷장 속에 옷들을 보고 대표성을 띠는 하나의 색상이나 디자인의 옷을 말하기는 곤란하다. 다만, 원피스나 점프 슈트를 선호한다는 측면에서 작은 키를 보완하면서 세련됨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과 심플하면서도 귀여운 디자인의 상의를 선호한다는 점에서 소녀다움을 간직하려는 성향을 엿볼 수 있었다. 


  나는 왜소하고 작기 때문에 드레시한 의상이나 딱 떨어지는 정장 스타일은 어울리지 않는다. 그런 옷을 입으면 왠지 남의 옷을 입고 있는 것처럼 불편하다. 밝고 세련되면서도 지적인 느낌을 주는 의상이 내가 추구하는 스타일이다. 그렇다고 시그니처 룩을 찾겠다며 이 옷 저 옷을 사 입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자칫 유행이나 트렌드를 따르며 내 주관이 흔들릴 수도 있다. 현재 내가 소유하고 있는 옷들로 최대한 비슷한 느낌을 창조해내며 필요한 옷들을 하나씩 서서히 구입해나가면 된다. 이때 필요한 것이 나만의 패션 롤모델이다.        

  


  나는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 배우들의 패션도 유심히 보는 편이다. 많은 인물이 나오는 장면에서 마음에 드는 스타일을 캐치하면 옷장으로 가서 그와 비슷한 코디를 해본다. 만약에 입어보았을 때 어울리면 그 자리에서 돈 한 푼 안 들이고 득템을 한 거다. 새 옷을 되도록 이면 구입하지 않겠다는 다짐도 지켜져서 뿌듯하기까지 하다.     


  나의 패션 롤 모델은 정려원과 한지민이다. 내가 40대 중반이기는 하지만 조금은 젊은 감각의 옷을 선호하기 때문에 그들의 패션에 끌리는 듯하다. 정려원은 워낙 여성들의 워너비 패션스타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마른 몸을 잘 보완하면서 다양한 스타일의 옷을 멋스럽게 소화하기 때문에 참고할 만한 코디가 많다. 특히 그녀는 레이어드 코디를 정말 잘하는데 이는 캡슐 옷장 주인장에게 꼭 필요한 능력이기도 하다. 


  한 번은 모 드라마에서 입고 나온 블랙 뷔스티에 롱 원피스에 청바지를 레이어드 해서 입은 모습이 마음에 들어서 검색해 보니 60만 원이 넘는 고가의 옷인 것이다. 나는 포기하지 않고 여기저기 쇼핑몰에서 비슷한 디자인을 찾다가 결국 자주 애용하는 네이버 아웃렛 윈도 쇼핑몰에서 거의 흡사한 디자인의 옷을 발견했다. 브랜드 옷을 70% 세일을 해서 6만 원대에 구입을 했으니 완전 초득템을 한 거다. 실제 소재도 좋고 입었을 때 예쁘다는 말도 여러 번 들어서 지금은 완소 아이템으로 2년째 봄과 가을에 자주 입고 있다. 

     

  한지민의 경우에는 아담한 사이즈가 나와 비슷해서 드라마에서나 사복 패션을 눈여겨보는 편이다. 청바지에 코디하는 상의의 스타일이랄까 스커트의 길이, 외투의 길이나 스타일 등을 주로 보는 편이다. 키가 큰 사람들은 어떤 옷을 입어도 간지가 나지만 나처럼 키가 작은 사람들에게는 비율이 생명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마음에 들어도 한효주나 한고은처럼 키 큰 연예인의 옷은 감상만 한다. 이는 몇 번의 실패 끝에 얻은 나만의 노하우다.

      

  그러나 단지 스타일만으로 롤 모델을 정하지는 않는다. 그들의 삶의 태도나 가치관도 나와 비슷하거나 배울 점이 있을 때 롤 모델로서의 의미를 갖는 것이다. 정려원의 경우에는 패션으로든 그림으로든 끊임없이 자신을 표현하는 실험정신이 참 마음에 든다. 고여 있지 않겠다는 밝고 긍정적인 마인드가 내가 추구하는 삶의 태도와 맞닿아 그녀의 패션뿐만 아니라 그녀 자체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이다. 모 인터뷰에서 그녀가 “저는 표현주의자이고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무척 좋아해요.”라고 한 말에 정말 공감이 갔다. 나도 딱 그러하니까.    

  

  한지민의 경우에는 <두 개의 빛:릴루미노>라는 허진호 감독의 단편 영화에서 시각 장애인 역을 너무도 현실감 있게 연기하는 모습에 처음으로 반했었다. 힘든 여건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배려가 없다면 나올 수 없는 연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후 그녀가 다양한 복지 행사에 참여하며 꾸준히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모습에 많은 자극을 받게 되었다. 그녀를 통해 아름다움은 겉모습이 아니라 내면에서 우러나온다는 평범한 진리를 새삼 다시 떠올리게 된다. 나는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려면 우선 나 자신부터 긍정의 힘을 믿으며 살자!’라는 마음으로 항상 작은 것에 감사하고 기뻐하며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처럼 패션 롤 모델은 자신의 외면을 넘어서 내면에 까지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이 진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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